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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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으로는, 더군다나 깨어 있는 상태로는 S급 에스퍼의 체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중간중간 정신을 놓았다가 되찾기를 반복했다. 그조차 형의 집요한 공략에 억지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사실 저번처럼 완전히 혼절했더라도 큰 상관은 없었을 터다. 여전히 키워드로 존재하는 형의 성향에 의하면 내가 숙면에 빠진 상태에서도 충분히 즐겼을 테니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게 의식이 돌아왔을 때였다. 격하게 흔들리는 시야에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깜빡거리며 상황을 파악했다.
“으응, 응.”
나는 옆으로 누운 채 드센 좆질을 받아 내고 있었다. 내 한쪽 다리를 뒤에서 자기 팔뚝에 걸친 채 푹푹 박아 오는 형의 움직임이 가차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단순히 몸을 포갠 것처럼 보일 텐데, 그 역동적인 허릿짓이 우리가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래가 너무 뜨거워, 하릴없이 눈앞의 이불을 움켜쥐며 자르르 몸을 떨었다.
“흐읏……! 형……!”
“후우…….”
형이 흘리는 흥분 어린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단단한 손이 내 성기를 움켜쥐고 주물렀다. 시발, 미치겠네……. 울먹이며 상체를 비틀었다. 앞뒤로 밀려오는 자극에 딱 죽을 맛이었다.
“나, 아흐윽. 힘드, 읏, 힘들어.”
대체 안에 얼마나 싸지른 건지 배 속이 더부룩했다. 그런데도 한참 부족하다는 듯, 흉물스러운 물건이 잔뜩 성난 채로 밑구멍을 찔꺽찔꺽 파고들어 왔다.
그것이 빠져나갈 때마다 내부를 채우고 있던 정액이 비집고 나와, 내 엉덩이와 형의 사타구니를 흠뻑 적셨다. 끈적한 음모가 엉덩잇살에 비벼져 오는 느낌이 야릇했다.
“그마, 앗, 아……!”
망할. 제발 그만 쉬자고 애원하려는데, 절로 교성이 섞여 나온다.
근데 형이 웬일로 육욕에 눈이 먼 동작을 우뚝 멈추었다. 떡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말을 들어준 적이 없더니.
……드디어 쉴 수 있는 건가.
희망이 반짝였던 순간이었다.
형이 내 양쪽 볼을 힘주어 잡아 오더니 자기 쪽으로 쓱 돌렸다. 이어 한계치까지 돌아간 얼굴을 시선으로 훑으며, 느지막이 입을 연다.
“은수야.”
“흐으…….”
“자꾸 자극하지 마.”
“……우읏!”
퍼억. 약간 휘어 있는 대물이 여상하게 장기를 뚫고 들어온다. 격통과도 같은 쾌감이 머리까지 찡하게 울렸다.
방심했던 몸이 다시금 형에게 휩쓸려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큭, 안 그래도, 돌겠, 으니까.”
“하윽! 읍!”
언제 멀쩡하게 사물을 보았냐는 양 눈이 흐릿해졌다. 혀끝이 빼꼼 보이는 내 입을 형이 삼켜 물었다.
정상위로 할 때보다야 침대가 덜 끽끽거렸지만, 그 탓에 교접 부위에서 퍼지는 질퍽한 소리가 더 잘 들려서 침실의 색정적인 분위기가 한층 깊어졌다.
아.
안쪽이 형의 좆 모양대로 길들여진 느낌이다.
나는 응응거리며 형의 혀와 좆에 엉망으로 휘둘리다가, 또 한 번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음주 섹스가 이렇게 해롭다.
욕구에 모든 걸 맡기고, 실로 짐승처럼 붙어먹고 말았다. 후폭풍이 없을 리가.
룸에서 하루 가량을 더 있으면서 형의 수발을 받았다. 오프인 형과 달리 출근해야 했던 어머니와 누나는 이미 전날 집에 간 상황이었다.
형이 떠 주는 스프를 한 입 먹고 머뭇거렸다.
“형, 어젠…….”
아니. 정확하게는 오늘 새벽까지의 일이지만.
내 쪽에서 형에게 매달리고 유혹한 것부터,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것까지. 모든 걸 기억한다는 듯 볼을 붉혔다.
“어젠?”
뭐가 문제냐는 듯한 눈빛이 나를 응시했다. 나는 시선을 내리깔며 웅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
“잊어 주면 안 될까?”
부끄러워 죽고 싶다는 표정은 필수였다.
그런 내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형이 식탁에 접시를 내려 두었다.
“불가능한 부탁인데.”
“……형.”
두 손으로 얼굴을 덮어 버렸다. 형은 그런 나를 달래듯 이마에 입을 맞추고, 덤덤히 식사를 마저 챙겼다.
욕구도 마음껏 풀고 가이딩도 넘치게 받은 형의 낯빛이 반질반질했다. 물론 과하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원래도 가이딩이 부족한 걸 내색하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아마 검사를 받으러 갈 때나 먼젓번처럼 파장을 손보고 주의하겠지.
라운지가 있는 타워에서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돔 형태의 으리으리한 건물을 지나쳤다.
가이드 협회였다.
나는 백미러로 그곳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내 본디 계획은, 외부에 내가 가이드라는 사실을 고의가 아닌 척 유출하고 협회에 소속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반드시 그래야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졌다.
내가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아도 전부 필연적으로 마주치지 않았던가. S급들 사이에 어떤 끈이 이어져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이 들 정도로 말이었다.
애당초 나와 형제인 차은혁.
형과 인연이 있어 내 경호원이 된 심태성.
내가 형을 가이딩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파티에 나타난 주청경.
주청경의 경우에는……. 테러리스트인 그가 대테러 활동 세력의 주축인 형을 염탐하기 위해 우리 집안 전담의에게 빙의했고, 그게 하필이면 내가 전담의에게 가이드임을 밝힌 날이었다는 것이 내 정론이다.
그리고.

