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마찰로 인해 한껏 성난 좆이 꺼떡였다. 주청경은 오므려져 있던 차은수의 다리를 어렵지 않게 벌렸다. 나란히 붙은 발목이 불편한지 차은수가 얕게 신음했다.
손자국이 날 정도로 강한 손길이 엉덩잇살을 잡았다. 불가항력에 의해 열린 엉덩이 사이로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빠끔 보이는 붉은 속살에, 주청경이 길게 숨을 뱉었다. 기대감과 정복욕에 뇌가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
구멍에 대고 기둥을 문질렀다. 사정감을 참지 못한 성기가 곧 울컥거리며 정액을 내뿜기 시작했다. 차은수는 회음부가 젖는 느낌에 등을 부르르 떨며 내심 놀랐다. 무슨 양이 이렇게 많아?
“아으읍…….”
뼈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정액을 입구 안으로 밀어 넣었다. 거근을 받기에는 한참 작아 보이는 구멍이 손가락을 우물우물 물었다. 주청경이 그곳을 뚫어지게 지켜보았다. 약효로 인해 근육이 이완되었을 텐데도 이 정도 조임이라니. 거부하는 것인지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다.
문득, 자발적으로 자신을 원하게끔 만들고자 차은수를 감시하며 방치했던 과거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 알았다면 그럴 시간에마저 잔뜩 귀애해 주었을 텐데.
당시에는 약을 쓰지 말아 달라던 차은수의 애원에 저답지 않게 마음이 약해졌기에, 시간을 다소 들이더라도 제게 매달리도록 유도할 심산이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차은수의 몸, 정신, 감정. 그 어느 것도 독차지할 수 없지 않나.
그러니 더는 유하게 굴 생각 따위 없었다.
구멍과 안쪽을 풀어 주는 손가락이 빠르게 하나둘 늘어 가고, 정액이 흥건히 묻어 윤활한 내부가 찌걱거리는 소리를 흘려 보냈다. 거친 손놀림에 차은수의 전신이 앞뒤로 흔들렸다. 눈시울이 붉어진 차은수가 바닥에 붙였던 턱을 치켜들었다.
“……!”
좁고 뜨거운 공간을 자극하던 손가락들이 한 번에 뽑혔다. 곧바로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듯 고개를 쳐든 성기가 닿아 왔다. 마찰열이 오른 구멍에 무딘 좆대가리가 맞추어지는 느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했다. 차은수가 둔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읍……! 으으응!”
애처로운 저항에도, 주청경은 기어코 제 양물을 처박았다.
달려든 샅에 말랑말랑한 엉덩이가 퍼억 부딪혔다. 차은수는 눈을 크게 뜨며 휘청거렸다. 그러나 허리가 단단히 붙들려 있었으므로 결합부만큼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아…….”
눈을 내리뜬 주청경이 경탄했다.
매일같이 불어나며 자아를 장악하려 들던 고통이 맥을 못 추고 흩어진다. 삐쭉삐쭉 날이 선 감정들 역시 순식간에 갈려 나가고, 단순히 성적인 쾌감이라고 표현할 수만은 없는 환락이 밀려왔다.
다시 느껴도 경이로웠다. 이 나약하기 그지없는 육체가 어떻게 이런, 삶의 근간을 바꾸어 버리는 감각을 안길 수 있는지. 꼼짝도 못하고 제 좆을 받아 무는 차은수가 짜증이 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은수 씨.”
“흐으……!”
주청경이 한쪽 손을 내려 차은수의 성기를 만져 보았다. 점액으로 축축해진 감촉이 느껴졌다.
“갔네?”
웃으면서 음경을 쓸어 올리자, 차은수가 부정하듯 바닥에 얼굴을 문지르며 흐느꼈다.
“아읍, 아아.”
“뭐가 아니에요. 이렇게 질질 싸 놓고.”
주청경이 세차게 좆을 쳐올렸다. 차은수는 비명 같은 소리를 흘리며 허리를 휘었다.
“으흐읍!”
“읏.”
벌벌 떨며 조여 오는 내벽에 황홀감이 솟구쳤다. 상스러운 욕설을 내뱉은 주청경이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참아 온 욕구가 폭발한 남자의 허릿짓은 광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넣기만 했는데 가, 왜. 그새, 더, 야해져선.”
울룩불룩한 좆이 오갈 때마다 안쪽의 점막이 속수무책으로 움푹움푹 파였다. 주청경은 흥분한 날숨을 뱉으며 여린 몸속에 미친 듯이 저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제 기세에 휩쓸려 정신없이 흔들리는 차은수의 등에 이를 세웠다.
차은수가 고개를 젖히며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피부가 따끔거리는 통증이 성감에 불을 지폈다. 원래도 예민한 몸이 강제로 달아올라 괴로웠다. 입 안에 고인 타액이 재갈 탓에 제대로 삼켜지지 않아 줄줄 흐르고, 결박된 발은 저절로 오므라들었다.
무자비하게 좆질 하던 주청경이 차은수를 내려다보았다. 엉망으로 울고 있을 게 분명한 저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는 차은수의 몸을 꽉 끌어안은 채 뒤로 누웠다.
깜짝 놀란 차은수가 본능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무력하게 주청경의 위에 눕혀질 수밖에 없었다. 본인의 체중을 고스란히 실은 체위에 좆이 더 깊게 들어오는 느낌이 든 것은 당연했다. 날카로운 외마디 신음이 터졌다.
