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태성은 차은수를 묵묵히 살폈다. 차은수는 새로 들어와 지내기 시작한 저택 근처의 호숫가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담요를 둘둘 감은 채 햇살을 받고 있는 얼굴이, 마치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는 듯 보였다.
근래 들어 자주 그랬다. 새집에 들어올 때도 일말의 설렘조차 보이지 않았다. 역시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를 믿는 것이 아니었다.
“도련님, 전화가 걸려 온 것 같습니다.”
“……아.”
지금만 해도 잠든 게 아닌데 눈을 꼭 감고서는, 핸드폰이 울리는 것도 눈치 못 채지 않나.
“감사해요.”
민망한 듯 인사를 건네며 외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러고는 화면도 확인하지 않고 받았다.
“여보세요?”
심태성의 기민한 청각이 스피커가 흘리는 여성의 목소리를 잡아챘다. 차선정이었다.
“네, 어머니. ……그러세요?”
차은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누나도……. 음, 네. 그럼요.”
몇 분 동안 잡담을 이어 가더니 통화를 끝낸다. 차은수는 핸드폰을 도로 집어넣으며 심태성을 쳐다보았다.
“어머니하고 누나가 급히 해외 지사로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이따 오후에 출국한다시네요.”
묘하게 안심이 된다는 기색이었다.
심태성은 의문이 들었으나, 티를 내지 않고 응수했다.
“당분간 못 오시겠군요.”
“그러게요.”
멘탈이 멀쩡하지 않은 듯한 막내가 집을 나간 것이 걱정스러운지, 모녀는 사나흘에 한 번 수준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함께 분가한 차은혁이 장기 임무 탓에 없어 더욱 염려스러울 만도 했다.
이제 그들마저 떠난다고 하니, 한동안 이 집의 인기척은 오직 둘뿐일 것이다.
“경호원님.”
담요를 꼭 여민 차은수가 옆자리를 가리켰다.
“같이 앉아 주시면 안 될까요?”
“…….”
거절할 수 있을 리가.
뒤를 지키고 서 있던 심태성이 차은수의 옆에 앉았다.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수면이 더욱 가까워졌다.
작고 가벼운 얼굴이 너른 어깨에 살포시 기대 온다. 하얗게 빛나는 손은 커다란 손을 부드럽게 잡아 왔다. 야외에 노출된 그 피부가 사뭇 차가워, 심태성은 본능적으로 차은수의 손을 제 손아귀에 품었다.
“숲속이라 그런지 고요하네요.”
차은혁이 골랐다는 현재의 안전 가옥은 산중에 있었다. 겨울이라 앙상한 몸에 눈옷을 입은 나무들과, 가끔씩 들려오는 새소리가 꽤나 평화로워 사람의 심신을 안정시킨다.
그러나 이렇게 고립된 곳은 누군가를 감금하기에도 제격인 법이다. 차은혁이 무슨 의도로 여길 알아봐 두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심태성을 제외하고.
“저 사실……. 무서워서 집에서 나왔어요, 경호원님.”
문득 차은수가 운을 뗐다.
“그날 일을 겪고 나서요. 너무 겁쟁이 같죠?”
“아닙니다.”
감당하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심태성은 씁쓸해하는 차은수의 손을 더욱 힘주어 감쌌다. 섣불리 말로 위로하지는 않았다.
차은수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어 말했다.
“가족들이, 주변 사람들이 다칠까 봐. 저는 그게 가장 두려워요.”
“…….”
“경호원님도요.”
차은수가 고개를 들었다. 영롱한 눈동자가 저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얼굴을 비추었다.
“세상에서 자기 목숨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녕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러니까 경호원님도……. 혹시 위험해지신다면 꼭, 도망쳐서라도 살아 주세요.”
저를 버리고서 무사해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심태성은 청년의 부탁이 무엇이건 결코 무시하고 싶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히 돌려 대답하기로 했다.