[폭주 위험군 명단...<사진>장희강: S급, 무효화 능력자, 41세]

마지막 에스퍼인 장희강의 사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꼭 느와르 영화에서 아우라 폭발하는 보스 역할로 나올 법한 이미지였다.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잘생긴 얼굴은 여유를 풍기면서도 차가웠다.
직접 마주하는 게 아닌데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기분.
장희강 또한 신상이 알려진 바가 없던 주청경처럼, 어디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시스템 새끼. 애초에 정보를 줄 거면 세세하게 주지, 너무 간략하게 알려 주는 거 아니냐.
“…….”
그런데 직감적으로 그래. 이 사내 역시 나 또는 다른 에스퍼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시스템이…….
“왜 그래.”
문득 형이 내 손을 붙들었다.
“거기 불편해?”
“아.”
나는 언제부터였는지 가슴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안에 들어찬 심장이 쿵쾅거리며 달음박질했다. 기묘한 환상통이 욱신거리며 피어오른다.
전생의 끄트머리에서 이 부근을 칼로 찔렸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괴한이, 어떻게 생겼더라.
“차은수.”
형이 걱정스럽게 불러 왔다.
“……응.”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장희강의 정보를 끄고 형의 손을 맞잡았다.
조금씩 진정이 되어 갔다.
“아무것도 아니야, 형.”
“…….”
“정말로. 갑자기 멀미가 났나 봐.”
거듭 둘러대도 형은 수상쩍은지 미간을 좁힌 채 나를 뜯어보았다. 그러나 곧 신호가 바뀌어, 멈춰 있던 차를 다시 몰 수밖에 없었다.
왜 이랬지.
나 스스로도 원인 모를 증상에 내심 의아함을 지니고서 집에 도착했다. 주차를 마치고 현관으로 향하는데, 자연스레 심태성과 마주쳤다.
“경호원님.”
“……도련님.”
내 안색을 쭉 살펴본 심태성이, 눈썹을 팍 찌푸리며 형을 바라보았다. 형 역시 적의를 감추지 않고 마주 본다.
대면하면 기 싸움부터 시작되는 둘 사이로 조용히 끼어들었다.
“저희 거처 말인데요, 경호원님.”
“예.”
순식간에 순해진 눈이 나를 담았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이것저것 신경 쓸 게 줄어서……. 아마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갈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여기 두신 짐은 저희 거랑 같이 옮기시는 게 어떠세요?”
“물건이 별로 없어서 괜찮습니다.”
“그러시다면…….”
고개를 끄덕이는 내게, 심태성이 조금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컨디션은 좀 어떠십니까.”
“피곤해.”
내가 한 대답이 아니었다.
형이 내 허리를 감싸면서 심태성에게 내뱉었다.
“보다시피 당장 쉬어야 할 상태니 쓸데없이 붙들지 말지.”
“…….”
차가운 눈초리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겨울이라서 형이 능력을 쓴 건지 안 쓴 건지 구분이 안 간다.
나는 조심스레 심태성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아 주었다.
“제가 요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서 걱정 끼쳤나 봐요. 이제 괜찮아요, 경호원님.”
술과 섹스로 스트레스를 풀었더니 실제로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버겁기는 했었지만……. 오늘은 내 두 발로 걷고 있다고.
움찔하며 주먹을 쥐는 다부진 손이 내 손바닥에 가득 찼다. 붙잡으면 놓기 어려울까 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고 보니 호텔 테러 당시 순간 이동을 썼던 게 기억난다. 위기 상황에서 나를 데리고 벗어날 때,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
이런 능력은 부작용도 클 것 같은데. 동행 여부나 거리에 따라서도 말이다. 만일 오랜만에 썼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악영향을 끼쳤을 듯하고.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 심태성의 파장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 정도야 알겠다.
근데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까 손 한 번 안 댔지.
솔직히 기특했다. 주먹을 나긋하게 쓰다듬어 주자, 긴장이 녹는다는 듯 스르르 풀린다. 하지만 그대로 손을 얽어 오기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기를 택하는 모습이었다.
“그러시다면 다행입니다. 들어가십시오.”
“네. 좋은 밤 되세요.”
희미한 미소로 응수하고, 형과 몸을 돌렸다.
……언제가 좋으려나.

জীয়াই থাকি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