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출현은 전 세계적으로 늘었지만, 한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국내 공습 증가율이 12.7퍼센트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신속한 대처를 촉구하는 운동이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시끄럽다니깐.”
뉴스를 신경질적으로 끈 백발의 중년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조용히 대기 중이던 보좌관에게 내뱉었다.
“쉘터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차화 측에서 오전에 회신이 왔습니다. 기존 건물을 강화하기보다는, 더 많은 지역에 새로운 쉘터를 건설하는 쪽이 효율적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괴물이 나타났을 때 피난처로 이용되는 쉘터. 괴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해당 시설을 구축하는 데에는 차화 그룹의 기술력만큼 필요한 것이 없었다. 차화는 자국민의 보호를 위하여 정부의 협조 요청에 흔쾌히 응해 지금껏 수많은 쉘터를 지어 왔다.
사실상 중년인 유석헌은 차화의 힘을 빌려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못마땅했다. 그는 현 에스퍼 협회에 유감이 많았고, 차화는 협회의…… 차은혁 협회장의 절대적 아군이었기 때문이다.
불규칙적으로 침공해 오는 괴물들 탓에 생사가 불안정한 세상에서, 그것들을 처치할 수 있는 에스퍼가 모인 협회의 권세란 실로 어마어마했다. 협회가 정부 산하의 기관으로 돌아온다면 정치적으로나 다른 방면으로나 이용하기 좋은 패가 되고도 남을 터였다.
그러나 아무리 만남을 주선하고자 해도 무시로 일관하던 협회장들을 떠올리며 유석헌은 이를 갈았다.
“전달받은 후보지 리스트입니다, 의원님.”
그는 보좌관이 내민 서류를 받아 읽어 내렸다.
“조사해 본 결과 순은동 주거 단지 쪽이 가장 시급해 보였습니다. 거리상 인근 쉘터가 없다고 판단될 수준의 구역이었죠.”
“……해독 연구는요.”
“별달리 발표할 만한 진척이 없다고 합니다.”
“…….”
유석헌은 서류를 탁상에 내팽개치듯 내려놓고 머리를 꾹꾹 눌렀다. 괴물이 입히는 피해 중 하나라도 확실히 케어해야 소란이 줄 것 아닌가.
왜 치유 능력을 가진 에스퍼는 세상에 없는 것일까. 괴물의 혈액을 해독하는 능력자가 하늘에서 떨어졌으면 하는, 터무니없는 바람이 솟구칠 따름이었다.
***
욕조 안에서 앉아 있는 형에게 기댄 채,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머리꼭지에 닿아 오는 숨결. 물 아래로 잠긴 복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안온했다.
오직 서로만을 느끼고 있는 연인 같은 이 모습을 본다면, 누구든 우리가 한때 형제였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할 것이었다.
형이 문득 손끝을 세워 내 겨드랑이를 살살 간지럽혔다. 나는 움칠거리며 어깨를 웅크렸다. 그 반응에 그만둘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만져 댄다.
“아, 형.”
참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형이 여상하게 물었다.
“뭐.”
“간지러워.”
눈썹을 찡그리며 웃는 얼굴로 형을 돌아보았다.
손길이 멈추었다.
형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봐?”
“그렇게 웃는 건 오랜만에 봐서.”
커다란 손이 내 한쪽 뺨을 덮어 왔다.
확실히 그동안 내가 근심과 우울감에 젖은 척하느라 웃은 적이 거의 없기는 했다. 우리 형, 감동이라도 받았나.
내 웃음 한 자락에 반응하는 형이 안타깝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그런 속내를 감춘 채, 부끄러워하는 기색으로 형의 손바닥에 볼을 비볐다.
등에 닿은 흉근이 꿈틀거렸다.
“차은수.”
“응.”
“…….”
침묵하며 나를 응시하는 형의 표정은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도 나는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형 차례, 얼마 안 남았구나.
“형?”
불러 놓고 왜 말을 안 하느냐는 듯 형을 불렀다. 그러자 습기를 머금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에 살짝 가려진 얼굴이 다가왔다.
입술이 닿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침범해 온 혀가 내 혀를 옭았다. 따뜻하고 물기 어린 점막이 힘 있게 마찰하며 짜릿한 감각을 안겼다. 혀 밑에 고인 타액을 핥아 삼킨 형이 입술을 뗐다.
눈을 뜨고 형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웃는 모습.”
“…….”
“아무한테도 보여 주지 마.”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가 경고했다.
“내 앞에서만 웃어.”
그것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서늘한 얼굴이었다.
“다른 새끼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웃으면, 그땐 나도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집착과 독점욕이 뚝뚝 흐르는 흑안이 내 시선을 묶었다. 머지않아 나를 보낼 생각에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나는 급변한 분위기에 멈칫했다. 형이 거친 말을 했다는 사실에도 놀란 것처럼 몸을 경직시켰다.
하지만 나를 향한 형의 비틀린 감정을 여태 모르는 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그리 오래 당황하지만은 않았다.
“……응.”
손을 들어 형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럴게.”
형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짙은 눈썹이 조금쯤 느슨해졌다.
그러나 뒤이은 말을 듣고는 다시금 표정이 굳는다.
