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공간. 근육질의 중년 에스퍼가 하얗고 마른 가이드를 제 허벅다리 위에 앉힌 채 미친 듯이 남근을 쳐올렸다. 체구 차이로 인해 너른 품에 푹 파묻힌 나신이 이리저리 낭창거렸다.
차은수는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신음했다.
“하으, 응, 흐읏.”
“후, 후우.”
뒤에서 차은수를 끌어안은 장희강 역시 열기로 물든 숨을 내뱉었다. 반듯한 이마를 타고 한 줄기 가느다란 땀이 흘렀다. 쾌락을 찾아 몇 번이고 운동을 거듭한 까닭이었다.
아래에서 위로 작살처럼 꿰뚫어 오는 성기에, 한껏 충혈된 구멍이 찔꺽찔꺽 비명을 지르며 하얀 거품을 내뱉었다. 장희강의 허벅지와 세차게 맞붙는 피부 역시 빨갛게 달아오른 지 오래였다.
차은수는 속수무책으로 성기가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쾌감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나간 듯도 했다.
스스로를 내려놓은 그는, 자신을 올가미처럼 감싼 장희강의 팔을 붙잡았다.
“크, 윽.”
장희강은 여유라고는 전혀 없이 좆질을 해 가며, 고개를 숙여 차은수의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분을 잘근거렸다. 야들야들한 살결에 잇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민감하게 달구어진 몸이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차은수는 발긋해진 얼굴로 아래를 바르르 떨었다.
“흐아, 읍……!”
단단한 손이 차은수의 얼굴을 쥐고 돌렸다. 입술이 조급하게 겹쳤다. 금세 안쪽을 가르고 들어서는 혀에, 차은수가 그것을 얌전히 받아 물었다. 거부하던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츠읍, 츄웁. 저를 욕망하는 사내의 위아래 살기둥을 모두 삼킨 채로, 엉덩이까지 살살 움직인다. 이제는 장희강과 마찬가지로 그저 성감에 몸을 맡긴 음란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흥분이 불타오른 장희강이 으르렁거리며 허릿짓의 속력을 높였다.
“음, 으응!”
힘을 받고 서기는 했으나, 이미 하도 사출해 절정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성기가 통통통 튀었다. 차은수는 장희강의 팔 근육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목을 울렸다.
꼿꼿이 선 불그죽죽한 거근이 제 씨물로 흠뻑 젖은 채 작은 엉덩이 사이를 광포하게 쑤셨다. 훤히 드러난 차은수의 배꼽 위쪽으로까지 장희강의 양물 윤곽이 불룩불룩 튀어나오기를 반복했다. 차은수는 장희강의 혀를 물고서 벌벌 떨었다. 아래가, 배 속이 너무 뜨거웠다.
퍽퍽, 퍽!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상하 운동이 끝났다. 은밀하고 여린 장기를 파고든 육봉이 부르르 경련했다.
“……!”
손가락은 결코 닿을 수 없는 부위에 좆물이 퍼졌다. 차은수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휘었다. 장희강은 그런 차은수를 품에 내리누르며 완벽히 가두었다. 조금이라도 결합이 얕아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끝날 때까지 그는 입술마저 놓아주지 않았다. 숨넘어갈 듯 끅끅대는 차은수의 입 안을 범하던 장희강은, 어느 순간 조용해진 차은수를 내려다보았다.
눈물에 푹 젖은 속눈썹이 내려가 음영을 드리운 낯은 누가 보아도 의식이 없었다.
아무래도 까무러친 모양이었다.
“…….”
장희강은 차은수의 입술을 한 번 빨고 고개를 물렸다. 손아귀에서 힘없이 늘어진 얼굴은 한눈에 보기에도 색사를 치른 이의 것이라, 시야에 담기만 해도 대단히 꼴렸다.
“차은수.”
말을 처음 배운 이처럼 낯설게 중얼거린다. 짙은 흑안에 이성이 깃들었다.
“차은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위까지.
생소한 무언가가 영혼을 채웠다.
자신은 난생처음, 누군가를 갈애하고 있었다.
***
약자들이 만든 무수한 체계에 얽매여,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회. 장희강은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여겼다. 통치권자는 명확한 신념과 강한 힘을 가진 자여야 옳다. 그러니 그에게는 변혁을 일으킬 자격이 충분했다.
일반인은 마땅히 지배받는 국가. 군사력이 강화된 국가. 그 두 가지를 중점으로 여러 세부 계획을 세웠다.
과거에는.
하지만 가이딩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엉망진창이 된 파장이 정신을 본격적으로 무너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후로는 사실상 살육을 목적으로 한 쿠데타를 일으킬 생각뿐이었다.
미쳐 가는 스스로를 인지한 어느 날, 장희강은 생각했다.
에스퍼는 어째서 가이드를 필요로 해야 하는가.
이래서야 제 힘은 온전한 제 것이 아니지 않나.
현실이 원망스럽고 분노가 치밀어, 하마터면 조직 소속의 가이드를 죽일 뻔했었다. 이어 그 사건을 계기로 가장 믿음직스러웠던 수하 주청경이 조직 내에서 스스로의 세력을 키웠다.
그리고 그는 기어코 떠났다.
