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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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같은 체격, 멀끔하게 넘긴 머리에 어둑한 눈을 지닌 사내가 연무장을 응시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인원의 에스퍼가 일사불란하게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다물려 있던 입에서 동굴처럼 울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행방은.”

“……죄송합니다.”

사내의 뒤편에 서 있던 측근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쪽에서 움직인 흔적들을 전부 말소한 탓에 추적 속도가 계속 느려지고 있습니다.”

“녀석이라면 목격자의 기억을 지우는 것 역시 일도 아닐 테지.”

장희강은 느직하게 중얼거렸다.

거두어 준 은혜도 모르고 배신의 형태로 떠난 주청경은 장희강에게 있어 큰 오점이었다. 주청경이 저를 따르던 것들과 함께 사라진 날, 장희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주할 뻔했다.

“잘도 날뛰었어.”

주청경이 저지른 이번 호텔 급습 건은, 필시 그의 병력 증강 계획을 망치기 위함이었다.

영향력 있는 정재계 인사들이 저를 잡는 데에 혈안이 되도록 꽤 크게 판을 벌이지 않았나. 어쩌면 어딘가에 이 지하 기지의 위치를 밝혔을 가능성도 있고. 상대는 분탕질에 제법 소질이 있는 에스퍼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취할 태도는 둘 중 하나다.

적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계획을 앞당겨 이르게 출정하거나.

“…….”

눈을 내리뜬 장희강이 입가를 쓸었다.

곧 그는, 전자를 택하는 결정을 내렸다.

영역 내에서의 싸움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력을 추가 투입할까요?”

“아니. 주청경을 쫓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장희강이 걸음을 옮겼다.

“이제 신경은 손님들 맞이하는 데에 쏟아야지.”

복도를 지나던 이들이 멈추어 선 채 장희강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장희강은 측근에게 여러 사항을 지시하며 자신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고요한 실내에 혼자 남게 된 그가 의자에 앉았다.

툭, 툭. 검지 끝이 단조롭게 탁상을 두드렸다.

자신에게 대적할 이로 고려되는 인물은 차은혁이었다. 그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올 테니 이쪽에서도 성심성의껏 환영해 주어야 할 터.

겁도 없이 분노를 드러내며 능력을 각성했던 어린 시절의 차은혁이 떠오른다.

모를 수가 없었다. 어엿한 성인이 된 지 오래인 그가 현재의 위치에 올라 있는 이유는, 자신을 잡기 위해서임을.

부친이 살해된 일에서 비롯된 복수심만으로 자신을 쫓는 게 아니었다.

“…….”

언젠가 동생을 해할 수도 있다는 제 경고 때문이겠지.

당시 천사 같았던 아기의 모습을 되짚어 보았다. 한 손에 거의 다 잡힐 정도로 조그맣고 따뜻한 몸이 고동치는 느낌은 신기할 정도였다.

차은수.

그 이름을 입 속으로 중얼거린 순간, 기묘한 감각이 찾아들었다. 장희강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누군가 뇌를 쥐어짜는 것만 같은, 끔찍한 두통의 시작이었다.

이는 간혹 보았던 환상의 전조이기도 했다.

캄캄한 밤. 한 건물의 옥상으로 보이는 곳에서, 호리호리한 체구의 남성이 자신을 돌아본다.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리며 이마를 스쳤다. 표정은 인식할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생김새는 보면서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남성이 의아하게 입을 열었다.

‘괜■■세요?’

노이즈가 낀 것처럼 말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괜찮냐는 질문인 것 같았다. 장희강은 시선을 내려 스스로의 손을 눈에 담았다.

잘게 떨리고 있었다.

‘옷을 ■■ 얇게 ■고 계신 것 ■■데…….’

이 겨울에.

জীয়াই থাকিব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