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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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아. 서이건.”

한태경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너, 병원에 가자.”

“아니,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

“무슨 소리야.”

“오늘 너를 만나기 위해서 허락받고 나온 거야. 약을 썼어. 페로몬이 제어가 되지 않아서. 계속 러트 상태야. 그래서 독한 약을 썼지. 페로몬 샘에 바로 주입했거든. 그런데 이것도… 효능이 2시간이야. 2시간이 지나면 주위에 있는 경호원들이 나에게 주사를 놓을 거야. 그럼 끝이야. 더는 못 봐. 그래서 널 보게 해달라고 했어. 너에게 할 말이 있다고.”

“주위에 경호원들이 있다고? 경호원? 그 사람들은 너를 지키는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뭘 한다고?”

이건이 화를 내니 한태경이 ‘너답다.’라며 웃었다.

“화내지 마. 날 붙잡아 달라고 부탁한 건 나니까.”

“대체….”

“이렇게 해서라도 너를 만나고 싶었어. 서이건… 너를 만나서… 사과하고 싶었어.”

한태경은 이건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보다 훨씬 더 괴로운 얼굴로 이건을 바라보았다.

사과라니… 그때 일을 기억하는 건가? 그러면 뭐라고 답해야 하지. 괜찮다고. 알파가 그런 실수 한번 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도 잘 지내자고 해야 하는 걸까. 이건은 일순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그가 느릿하게 이야기해주길 바랐다. 좀 더 옳은 선택지의 답을 내고 싶었기에.

“너와… 올림픽을 못 나갈 것 같아.”

“아….”

그렇지. 이것도 있었지. 그래, 맞아. 그 일을 기억 못 한다고 했지. 방금 이야기를 들어 놓고선 까먹었네. 하긴 그 이야기보다 그래, 이게 더 큰 일이다. 이게 더 배신감을 느낀다고.

“왜?”

“페로몬 샘이 완전히 망가졌어. 지금 이 상태로는 시니어 대표 출전 자격도 얻지 못할 거야.”

“정말… 방법이 없어? 진짜?”

“없어. 이미 한국에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어. 방법이 없어….”

“NI는 유명한 제약회사도 가지고 있잖아. 그 뭐라더라. 오메가에게도 좋은 약도 개발했고, 여러 가지 좋은 약을 많이 개발했다고 기사를 본 적도 있어. 네 아버지들에게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날 지켜주고 있던 약이 거기에서 개발한 거야. 그리고 현재 테스트 중인 약까지 다 맞았어. 소용이 없었어. 미안하다.”

“하.”

이건은 헛웃음이 났다.

“그럼 어떻게 하냐? 너 이제 어떻게 해? 이렇게 살아야 해? 각인을 했는데도 페로몬이 이렇게 나올 정도면… 각인도 소용없는 거고.”

“그것도 미안해.”

“대체 또 뭐가 미안한데?!”

“…네가 좋아하는 선배인데… 각인이… 나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 그건 분명해. 나는 절대 그 사람과 각인하려고 하지 않았을 거야. 확신할 수 있어. 왜냐하면 나는- 나는….”

한태경이 이건의 어깨를 아플 정도로 움켜잡았다. 뭔가가 할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는 입을 달싹거리며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삼키며 괴로워했다.

“각인 해제를 하려고 해.”

“뭐…?”

“이미 강유한과 이야기는 끝냈어. 그도 동의를 했고. 그런데 지금 내 상태가 이래서 자연적으로 각인 해제를 불가능해서 시술을 받아야 해. 그래서 독일을 가기로 했어. 나 어릴 적에 죽을 뻔한 걸 살려준 병원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해.”

“…거기선 고칠 수 있는 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 가는 게 유일한 방법이야. 가서 페로몬도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 각인도 해제할 생각이야. 그러면… 그때 다시 돌아올게. 서이건. 그때… 다시 나랑 함께 있어 줘. 그 부탁하려고 여기 왔어.”

한태경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 녀석은 지금 무서워하고 있는 거다. 자신의 꿈이 박살 난 것보다 이건과 두 번 다시 함께하지 못할 것을 무서워하고 있다. 이건은 울고 싶었다. 한태경이 너무 불쌍해서.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버린… 그 후드남들을 잡아 족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에 대한 욕과 분노보단 한태경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건이 한태경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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