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두통도 있는 것 같아 이건은 미간을 찌푸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 어딜까? 낯선 천장에 한참 동안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했다. 그러다 느껴지는 약품 냄새에 자신이 지금 병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의 연장선일까? 그런데 이 아픔은 꿈이 아닌 것 같은데…. 이건은 살짝 몸을 움직이다 배와 어깨에 가까운 등 쪽에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형! 깼어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재우가 놀란 토끼 눈으로 이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눈가가 빨갛다. 울었나?
“재우야… 너 울었어?”
“어?”
한재우는 놀라며 얼른 붉어진 눈가를 손으로 문질렀다.
“아, 아뇨. 안 울었어….”
안 울었다고, 이야기하려는데 서이건이 재우의 손을 붙잡았다. 재우는 놀라 이건을 바라보았다.
“왜 비벼. 눈 더 빨개지잖아.”
다정하게 말하는 이건의 목소리에 재우는 살짝 움찔거리더니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다 차마 하지 못하고 눈에서 눈물이 뚝뚝하고 떨구는 모습에 이건은 깜짝 놀라 일어나려고 했지만, 닥쳐오는 아픔에 일어나는 것은 실패하고 다시 침대에 박힐 수밖에 없었다.
“형, 괜찮아요?”
“윽… 안 괜찮은 것 같아…. 그런데 왜 울어. 울지 마.”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자신이 왜 여기 있느냐고 물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서이건은 당장 눈앞에서 울고 있는 한재우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이건 형. 나 때문이에요. 미안해요.”
“뭐…? 뭐가 너 때문인데.”
“형이 이렇게 다친 거요. 내가 끌어들이면 안 되는 건데.”
“무슨 소리야….”
대체 재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가만히 살피던 서이건은 자신의 몸에 감겨 있는 붕대를 보며 무슨 일이 벌어져서 자신이 이런 꼴이 된 건지 생각해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된 이유가 있었다. 한태경을 데리고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탔고, 거기에서 훈련 같은 것을 하다가 갑자기 총이… 바퀴벌레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하던 것이 생각났다. 그중 어떤 바퀴벌레의 칼에 자신의 배가 뚫렸고, 한태경을 지키다 또 다른 곳을 공격받았다.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재우야. 태경이는? 한태경은??”
“태경 형은 괜찮아요. 형이 지켜준 덕분에 다친 곳 하나 없이 건강해요.”
“진짜야?”
“제가 왜 형에게 거짓말을 해요.”
다시 한번 재우에게 확인을 받고 나서야 이건은 안심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그 녀석에게 아무 일도 없어서… 안도하고 나니 다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재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자꾸 울어…. 태경이도 건강한데. 그리고 나도 괜찮고. 아, 혹시 아까 네가 했던 말했던 의미가….”
“이건 형을 여기에 끌어들여서….”
“무슨 소리야. 내가 하겠다고 한 거야. 선택은 내가 한 거니까 넌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리고 오히려 난 지금 뿌듯한데? 한태경을 지켰어. 그 바퀴벌레 녀석들에게서.”
“이건 형. 안 무서웠어요? 숫자가 어마어마했다고 들었어요.”
“그렇더라. 정말 바퀴벌레야. 그 별명, 태경이가 지은 것으로 아는데 진짜 잘 지었어. 죽여도 죽여도 어디선가 계속 기어 나오는데… 나는 무슨 마법이라도 쓰는 줄 알았다. 무서웠지. 안 무서웠다면 거짓말이야. 눈앞에서 누군가는 죽었고, 나는 누구를 죽이고, 또 무서운 무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데… 내가 갑옷 입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언 슈트를 입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것들이 안 무섭겠어. 하지만 지켜야 하니까. 그 생각이 나에겐 큰 무기가 되었던 것 같아. 그런데 한편으론 슬프더라. 너나 태경이나 이런 바퀴벌레들 많이 겪었겠지 싶어서…. 마음이 무척 아프더라고. 익숙하다는 말은 하지 마.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인 거 알고 있으니까.”
재우는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이건은 젖은 눈가를 닦아 주었고, 재우는 그런 이건의 손을 꼭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