배신자 또한 같은 S급 에스퍼였음에도 장희강 자신보다는 늦게 발현했다는 이유로, 아직 정상적인 사고를 할 여유나마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미래도 다를 바 없으리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한 듯했기에, 그것이 장희강으로서는 퍽 우스웠다.
앞으로도 동급 가이드가 나타날 가능성은 전무하리라 확신했기에.
가이드 자체가 부족한 세상에서 S급 가이드가 웬 말일까. A급이라도 나타난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지 데려올 터다.
체념은, 까마득한 시절에 진작 했다.
“…….”
그리고 그 체념에 종지부를 찍은 오늘.
일어날 리 없다고 믿었던 일이…… 기적이 벌어졌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세상에 없고, 없으리라 믿었던 존재가 돌연 나타난 기분이란.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기꺼이 이성을 내려놓은 채 차은수를 탐했다. 가이드가 눈앞에 나타났음을, 제 품에 들어왔음을 온전히 실감할 때까지.
애초에 길고 긴 시간을 넘어 자신의 가이드를 만났는데,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안긴 채 기절해 있는 차은수를 내려다보았다.
피가 흐르다 굳은 손목과 목, 짐승에게 물어뜯긴 듯한 잇자국들과, 정액 범벅이 된 복부와 하체.
자신의 흔적들로 엉망이 된 모습에 기이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동시에, 아직 한참 모자란 듯 육욕 역시 들끓었다.
“으으…….”
보기 좋게 도톰한 입술 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 그의 안에 들어차 있던 좆이 발기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장희강은 차은수의 늘씬한 배꼽에 고인 음액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그러다가 천천히 내려가, 지친 듯 처진 차은수의 성기를 쥐었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말랑한 성기가 거친 손놀림에 쓸리며 붉어졌다.
“흐으읏.”
장희강에게 기대듯 안겨 있던 차은수가 눈썹을 찌푸리며 뒤척였다. 격렬했던 가이딩으로 체력이 모두 소진된 터라 쉽게 깨어나지는 못할 듯했다.
힘없이 흘러내리는 몸을 추스른 뒤, 장희강은 물건을 삽입한 상태로 차은수의 몸을 손쉽게 돌렸다. 마주 보게 된 차은수를 눕히자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흩어졌다. 그 주위를 짚은 장희강이 따끈한 뺨에 입을 묻고서 허리를 쳐올렸다.
힘이 풀린 엉덩이 사이를 육중한 남근이 푹푹 찔렀다. 여러 차례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방 힘을 얻어 부피를 키운다. 정사에 집중한 에스퍼의 팔에 선 힘줄이 불뚝거렸다.
“흡, 큿. 크읏.”
헐떡이는 숨이 잠든 가이드의 귓가에 흩뿌려졌다. 장희강은 차은수의 뺨에서 턱으로, 턱에서 목으로 입술을 느리게 옮기며 내려갔다.
이윽고 앙증맞은 유두에 도달했다. 쾌감을 느껴 톡 튀어나온 돌기를 입 안에 담고 혀로 굴리자, 위쪽에서 달짝지근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더불어 옴찔거리는 구멍의 움직임도 느껴졌다.
장희강은 그 감각을 만끽하며 물기 어린 소리가 나도록 젖꼭지를 빨아 댔다. 빨판처럼 흡착해 오는 입놀림에 젖꼭지가 음탕하게 젖어 갔다. 녹진녹진한 안쪽까지 더욱 뜨겁게 녹아내리며 육봉을 우물거렸다.
요사스러운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사정감이 솟구쳤다. 입술을 뗀 장희강은 턱 근육이 두드러지도록 이를 악물었다.
퍽퍽퍽!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봐주기는커녕 더 난폭하게 좆질을 해 댄다. 차은수의 몸이 가여울 정도로 들썩였다.
“으응, 응.”
좋은 듯도, 괴로운 듯도 한 차은수의 신음이 험한 동작 탓에 뚝뚝 끊겼다. 장희강은 그 소리를 음미하면서 손을 내려 차은수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척척하면서도 폭신한 감촉이 흥분을 부채질했다.
탐스러운 그곳을 주물럭거리며 좆을 들이박자, 머지않아 차은수가 눈을 떴다.
잠들어 있던 저마저 범하던 에스퍼와 시선이 마주쳤다.
“흐아, 앗, 아.”
얼마 정신을 놓고 있지도 못한 차은수에게 이 상황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배 속을 점령한 좆이 가져다주는 열락 역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아니, 그쪽이 훨씬 컸다. 그는 힘에 부쳐 하면서도 달뜬 얼굴로 색스럽게 울었다.
“아아……! 하으읏!”
“헉, 크윽.”
“좋, 아앗, 흐응!”
머릿속까지 정액으로 그득해진 것만 같았다. 차은수는 기력이 없어 바들바들 떨리는 종아리로 장희강의 옆구리를 조였다.
같은 남자의 씨물을 받는 것에 익숙해진 몸은, 단순히 극점을 눌리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컸던 자극을 찾아 헤맸다.
더 세게, 더 깊게. 본능만이 남은 차은수가 아래에 힘을 주었다. 타이밍을 맞추어 들어온 남근을 내벽이 꽉꽉 물어 댔다.
“큽……!”
좆이 씹어 먹히는 황홀한 감각에 장희강이 고개를 젖혔다. 만면이 욕정으로 일그러졌다.
곧, 그는 차은수의 몸을 둘로 쪼갤 것처럼 달려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