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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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강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
나는 내심 긴장이 탁 풀렸다.
꽤 분노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인 걸 알고도 도망쳤다고 하면, 더 열받아 할 줄 알았지.
……아, 이젠 내게 도망칠 구석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건가.
그 순간이었다.
와장창, 글라스가 산산이 깨졌다.
“……!”
깜짝 놀란 내 어깨가 높게 튀었다.
장희강이 힘 조절을 하지 못하고 잔을 부수어 버린 것이다.
어…….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닌가 보네.
나는 동그래진 눈으로 바닥에 흩어진 유리를 내려다보았다. 반짝이는 가루들을 보고 있자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런.”
장희강이 스스로의 실수에 혀를 찼다. 단단한 손바닥은 파편 하나 박히지 않고 멀쩡한 상태였다.
그가 손을 깨끗이 털고 일어섰다. 이내 나를 번쩍 들어 식탁 위로 올렸다. 혹시라도 내가 파편들을 밟을까 봐 신경을 쓰는 듯했다.
문득 그가 내 손목을 아작 냈던 상황이 떠오르며 괴리감이 느껴졌다. 물론 선호 키워드가 유혈이라고 해서 섹스할 때마다 피를 본 것은 아니었고, 평소에도 지금처럼 나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이기는 한데…….
……으, 시발.
술기운에 눈앞이 빙글 돌았다. 휘청거리며 장희강의 어깨를 짚었다. 움켜쥐고 있던 꽃이 툭 떨어지고 시선이 마주쳤다.
조금 취해서 그런가.
밝은 곳에 있는데도 그늘진 듯한 이목구비가, 오늘따라 더 완벽해 보인다.
“…….”
겁에 질린 척 눈길을 피했다.
장희강은 내가 자신을 무서워해도 상관없어하는 편이었다. 아니지, 오히려 선호했다. 부들부들 떨면서 제 말을 듣는 꼴이 취향이지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을 거라고 여긴 찰나.
그가 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장신의 그림자가 나를 뒤덮었다. 이윽고 눈물 자국이 남은 내 얼굴을 쓰다듬어 온다.
“기분 나쁘다고 때리는 취미는 없으니……. 걱정 마라.”
“…….”
이미 혹독하게 굴려진 바가 있던 나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웃기지도 않지. 양심 어떻게 된 일이냐.
……근데 따지고 보면, 기분 좋을 때 지랄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내 볼을 지분거리던 장희강이 가까이 다가왔다.
“눈.”
짧은 명령에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묵색 눈이 깜빡임조차 없이 나를 삼켰다.
와인 향에 물든 숨결이 뒤섞인다.
입술이 맞닿았다. 진득이 빨린 말랑한 표피가 열리고, 내 입 안으로 들어온 혀가 입천장을 문질렀다.
나는 학습된 것처럼 눈을 내리감았다.
***
애초에, 케이크와 와인만 놓여 있기에는 너무 넓은 식탁이었다.
장희강은 탁상에 눕혀진 차은수를 감상했다. 취기에 발개진 뺨과 흐릿한 눈,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
한껏 벌린 다리 사이의 구멍은 이제 익숙하게 좆을 받아 삼키고 있었다.
“하으……!”
작은 구멍을 푹푹 꿰뚫으며 내부를 가차 없이 찌르는 좆에, 차은수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무의식적으로 벌어진 입에서는 달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먼저 한 차례 사정했던 성기가 꼿꼿이 선 채로 맑은 액체를 뚝뚝 떨어뜨렸다.
제법 취했기 때문인지, 주어지는 성감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몰아붙여도 어김없이 참으려는 기색이 비쳤던 여태까지와는 달랐다.
장희강은 꼴리는 동시에, 가이드가 더 큰 쾌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는 사심 섞인 책임감이 들었다.
“우으읏.”
하얀 다리를 제 어깨 위로 올렸다. 몸을 숙이며 차은수를 짓누르자 결합이 훨씬 깊어졌다. 차은수가 숨을 할딱거렸다. 유연한 몸은 강제로 접혀도 힘겨워하지 않았지만, 꾸욱 밀려든 거근은 지나친 자극을 몰고 왔다.
그 상태로 장희강이 허릿짓을 재개했다. 거칠게 들이치는 좆에 차은수의 전신이 격렬히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지지할 것을 찾으며 테이블 위를 헤매던 손이 케이크를 스쳤다.
“손으로 만지면 안 되지.”
장희강은 생크림이 묻은 하얀 손가락을 낚아챘다. 혀를 내어 길게 핥아 올리자 달콤함이 입 안을 맴돌았다. 차은수는 달아오른 얼굴로 발을 오므렸다. 누군가 손가락을 빠는 생소한 감각이 흥분을 촉진했다.
“……! 아!”
단단한 잇새에서 손가락이 까득 깨물렸다. 차은수가 허리를 튕겼다.
하의만 벗은 채 이어지던 두 사람의 교접이 점차 드세졌다. 차은수는 애처롭게 식탁을 득득 긁으며 저항 아닌 저항을 했다. 음낭과 마찰해 점점 붉어지는 엉덩이만큼 그의 목소리에도 열기가 스몄다.
술을 먹여 주어서 오히려 고마웠다. 즐기고 있다는 걸 숨기지 않아도 되니까. 차은수는 녹아내린 머리로 생각했다. 술기운 특유의 붕 뜬 듯한 감각을 육체적 쾌락이 마구 끌어 내린다.