“……동생이 있었습니다.”
뜬금없지만 신중하게 꺼내어진 말에, 차은수의 눈이 조금 커졌다.
“그 아이도 가이드였고, 어린 시절 강제로 협회에 끌려갔습니다.”
“……!”
“그때도 지켜 주지 못했는데…….”
커서는 아예 잃고 말았다.
유일한 가족을 잃었을 때의 느낌은 단계별로 달라졌다.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어 아무렇지도 않다가, 장례를 치르면서 분노와 슬픔에 압사당할 것만 같았고, 종당에는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공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의 기분을 되짚던 순간이었다. 손바닥에서 차은수의 손이 꼼지락거렸다. 곧 스르르 깍지를 껴 오는 감각에, 가슴속이 애정으로 그득 차올랐다.
느리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까지 잃고 싶지 않습니다.”
“……경호원님.”
청년의 눈이 안타까움을 품고 잘게 흔들렸다.
비극적인 과거에서 사내가 느꼈을 슬픔을 어떻게 달래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애틋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전달해 오는 것에 조금은 놀란 듯.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서서히 팔을 뻗는다.
머리를 안아 오는 손길에 심태성이 순순히 고개를 숙여 청년의 품에 기대었다.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이 귀를 울렸다.
“아프셨겠어요.”
더할 나위 없이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심태성을 휘감았다. 가는 손끝은 보드랍게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심태성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제 얼굴을 감싼 차은수와 시선을 마주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겹쳤다.
물컹하고 따뜻한 부위가 맞붙으며 온기를 나누었다. 심태성은 고개를 틀어 차은수의 입술을 열고 파고들었다.
그 힘에 마른 몸이 뒤로 쓰러질 듯 기울어졌다. 자연스럽게 담요가 흘러내렸고, 심태성이 계속 입을 맞추면서 그것을 잡아채 바닥에 던지듯 펼쳤다. 넓게 깔린 담요 위로 눕혀진 차은수가 심태성의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뜨거운 숨을 흘린 심태성은 본능적으로 차은수의 외투를 벗기려다가 멈칫했다. 이렇게 추운 바깥에서 일을 치르면 차후 감기를 앓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차은수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양 매달려 오며 혀를 빨기 전까지는, 그래. 그 정도의 이성이 있었다.
심태성은 머리까지 열이 솟구치는 느낌에 목울대를 울렸다.
“흐읍……!”
한순간에 눈빛이 바뀐 심태성이 가느다란 뒷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며 입 안을 휘저었다. 빨라진 페이스를 따라오기 버겁다는 듯 차은수가 눈을 깜작였다.
입맞춤에 집중하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외투가 벗겨진 상태였다. 상의 안으로 거친 손이 들어와 살결을 탐했다. 예민한 허리선을 훑는 손길에 차은수의 혀가 파르르 떨렸다.
두꺼운 니트가 말려 올라갔다. 공기 중에 노출된 흰 피부가 추위를 호소하며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심태성은 입을 떼어 내고 얼굴을 내려, 그것을 있는 그대로 핥아 올렸다.
“흣, 하으응.”
허기진 짐승에게 맛보아지는 듯한 기분에 차은수가 움찔거렸다. 추위가 아닌 성감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고운 얼굴이 흐트러진 입김을 내뿜었다.
이윽고 한껏 곤두선 유두까지 타액에 흠뻑 적셔 가며 농락당할 때였다. 심태성의 다리 사이에 갇혀 있던 차은수가 한쪽 무릎을 세웠다. 두둑하게 커진 고간을 뭉근하게 문지르는 움직임에 심태성이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열기가 들끓는 사내의 눈빛이 상기된 얼굴을 쳐다보았다. 차은수는 달뜬 목소리로 그를 재촉하듯 불러 왔다.
“경호원님…….”
“…….”
