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피부에 눈꼬리가 올라간 남자가 눈을 떴다. 옷을 입지 않은 상반신이 일으켜 세워졌다. 균형 있게 잡힌 근육이 꿈틀거렸다.
“윽…….”
끼기기긱. 듣기 싫은 이명이 들려와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피부에 닿아 오는 이불의 감촉은 불쾌할 정도로 선명했다.
최근 들어 더욱 지독해진 증상에 속이 뒤집힐 듯 울렁거렸다. 온 세상이 작정을 하고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려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청경은 신경질적으로 침대 밑에 다리를 내렸다. 그러고는 괴로움이 비교적 가라앉을 때까지 손으로 얼굴을 덮고 씨근댔다.
근래 능력을 빈번히 사용하기는 했다. 타인의 육체를 빼앗는 일은 큰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지 않다면 삼갔는데…….
“수장님.”
절도 있는 노크 소리 이후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바깥에 선 자가 심복임은 진작 알아차린 상태였다.
손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방문이 달칵 열렸다. 조용히 안쪽으로 들어선 노인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거두절미하고 보고를 올렸다.
“차은혁 팀의 훈련이 마무리되어 간다고 합니다.”
“며칠 내로 기지에 진입하겠군요.”
“예.”
노인이 공손히 수긍했다.
“저희도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
주청경이 얼굴을 끄덕였다.
차은혁과 세운 계획은 뜯어보면 세밀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단순했다. 차은혁을 주축으로 구성된 테러 전담 팀 및 지원 병력이 기지를 습격하기 전, 자신의 조직이 먼저 그와 합의한 시간에 나선다.
장희강 측에 이중으로 대미지를 입히는 것과 더불어, 자신과 차은혁이 손을 잡았음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한 의도였다.
……장희강.
주청경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장희강은 지도자가 되기에 부적합한 존재였다. 살아온 세월이 긴 만큼 문드러진 파장을 지닌 그는, 현재 이성이라고 할 게 남아 있지 않았다. 어렸을 적 그에게 거두어져 오랫동안 함께했던 자신은 알고 있었다.
과거에는 에스퍼나 가이드로 각성한 이들을, 소중한 인적 자원을 아낄 줄 아는 인물이었으나……. 지금은 본인의 심경 변화에 따라 그들 역시 아무렇지 않게 죽여 버린다. 기실 그럴 때의 장희강은 광증이 도졌다고 보아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한 모습에 반발심을 지닌 에스퍼들은 주청경 자신을 따르기 시작했고, 어느 날 장희강은 그 대부분을 색출해 내어 학살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장희강을 적대할 명분은.
하지만, 차은혁과의 계획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심산이다.
그는 기지가 아닌 차은수의 거처로 향할 예정이었다.
……부럽기도 하지.
차은혁은 어떻게 그 수많은 인구 중에 동생이 가이드인 걸까. 심지어 동급으로 추측되는 수준에, 자신의 상태가 엉망이 되었는데도 그 원인인 형을 감쌀 정도로 착해 빠진 동생이다.
말도 안 될 만큼 낮은 그 확률을 뚫고 진즉에 구원받은 차은혁. 주청경은 그가 굉장히 부럽고 화가 났다.
“…….”
뭐, 아무렴.
이제 차은수는 차은혁의 동생이자 가이드가 아니라, 자신의 가이드로서 살아갈 테니 상관이 없었다.
장희강에 대한 복수는 차은혁을 이용해 진행하고 그사이에 차은수를 챙긴다. 노인의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이야기는, 가이드를 데리러 갈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주청경은 저에게 잡혀 놀랐던 얼굴을 되새겼다.
두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
제 바람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심태성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상태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가 사랑하는 청년이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고, 이웃도 없는 조용한 집에는 둘뿐이라니.
정말이지 귀중한 하루하루였다.
입이 쓰지만……. 차은혁이 돌아온다면 요즘처럼 매일 잠자리를 함께할 수는 없을 테니까.
심태성은 전날 몸을 섞은 흔적이 그득한 차은수의 나신을 내려다보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차양을 친 얼굴은 깊은 잠에 빠져 고요했다.
불쑥 고개를 치켜드는 애틋함을 참지 못하고, 희고 동그란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으음…….”
차은수가 잠기운에 물든 소리를 흘리며 뒤척였다. 머지않아 눈꺼풀이 미약하게 떨리더니 고운 눈동자가 드러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푸스스 웃는 얼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로를 탐구했던 관계에 있어서, 꼭 붙어 아침을 맞이하는 상황이 부끄러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차은수는 애교를 부리듯 가슴에 볼을 비비적거려 왔다. 잠결에 좀 더 풀어진 행동을 하는 것임은 인지하고 있으나, 그 사랑스러운 모습과 나체의 감촉에 심태성은 아랫도리 사정이 난감해졌다.
“아…….”
차은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허벅지로 부피감 있게 와 닿는 물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잠시 시선이 충돌했다.
“죄송합니다.”
요새 들어서 자신은 이미 충분히 차은수를 괴롭히고 있었다. 아침만큼은 힘들게 굴고 싶지 않았다. 욕구를 무시한 채 몸을 일으키려던 타이밍이었다.