“크윽……!”
장희강이 차은수의 허리를 꽉 틀어쥐었다.
퍽, 성난 좆을 뜨겁고 좁은 곳에 힘주어 처박았다.
“흐앗! 아흐, 으……!”
안쪽에서 꿀렁거리며 퍼지는 정액에 차은수가 전율했다.
눈가까지 잔뜩 붉어져 울먹거리는 낯이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장희강은 사출 중이면서도 발기할 것 같은 지독한 욕구에 휩싸였다.
차은수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괴물을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능력을 쓴 적이 전혀 없는 그였다. 그랬기에 파장은 지극히 안정적이었다. 즉, 가이딩이 조금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
결국 지금 한 행위는 가이딩이 아닌, 오로지 가이드를 느끼기 위한 섹스였다.
“…….”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차지인 차은수를 응시했다.
예민한 몸은 누워서 좆질을 받아 내기만 했는데도 땀으로 젖어 촉촉했다.
장희강은 그의 상의를 어렵지 않게 벗겨 내고, 저 역시도 행위에 몰입하느라 땀이 맺힌 등에 달라붙어 있던 셔츠를 벗어 던졌다.
느리게 좆을 빼내자 차은수가 가늘게 신음했다. 지쳐서 나온 게 아닌, 묘하게 들뜬 소리였다. 장희강은 차은수의 좆을 흘끗했다. 사정 시간이 맞지 않은 탓에 애매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장희강은 그를 유리 파편들이 없는 곳에 내려 준 후, 몸을 숙여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박히고 싶으면 엎드려.”
“…….”
저음이 건넨 종용은 거부할 이유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차은수는 비틀대며 몸을 돌렸다. 발그스름한 엉덩이가 똑바로 드러났다.
큼직한 두 손이 차은수의 골반을 잡아당겼다. 곧추서 있던 남근이 엉덩이와 허벅지를 오가며 아무렇게나 문질렀다. 그렇게 잠시 희롱하며 긴장을 시키다가, 밑구멍을 더듬어 끄트머리를 집어넣었다.
제자리를 찾는 양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입구 역시 길들여진 것처럼, 발기한 좆을 우물우물 받아 물었다.
“아, 아.”
차은수가 식탁을 짚으며 바르르 떨었다. 장희강은 그의 하얀 등에 잇자국을 남기며 다시금 허리를 움직였다.
“후…….”
“으응, 흣.”
근육질의 에스퍼에게 가려진 가이드의 몸이 앞뒤로 덜컥였다. 차은수는 누워서 품었던 상대의 씨물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가차 없는 좆질에 밀려 올라가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열락에 풀린 얼굴로 장희강에게 휩쓸리던 차은수가 흠칫했다. 장희강이 한쪽 팔을 앞으로 뻗어, 자신의 좆을 감싸 쥔 것이었다.
“흐윽……!”
음경을 쓸거나 흔드는 손길은 빈말로라도 부드럽다고 할 수 없었다. 차은수는 통증 섞인 성감에 고개를 저었다.
“아파, 아파요.”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장희강은 낮게 웃었다. 손놀림이 더욱 사나워졌다.
차은수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졌다. 뒤는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거근에 박히고, 앞은 거칠거칠한 손안에서 굴려진다. 머릿속이 하얘지다 못해 기절할 것 같은 쾌감이 들이닥쳤다.
몸속이 힘껏 수축하며 장희강의 좆을 세차게 씹어 댔다. 장희강은 흥분에 찬 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이를 세워 차은수의 귀를 콰득 물어 버렸다.
“악!”
손을 떼고 식탁 쪽으로 차은수를 더욱 밀어붙였다. 난폭한 좆질에 차은수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겨우 식탁을 짚고 버티자니, 장희강의 괴롭힘에서 풀려난 성기가 이번에는 식탁 언저리에 비벼졌다.
“흐아, 읏, 으응!”
“큽……!”
습한 피부끼리 철썩거리며 달라붙는 소리와, 힘겨운 듯하면서도 잔뜩 느끼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신음, 그리고 헝클어진 호흡이 휑했던 거실 안을 채웠다. 격정적인 정사는 실내의 온도마저 높일 지경이었다.
정신없이 흔들리던 차은수는 결국 앞뒤의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또 한 번 절정을 맞이했다. 발갛게 물든 물건 끝에서 희뿌연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찡그린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장희강은 매번 그래 왔듯이 사정 중에도, 직후에도 봐주는 법 없이 좆을 박아 넣었다. 차은수는 흐느낌과 교성이 뒤죽박죽 섞인 소리를 흘리며 계속해서 흔들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흑……!”
결국 차은수의 상체가 식탁 위로 무너졌다. 무릎 역시 훅 꺾이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골반을 안정적으로 틀어쥐고 있던 장희강으로 인해 바닥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장희강은 그대로 계속해서 차은수의 몸속을 열어젖히며 저를 새겨 넣는 데에 집중했다. 딱딱한 식탁 위에 널브러진 채 달구어진 숨만 가쁘게 내쉬는 차은수도, 색다른 절경이었다.
……들끓는 음심, 애정, 그 무엇이든.
주인의 감정과 욕망을 그대로 담고 양껏 부푼 좆이 여린 배 속을 끝없이 점했다.
장희강은 고개를 내려 차은수의 어깻죽지에 입술을 문질렀다.

জীয়াই থাকি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