아래가 아플 정도로 팽창했다. 심태성은 이를 악물고 차은수의 바지를 쑥 내려 옆으로 치워 버렸다. 이어 저 역시 버클을 풀고 지퍼를 열어, 망측할 정도로 몸집을 부풀린 좆을 꺼냈다.
늘씬한 다리를 벌리고 자리 잡은 그가 차은수의 골반을 양손으로 붙잡고 끌어 내렸다. 맨다리가 심태성의 허리에 사르르 감겨 왔다.
“아읏! 아!”
뽀얗게 드러난 엉덩잇살 사이를 두꺼운 귀두가 비볐다. 심태성이 전희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알고 있는 차은수가 기대감에 하체를 가늘게 떨었다.
밝은 대낮의 하늘이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시간은 많았다.
***
“우읍, 욱, 응!”
가이딩이 충족됐건 아니건 섹스를 잇는 일에 적응이 된 지 오래였다. 안정적인 심태성의 파장을 느끼면서 니트를 꽉 물었다. 한참 전에 나를 엎드리게 만든 심태성이, 제가 걷어 올린 내 상의의 끝부분을 입에 물려 왔기 때문이다.
그 덕에 훤히 드러난 젖꼭지를 심태성은 수월하게 꼬집고 비비며 쓰라릴 정도의 거친 자극을 선사해 왔다. 동시에 부들부들 떠는 등에도 이를 세워 흔적을 남겨 댄다.
물론 압권은 내 체내를 미친 듯이 드나드는 흉물이었다. 나는 담요를 짚고 엉덩이를 치켜든 채 앞뒤로 들썩였다.
“흐윽! 웁!”
“윽……!”
모터라도 달린 것처럼 달려들던 심태성이 꽉 문 잇새로 신음했다. 곧 마찰열이 오른 안쪽에 꿀렁거리며 뜨거운 씨물을 배출하기 시작한다.
이미 두 차례의 사정을 받아들였던 터라, 진심으로 배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 아아……!”
결국 니트를 뱉어 내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흐느꼈다. 몇 번째인지 모르게 축축해지는 내 물건이 느껴졌다.
심태성도 내부가 포화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천천히 제 성기를 빼내었다. 그 직후 털썩 쓰러지려는 내 몸에 팔뚝을 둘러 지탱했다.
벌어진 밑구멍에서 후드득 덩어리져 떨어지는 정액이 느껴졌다. 체액으로 잔뜩 젖은 엉덩이가 겨울바람에 싸늘하게 식으며 절로 몸이 벌벌 떨리게 만들었다.
“후우……. 도련님.”
푹 가라앉은 음성에서 꺼지지 않은 육욕이 느껴졌다. 나는 가슴팍 앞쪽으로 가로질러진 심태성의 팔뚝을 붙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퍼뜩 생각했다.
지금이야말로 차내보다 더 완벽한 야외가 아닌가.
어쩌면 심태성의 욕구를…….
“……!”
퍽, 아직 좆물을 토해 내고 있는 아랫구멍에 예고 없이 육봉이 틀어박혔다. 단번에 극점을 긁고 올라가 끝까지 닿는다.
“악, 아……! 하아앗!”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경련하다가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심태성은 오늘도 나를 딱 죽기 직전까지 봐주지 않을 심산인 듯싶었다. 마구 진동하는 내벽을 잔인하리만치 푹푹푹 뚫어 온다.
“겨, 윽! 경, 흐아!”
부르면 부르는 대로, 부르지 못하면 부르지 못하는 대로 꼴리는지 좆질은 절대 약해지는 법이 없이 오히려 더 격렬해졌다.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나와 볼을 타고 뚝뚝 흘렀다.
제3의 눈으로 엿보았던 진실들과, 앞날에 대한 계획……. 그냥 모든 복잡한 생각이 아득하게 날아갔다.
나는 사물의 식별조차 어려워질 만큼 쾌감에 찬 채로 이리저리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