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공황에 빠진 순간이었다.
다시금 발밑이 훅, 까마득한 곳까지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
휘이이. 찬 바람이 피부를 할퀴었다.
질끈 감았던 눈이 저절로 떠졌다.
시야가 도시의 풍경으로 꽉 찼다. 까만 밤 속에서 무수히 많은 불빛이 반짝였다. 나는 내가 다녔던 회사의 옥상에서,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다른 기억인가.
나는 문득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뽀얀 입김이 허공에 번졌다. 근무 도중 답답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곧잘 이곳에 올라와 바람을 쐬고는 했었다.
이내 나는 자리를 뜨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멀찍이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을 마주했다.
“시, 아, 깜짝이야.”
화들짝 놀란 나는 겨우겨우 욕설을 삼켰다.
체격이 무척 큰 성인 남성이었다. 바지는 그렇다 쳐도, 달랑 몸에 달라붙는 셔츠 한 장만 입은 모습이…… 절대 날씨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외투도 두 겹은 입어야 될 것처럼 추운 이 날씨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추위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거리가 있어서 생김새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얼굴을 보며 물었다.
“괜찮으세요?”
“…….”
“옷을 너무 얇게 입고 계신 것 같은데.”
이 겨울에.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때였다.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뭔가 싶어서 물끄러미 지켜보는데…….
너무 똑바로 나를 향해 직진해 온다. 누구라도 이상히 여기고 당황할 법한 행동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등에 난간이 닿았다. 흠칫하고서 황급히 뒤와 상대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그리고, 시발.
가까워진 상대의 외모가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몸속에서 상황을 지켜만 보던 나는 넋이 나갔다.
말도 안 돼.
……장희강.
장희강이었다.
그러잖아도 혼란에 잠겨 렉이라도 걸린 것처럼 버벅거리던 뇌가 아예 작동을 멈추었다.
어떻게 장희강이 전생에서……?
“…….”
장희강은 긴 다리로 금세 지척까지 다가왔다. 코앞에서 대면하게 된 그의 얼굴은…….
울면서 웃고 있었다.
내면에서 들끓는 복합적인 감정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듯, 눈물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입꼬리를 올린 모습. 흥분과 환희만큼은 분명히 드러난다. 함부로 시선을 뗄 수 없는 미치광이 같은 분위기였다.
장희강은 당혹스러운 표정의 내 몸을 거세게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처럼 옭아맨 채로, 숨도 못 쉴 만큼 강하게.
“……!”
상대방의 기세에 압도되어 굳어 있던 나는, 뒤늦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
엄청난 근력 차이가 느껴졌다. 장희강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쉽사리 내 목에 얼굴을 묻으며 체취를 맡기까지 했다.
노출된 피부로 내려앉는 콧날과 차가운 입술의 감촉에, 내가 숨을 헉 들이켠 찰나였다.
몸이 살짝 떨어지더니, 곧장 가슴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꽂혔다.
“아윽……!”
육체가 느끼는 격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왔다. 한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고개가 절로 꺾이고, 두 눈은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벌벌 떨리는 고개를 내렸다. 장희강이 내게 박아 넣은 단도에서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