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원통한 일은, 일하다가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야간 근무를 하다가 죽었다. 회사에 난입한 웬 괴한의 칼에 찔려서.
다음 생에는 금수저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
그리고 환생했다. 재벌가 막내아들로.
아무래도 죽기 전에 빈 소원은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오.”
핸드폰으로 내 계좌를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어려서부터 받아 온 용돈을 모아 둔 것뿐이지만 숫자 단위가 어마어마했다. 이 정도면 독립해도 평생 돈 많은 백수로 살 수 있겠다.
온순하고 착하게 굴어 집안 어른들의 예쁨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전생에서도 그런 성격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원하는 바를 곧잘 얻어 냈던 터라, 환생 이후에도 그렇게 지내 왔다.
너른 침대 위를 행복하게 뒹굴 때였다.
띠링!
갑자기 촌스러운 효과음과 함께 허공에 홀로그램 같은 창이 떴다.
[차은수 님께 드리는 환생자 특혜!]
[S급 가이드로 발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하마터면 집어던질 뻔한 핸드폰을 꼭 부여잡았다.
뭐야, 이거.
[나라의 평화를 지키자!
당신의 가이딩이 필요한 에스퍼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폭주하면 대한민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어서 가이딩을 통해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 주세요.
성공 시: 생존
실패 시: 사망]“S급 가이드? 퀘스트?”
반사적으로 혼란스럽게 중얼거렸다.
지금 내가 최상위 등급의 가이드로 발현했다고?
그리고 그걸로 특정 인물들을 도와라?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아, 그렇지.
웹소설에서 많이 읽었다.
시스템이 주인공에게 강제 퀘스트를 안기면서 존나게 굴리는 스토리.
“시발.”
기가 찼으나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이미 비현실적인 현상을 몸소 겪어 본 덕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새로 태어나는 게 어디 정상인가.
게다가 이 세계는 전생과는 사뭇 달랐다.
이곳은 인류가 에스퍼, 가이드, 일반인으로 나뉜다.
에스퍼는 초능력을 쓰는 존재인데, 힘을 쓸수록 체내의 파장이라는 것이 뒤틀렸다. 그것을 다스려 주는 상대가 가이드, 해당 행위를 가이딩이라고 한다.
가이딩을 못 받아 결국 파장이 망가지면 에스퍼는 폭주했다. 보통 자기가 가진 힘을 사방팔방 흩뿌리면서 날뛰었다. 그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에스퍼의 등급이 높을수록 방대해지고.
에스퍼에게나 국가적 차원에서나 가이드는 꼭 필요한 존재인 셈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가이드의 수는 에스퍼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러니 당연히 높은 등급의 가이드가 나타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그런데 내가 S급 가이드가 되었단 말이지.
“…….”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해 보았다.
몸에 아무 변화도 안 느껴지는데.
에스퍼랑 만나 봐야 알 수 있나?
[퀘스트 팁이 주어집니다.]
[폭주 위험군 명단]여러 인물의 정보가 사진과 함께 촤르르 뜨며 내 시선을 앗아 갔다.
“미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 집안 맏이인 형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놀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