“경호원님.”
얼굴에 홍조가 어린 차은수가 그를 제지했다.
“죄송하실 거 없어요. 저는…… 좋아요.”
“…….”
심태성이 멈칫하고서 차은수를 내려다보았다.
차은수는 이불이 덮인 그대로 심태성의 위에 올라갔다. 보들보들한 살결이 단단한 근육을 지그시 눌러 왔다. 폭신한 엉덩이 사이로 사내의 발기한 좆이 끼워졌다.
심태성은 길게 숨을 내쉬면서 복근을 움찔거렸다.
“응…….”
차은수 역시 야릇한 비음을 흘리며, 매트를 짚고 심태성 쪽으로 상체를 숙였다. 그 자세에 두 사람의 얼굴 또한 맞닿을 것처럼 밀착되었다. 심태성은 색기가 흐르는 차은수의 미안을 눈길로 탐하다, 이내 고개를 틀어 입술을 삼켰다.
“흐음, 웁.”
팔을 내려 탐스러운 엉덩잇살도 콱 움켜쥐고 벌렸다. 딱딱해진 육봉이 미끄러지듯 입구를 찾아내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신의 집에 들어서는 주인처럼, 가차 없이 그곳을 꾸욱 뭉개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밑구멍이 익숙한 대물의 모양에 맞추어 서서히 벌어졌다.
“으읍……! 흣, 하앗……!”
물건을 받아들일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래 왔듯이, 차은수가 입술을 뿌리치며 교성을 질렀다. 심태성은 삽입을 마쳤음에도 양손에 들어오는 엉덩이를 놓지 않았다. 탱탱한 살을 거칠게 주무르며 좆을 쳐올렸다.
“후우, 흡.”
“앗, 하으, 응!”
맹렬한 허릿짓에 의해 차은수의 몸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그 들썩임을 버티지 못한 이불이 스르륵 아래로 떨어졌다. 하얗게 빛나는 어깨가 드러나며 심태성의 이목을 앗아 갔다.
심태성은 아프리만치 당겨 오는 하체를 느끼며, 한쪽 손으로 차은수의 등줄기를 쓸며 올라가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제 쪽으로 당겨 왔다.
다시금 내려오게 된 얼굴은 잔뜩 느끼는 표정이었다. 아미를 한껏 찡그린 채 끊기는 신음을 터뜨리는 것이 사내의 흥분을 촉진했다.
“흐아, 아!”
주어지는 열락에 몸을 맡기고서 마냥 흔들리던 차은수가 태도를 달리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심태성을 사이에 두고 주저앉은 두 다리에 바짝 긴장을 가하며, 허리를 살살 돌린다. 먼젓번보다 조금 더 적응이 된 듯한 몸놀림이었다. 그 요분질에 따라 차진 구멍이 육중한 성기를 요사스럽게도 오물거려 댔다.
“후응! 아으, 하앗!”
아래로 풀썩풀썩 떨어질 때마다 조여 대는 내부에 심태성이 이를 악물었다. 방심하면 금방이라도 싸지를 것만 같았다.
“크윽……!”
“흐으응! 뜨, 거워, 엇……!”
야하게 풀린 눈으로 웅얼거리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지나친 자극을 안겨 온다. 확실히, 아까 떨어져 내려 이제 차은수의 골반 부근을 덮고 있는 이불이 접합부에 열기가 더욱 고이게끔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관계를 해도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심태성은 결국 이번에도 굴복하고 말았다.
“……!”
예고 없이 일어나 앉은 심태성으로 인해 거대한 살기둥이 차은수의 깊숙한 장기를 짓쳤다. 두 눈이 크게 벌어진 차은수가 반사적으로 발버둥을 치고 말았다.
“아아, 아!”
그러잖아도 쾌감에 울던 차였는데, 거의 충격적인 쾌감이 급습해 오자 반응이 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도 심태성을 매번 돌아 버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사내는 늘씬한 육체를 어렵지 않게 붙들면서, 잇새로 낮게 신음했다.
푸욱푸욱. 흉악한 좆질이 이어졌다. 촉촉한 엉덩이 사이로 검붉은 성기가 제 모습을 감추며 양껏 내벽을 범했다. 원래도 뜨거운 안쪽이 마찰열에 달구어져, 차은수는 이러다 아래가 녹아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침대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진동했다.
점점 속력을 높이는 기계처럼 푹푹푹 쑤셔 오는 물건이 얇은 뱃가죽 밖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차은수가 힉힉 숨을 들이켜며 발가락을 오므렸다.
심태성은 청년의 깨끗하고 긴 목을 크게 베어 물었다가, 잘 익은 과실처럼 달아오른 입술을 다시 삼켰다. 달짝지근한 교성이 막혀 비음으로 흘러나왔다. 크기가 다른 발간 혀들이 마구 얽히며 육욕에 충실하게 움직였다.
이제 막 실내에 햇빛이 들이치기 시작한 이른 시간.
두 사람은 먹고 먹히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