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어디 다친 거 아니야?”
다급히 입을 열자 그의 걸음이 멈췄고, 서이건은 얼른 한태경의 팔을 붙잡았다. 만져만 봐도 비싸다는 걸 알 수 있는 질 좋은 코트 소매에 칼에 베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잠시만, 너 코트 벗어봐봐.”
이건은 재빨리 한태경의 코트를 벗기고 팔 부분을 살폈다. 안에 입은 교복 소매 역시 칼에 베인 자국이 보였고 핏자국이 있었다.
“야, 너 피!!”
“괜찮아.”
“뭐가 괜찮아? 칼질을 당했는데.”
“정말 괜찮아.”
“난 안 괜찮아!”
이건이 얼른 한태경을 붙잡고 다시 경찰서에 들어갔다. 그치곤 자신들을 담당했던 형사에게 부탁해 구급함을 받아서 복도 의자에 앉았다.
“옆에 앉아봐.”
이건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고 구급함을 열었다. 다행히 소독약과 밴드, 붕대 등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한태경이 옆에 앉자 이건은 멸균 거즈를 꺼내 뜯었다.
“소매 걷어봐 봐. 얼른.”
태경은 이건의 말대로 소매를 걷었다.
“하아….”
다행이었다. 상처는 정말 살짝 긁힌 정도였다.
“별거 아니지?”
한태경이 웃으며 다시 소매를 내리려고 하자 이건이 얼른 막았다.
“별거 아닌 상처가 어디 있어. 게다가 칼로 긁힌 건데. 자칫했다간 큰일 날 뻔했다고.”
이건은 얼른 거즈에 소독약을 묻혀 태경의 상처를 닦았다. 따끔할 텐데도 태경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이건이 하는 대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어색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그… 미안하다. 나 때문에 이렇게 상처가 생겼네.”
“네가 왜 미안해?”
정말 궁금하다는 듯 한태경이 물었다.
“아니 내가 너보고 도와 달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나한테 도와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잖아. 난 내 의지로 널 도운 거야.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 하지 마. 다친 것도 사실 내가 잠깐 방심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서이건, 이건 네 탓이 아니야.”
그렇게 말해주니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거참… 좋은 녀석이구먼. 이건은 볼을 긁적이며 그의 상처에 밴드를 붙였다.
“…그나저나 날 알고 있었구나.”
한태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 나?”
지금 나한테 물은 건가? 한태경이 이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카페에서 못 알아보는 것 같아서, 날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어… 그건 아니야. 내가 널 모를 리가. 다만 그 상황이… 우리 서로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데, 바로 아는 척하긴 좀 그렇지 않아?”
“하긴… 내가 갑자기 너무 친근하게 다가간 건가. 네가 경기하는 영상도 많이 보고 네 이야기를 많이 들었더니, 난 이상하게 널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았어.”
뭐야 이 녀석….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까 조금 당황스러운데.
하지만 내심 싫지는 않았다. 워낙 잘난 놈이라 자신에게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내 경기 영상을 봤어?”
“당연하지.”
갑자기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데.
“꼭 한번 너랑 대련하고 싶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아서 아쉬웠어.”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와 진짜 잘생겼네. 경기나 인터뷰 영상만 봤을 때는 무뚝뚝하기만 해서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너랑 얘기하게 돼서 기쁘기도 해. 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 나… 나도 그래.”
너무 민망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실 한태경의 지나친 솔직함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건은 잘 알고 있었다. 솔직함에는 솔직함으로 답해야 한다는 것을. 서이건은 거의 이를 악물 듯 창피함을 무릅쓰고 대답했고, 그 말에 한태경은 만족한 듯 다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