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거칠게 비비고 창을 다시 확인했다.
그 순간.
띠링!
[■■■를 ■■하시겠습니까?]
띠링!
[■■■를 ■■하시겠습니까?]
활자 오류가 난 시스템 창이 반복적으로 떴다.
마치 장례식 날 겪었던 그 일처럼.
뇌리에 남아 있던 찝찝한 기억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어.
잠깐만.
이거 설마 또…….
퀘스트 포기하겠냐던 그 질문인가?
“…….”
아니. 아닐 수도 있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으로 고뇌에 빠졌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감만으로 여기서 결정을 내리면 어떤 손해로 돌아올지 모른다.
답답하네. 무슨 내용인지 보여야 대답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인상을 찌푸리며 창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제3의 눈을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띠링!
[■■■를 ■■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이 제 전능함의 일부를 떼어 준 것처럼 사기적인 스킬이 아닌가.
내가 지정한 대상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시스템이 뭐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걸 넘어서서 어떤 형태로 작동되는지, 시스템의 정체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몰라, 시발.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나는 눈을 감고 시스템을 떠올렸다.
바로 그 찰나였다.
띠링!
[■■■를…….]
[에러가 발생했습니다.]쩌적. 쩌저저적.
기계음과 더불어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도로 눈을 번쩍 떴다. 어둠뿐이던 공간에 하얗게 균열이 가고 있었다.
“뭐, 뭐야.”
놀란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위쪽에도 역시 급속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금이 보였다.
비현실적일 만큼 기괴한 장면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재앙에 휩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쩌저저저적.
반사적인 두려움에 온몸이 차게 식으며 땀이 났다. 저절로 한껏 움츠러든 나는 머리를 감싸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곧.
와장창 부수어진 공간의 파편들이 나를 덮쳤다.
***
[차, 차은수 님.]
앳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감고 있는 눈 안으로까지 파고드는 밝은 빛이 정신을 깨웠다.
[차은수 님.]
인상을 찌푸렸다가 풀면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누워 있는 나를 쪼그린 채 내려다보고 있던 어린애와 시선이 마주쳤다. 통통한 볼이 귀여운 남자아이였다.
근데…….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흰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눈동자는, 동공 따위도 없이 마냥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