“어차피 형 곁에만 있을 건데, 그럴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낯으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이번에는 내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
잠시 가만히 있던 형이, 거칠게 고개를 틀며 더욱 깊은 교접을 원해 왔다. 나는 밀려드는 두꺼운 혀를 삼켜 물면서 살며시 아래를 움직였다. 물속의 엉덩이가 딱딱한 허벅지 위에서 느릿하게 비벼졌다.
반쯤 기립해 있던 형의 물건 역시 그 달싹거림에 내 등과 마찰하며 더욱더 성을 내기 시작했다.
“으응…….”
앞쪽으로 팔을 둘러온 형이 내 유두를 지분거렸다. 나는 작게 신음하며 얼굴을 돌리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금세 꼿꼿이 서서 등을 문질러 오는 형의 좆대가 느껴졌다.
고개를 숙인 형이 내 목을 씹었다. 여린 살결이 치아에 짓이겨지는 오싹한 느낌은 흥분으로 이어졌다. 손을 뒤로 뻗어 형의 머리를 감쌌다. 이미 실컷 떡친 후에 씻으려고 욕실로 들어온 것이라서, 따로 풀어 줄 필요는 없었다.
“하으……. 형…….”
지금 당장 넣어 달라고 보채듯이 아래를 형에게 더 밀착시켰다. 형이 뜨거운 입김을 내쉬었다. 목과 어깨 사이의 살결을 데우는 숨결에 온몸이 찌르르 떨렸다.
형의 두 손에 허리가 잡혀 들렸다. 머지않아 곧추선 좆대가리가 내 밑구멍에 맞추어졌다. 물 때문에 살짝 둔하게 느껴지지만 분명한 귀두의 감각에 기대감이 치솟았다.
“……!”
푸우욱, 발기한 좆이 입구를 통과해 내벽을 훑으며 들어찼다. 안쪽만이 아니라 뇌까지 긁히는 듯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한껏 휘었다. 녹진하게 풀려 있던 안쪽이 주인이라도 맞이하듯 자연스럽게 거근을 받아들인다.
……이럴 때마다 이젠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흐윽……!”
“윽…….”
형이 짧게 목을 울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흥분한 듯 내 어깨에 입술을 내리누른다. 형의 품에 파묻히면서 내 허리도 자연스럽게 숙여졌다.
“흣, 흐으…….”
“하아.”
갈증과 포만감이 공존하는 한숨이 고막을 적셨다. 이윽고 철퍽, 부푼 물건이 배 속을 쳐올렸다.
“아!”
나는 내 상체에 둘러진 팔뚝을 붙들고서 고개를 젖혔다. 단단하게 선 좆이 주는 것만큼 환상적인 이물감도 없었다.
퍽, 퍽. 형의 좆이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로 내 안을 마음껏 드나들기 시작했다.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신음이 튀어나왔다.
“흐응, 읏, 흑.”
“흡, 큭.”
형은 내 구멍 안에 성기의 끄트머리만 남기고 빼냈다가 단번에 처박기를 반복했다. 이거지, 시발. 폭력적인 쾌감에 눈앞이 번쩍인다.
격렬한 행위에 물이 출렁거리며 욕조 밖으로 넘쳤다. 나는 형의 어깨에 뒤통수를 기대고서 속절없이 들썩거렸다.
온수 속에 앉아 있어서 따뜻했던 몸이 이제는 뜨거워져 갔다. 형과 닿은 모든 부분이 화끈거렸다. 물론 가장 열이 오르는 부분은, 형의 거근이 사납게 박혀 오는 밑구멍과 내부였다.
“아, 앗!”
안 그래도 빨랐는데, 넣은 지 얼마나 됐다고 난폭하게 와 닿는 수준으로 움직여 온다. 그 태도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끝을 모르는 성애와 분노, 내게 자기 흔적을 새기고자 하는 집착.
내가 신호를 보내지 않았더라도 여기서 나를 발라 먹었을 기세였다.
나는 마구 흔들리다가 혀를 깨물 것 같아서 띄엄띄엄 간청했다.
“조금만, 히읏! 천천, 혀, 응!”
“크, 읏……!”
형은 속도를 늦추기는커녕 손을 내려 내 배를 꾸욱 눌렀다. 지독한 압박감에 숨이 턱 막혀 왔다. 눈을 크게 뜨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촤아악! 물보라가 일면서, 꾸준히 줄고 있던 욕조 물이 또 몇 차례 바깥으로 흘러내렸다.
“이, 욱, 이건 싫어……!”
“…….”
가학적으로 구는 주제에 형도 내가 잘못하여 혀를 물까 걱정되는지, 내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어 윗니와 아랫니를 눌렀다. 강제로 입이 벌어졌다.
“우으……! 흐으응!”
겉쪽은 눌리고, 안쪽은 빠듯하게 찬 복부에 과도한 성감이 들이닥쳤다. 진짜 미칠 것 같아서 고개를 흔드는데, 벌어진 입 안으로 들어온 형의 중지가 입천장을 문질렀다. 거친 손가락에 여린 점막이 자극당해 혀가 잘게 떨렸다. 수치스러울 정도로 타액이 턱을 타고 줄줄 새어 나왔다.
첨벙첨벙, 힘겹게 좆질을 받아들이는 내게 형이 고개를 기울였다.
“은수야.”
“아흐, 읍, 아아.”
“……사랑해.”
흉포하게 아래를 쳐올리며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사랑한다.”
나에게도 사랑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신이어야 한다는 듯이.
몇 번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