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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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내용은.”

팔짱을 낀 채 시스템을 노려보았다.

“S급들이 폭주하면 나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며. 근데 방금 네 설명대로라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자체가 소멸한다는 거 아니야.”

[넷이 다 폭주하게 될 시 국가 하나가 사라지는 건 맞아요……. 폭주가 아니라 사망한다면 핵이 없어지는 거니까 세, 세계 자체가 사라지는 거고요.]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시스템의 낯빛이 창백해진다.

“…….”

글쎄. 분명 노림수도 있는 것 같은데.

세계의 소멸보다는, 살고 있던 국가가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비교적 현실성 있게 와닿을 테니 퀘스트 내용을 그렇게 구성한 건 아닐까.

[그러니까 차은수 님께서 핵들과 평생 함께해 주신다면…….]

뭔 주례 보듯이 말하고 있어.

저건 그냥 종신 퀘스트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충 예상하고 있던 나는 동요하지 않고 눈썹만 추켰다.

“S급들도 사람이잖아. 결국 언젠가는 죽을 텐데?”

[그건……. 다음 핵이 태어날 때까지만 존재해 주면 될 문제라서…….]

시스템이 웅얼거렸다.

그러고는 내 눈치를 또 살살 본다.

[차은수 님……. 호, 혹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굉장히 불안한 얼굴이었다.

형과 심태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표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차은수 님…….]

대답이 없으니 시스템의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저희에게는 차은수 님이 필요해요.]

“…….”

[아마 차은수 님께서도 아실 테지만……. 이제 네 명 다 차은수 님 없이는 견디지 못할 거예요.]

당연히 안다.

장희강의 반응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몸, 괜찮은 건가?

시스템에게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아…….”

눈앞이 핑 돌았다. 휘청하며 바닥을 짚었다.

시스템이 화들짝 놀랐다.

[차은수 님!]

앳된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려오고, 활자가 입력된 창 역시 몇 개로 늘어났다가 겹쳐지면서 흐릿하게 보였다.

뭐야, 시발.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여기 머무르고 계셔서 영혼에 부담이 가신 것 같아요……! 어, 얼른 돌려보내 드릴게요!]

허둥지둥하는 시스템의 말이 들렸다.

나는 입을 달싹였지만, 목소리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인지할 수 없었다.

몽롱해졌다가 맑아졌다가를 반복하던 정신은 곧…….

뚝, 끊겼다.

***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성난 숨소리였다.

“……!”

그다음은 내 안을 딱딱하고 육중한 무언가가 채워 올 때마다 울리는 질퍽한 소리.

아래에서 뜨겁고 끈적한 것이 사방으로 튀는 감각과, 안팎 할 것 없이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전신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온몸을 펄펄 달구는 열기에 한껏 붉어진 얼굴로 눈을 떴다.

“아, 아……!”

맛이 간 흑안과 시선이 충돌했다.

장희강이었다.

“아흐윽, 싫, 어엇!”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는 나를 다부진 손이 우악스레 붙든다. 나는 딱딱한 바닥에 짓눌린 채 장희강의 좆을 받아 내고 있었다.

জীয়াই থাকিবTempat cerita menjadi hidup. Temukan sek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