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나서야 서준호가 생사를 오가고 있다는 내용을 인지했다. 괴물의 습격에 휘말려 중상을 입고 중독도 된 상태라고. 다른 희생자들에 비해 비교적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손발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도련님?”
주방에서 걸어 나오던 심태성이 나를 불렀다. 아마 창백하게 질렸을 내 얼굴을 보고 놀란 것 같았다. 순식간에 다가와 내 어깨를 감싸 쥔다.
“왜 그러십니까. 얹히시기라도…….”
“……경호원님.”
심태성은 내 시선이 꽂혀 있는 화면을 돌아보았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입을 다문다. 심태성도 서준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테다. 생일 파티에 동행했었으니까. 나는 심태성의 팔뚝을 붙잡았다.
“많이 다쳤나 봐요.”
“…….”
“죽을지도 모른대요.”
침착하자. 왜 이렇게 동요해.
“얼굴…… 보러 가면 안 될까요?”
그래도 차은수로 태어난 이후 어린 시절부터 어울렸던 상대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사귀었지만, 개중 서준호는 망설임 없이 친구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녀석이었다. 생명이 위험하다는데 살아 있을 때 만나 보고 싶은 건 당연했다.
심태성은 말을 고르는 듯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아시잖습니까. 저분은 도련님을 모릅니다.”
조심스러운 어조로 대꾸하는 심태성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대화를 나눌 만한 상태도 아닐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손이라도 딱 한 번만 잡아 주고 싶어요.”
울컥 올라온 슬픔을 삼키는 눈이 뜨끈하게 달았다.
“경호원님…….”
온갖 부탁하는 단어들을 쏟아 내고 싶지만, 목이 꽉 메서 간곡히 부르는 것밖에는 못 하겠다는 듯 심태성을 불렀다. 나를 내보내 주든 네 능력을 빌려주든, 서준호에게 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좀 도와 달라는 의미였다.
얼굴을 들었다. 심태성은 석상처럼 굳은 채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말을 들어주고 싶지만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 고통을 느끼는 표정이다. 생각보다 그 거절 의사가 뚜렷해 보여서,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따져 보면 이상하진 않다. 장희강에게 가는 것을 도왔다가 그대로 나와 헤어졌던 만큼, 어딘가로 데려가 달라는 내 부탁에 대해 트라우마라도 생겼을지 모를 일이지. 그냥 나를 외부에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서.
그래도 잠깐 다녀오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남들 눈 피하는 건 사실 일도 아닐 테고. 내가 너희 떠난 것도 고의가 아니었다니까? 우리 조금은 프리하게 갈 수 있지 않아?
생각들이 조급하게 엉키며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심태성의 입에서는 내가 기대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
“죄송합니다.”
이 사과봇이…….
그러잖아도 충격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좌절감마저 들었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시발, 답답하네.
“도련님을 이곳에 모시기 전까지 매일같이 악몽을 꿨습니다.”
심태성이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말했다. 나는 흠칫했다.
“저는 이제 도련님을 철저히 지키고 싶습니다.”
어깨를 쥐고 있던 커다란 두 손이 내려와 내 손을 잡았다. 심태성은 내 차가운 손등에 얼굴을 묻어 왔다.
“…….”
“죄송합니다.”
이 사과봇이…….
그러잖아도 충격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좌절감마저 들었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시발, 답답하네.
“도련님을 이곳에 모시기 전까지 매일같이 악몽을 꿨습니다.”
심태성이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말했다. 나는 흠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