주청경은 무릎을 세운 상태로 사납게 차은수를 꿰뚫었다. 맞닿는 신체 면적이 넓어진 만큼 철썩철썩 맨살 부닥치는 소리가 외설적으로 울려 퍼졌다. 하얀 나체가 맹렬한 움직임에 맞추어 하염없이 위쪽으로 튀어 올랐다.
“아응! 욱, 읍!”
커다란 손이 차은수의 고개를 잡아 돌렸다. 발갛게 물든 뺨과 이성이 반쯤 날아가 흐릿한 눈동자가 주청경의 시야에 들어찼다. 땀에 젖어 이마를 수놓은 머리카락도, 척척해진 재갈이 물린 입도. 전부 성애를 자극하는 모습이었다.
주청경은 눈앞의 갸름한 턱을 잘근잘근 씹으며 무아지경으로 좆질에 몰두했다.
“흐, 후우.”
“하읍……!”
창백한 피부, 미형의 얼굴과는 대조적인 어둡고 흉악한 성기로 좁은 배 속을 거칠게 헤집던 주청경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출할 타이밍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차은수의 고개를 놓아주고 두 손을 그의 가슴 위로 올렸다. 바짝 일어서 있던 돌기가 손바닥에서 구르는 감각이 몹시도 꼴렸다. 욕망을 참지 않고 젖꼭지를 가학적으로 꼬집었다. 차은수가 아프다는 듯이 어깨를 움찔 튕겼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두가 어디까지 늘어나나 실험이라도 하듯 길게 잡아당겼다. 차은수는 묶인 손을 꿈지럭대며 복부에 힘을 주었다. 쾌감 섞인 통증에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크, 윽……!”
꽈악 조여든 배 속이 저를 탐하던 거근을 벌이라도 주듯 압착했다. 황홀하기 짝이 없는 벌이었다. 주청경은 차은수의 머리에 얼굴을 묻으며 허릿짓을 멈추었다. 매끄럽고 눅눅한 장기를 밀어내며 자리 잡은 좆에서 정액이 울컥거리며 내뿜어졌다.
차은수는 뒤에서 뻗어져 나온 팔에 어깨와 허리가 감긴 채, 옴짝달싹도 못하고 좆물을 받아 냈다. 약 때문일까……. 몸속에 타인의 체액이 흩뿌려지는 감각이 오늘따라 유난히 자극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뒤따르던 찝찝함이나 선뜩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주청경은 제 위에서 늘어진 채 할딱거리는 차은수의 정수리를 눈에 담았다. 턱을 잡아채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정신 차려요. 벌써 이러면 앞으론 어쩌려고.”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 장본인이 뻔뻔스럽게 말했다.
차은수는 온전치 못한 의식임에도 기가 막혔다. 몸은 물론이고 안면 근육까지 흐물거려서 표정 관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래도 스스로가 정한 역할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쥐어짰다. 엄지로 턱선을 훑어 오는 손길을 피하듯 고개까지 틀었다.
“흐으아…….”
뭐라고 웅얼거리는 건지. 주청경이 차은수를 빤히 주시했다.
이윽고 차은수의 뒤통수로 손을 옮겨 재갈을 풀어 주었다. 불긋한 자국이 남은 입가가 드러났다. 차은수가 젖은 입술을 힘겹게 움직였다.
“그만…….”
“…….”
“그만해…….”
존대마저 내팽개친 채 서럽게 눈물을 쏟아 낸다.
“형. 형한테 갈래. 형한테 보내 줘요.”
“은수 씨.”
“형이…… 절 여기 보냈을 리가 없어요.”
자신이 아는 차은혁은 저를 이런 식으로 취급당하게 둘 리 없다고. 형제였던 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무의식중에도 드러내고 있었다.
주청경은 급속도로 기분이 나빠졌다.
“그럴 리가…….”
“차은수 씨.”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은수의 말을 끊었다.
“현실은 빨리 인정할수록 현명한 거예요. 그래야 헛된 꿈을 계속 꾸지 않지.”
“……!”
츠으읏. 끈적한 액체로 범벅된 성기가 녹진해진 안에서 빠져나갔다. 내벽이 가차 없이 긁히는 느낌에 차은수가 파드득 몸을 떤 순간이었다.
철퍽! 좆기둥이 구멍을 통과해 체내 깊숙한 곳으로 들이닥쳤다.
“아……!”
폭력적인 자극이 숨을 틀어막았다. 마른 허리가 곡선을 그리며 휘었다.
“이게 현실이거든. 좆이나 받으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거.”
서늘하게 내리깔린 목소리가 못 박았다.
주청경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차은수를 제 품에 욱여넣으며 격렬히 거근을 쳐올렸다. 경악스럽게도 아까보다 더 난폭했다. 차은수의 짓무른 눈이 활짝 벌어졌다.
“끅……! 흐아앗!”
온몸이 주청경에게 뒤덮인 채 강제적으로 웅크려진다.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과 엇박자를 이루며 아래에서 쳐들어오는 충격이 너무 커서, 머리까지 쿵쿵 울렸다. 뱃가죽을 안쪽에서 두드리다 못해 뚫고 나올 것 같은 좆질이었다.
“아악! 잠, 흑, 아아아……!”
감당하기 힘든 쾌락에 차은수가 자지러졌다. 주청경은 그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었다.
“걱정 마세요. 내가 도와줄 테니까.”
“하으윽, 응, 아흑!”
“금방,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일견 친절하게 들리는 말은…… 사실상 희망이라곤 전혀 없을 미래에 대한 통보였다.
주청경의 품속에서 마구 들썩이던 차은수는 지독한 전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