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0 0 0
                                    

“역시, 너희 둘은 바로 국대 선발전 치러도 되겠어.”

감독님은 칭찬하고자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은 선배들에게 미움받고, 동기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 딱 좋은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건은 정말 그대로 감독의 입을 막고 싶었다. 칭찬은 정말 감사하지만… 그래도 이제 막 이곳에 들어온 신입인 만큼 똑같이 대해줬으면 하고 바랐는데 아무래도 첫날부터 그른 것 같았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태경이 얼른 말을 했고 서이건 역시 그 말을 받아 선배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들.”

그러니 제발 조용히 넘어가자며 빌었다. 선배들은 헛기침하더니 다시 연습을 시작했고 한태경과 서이건은 얼른 교수님에게서 벗어났다.

“너희 정말 고생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말 거는 동기들이 한 6명 되었는데 갑자기 세 명으로 훅 줄었다. 대련해서 피곤한 바람에 그렇다고 생각해야지.

“고맙다.”

“고마워.”

동기가 주는 수건을 받고 땀을 닦으며 이건이 도복을 벗으려고 하자 갑자기 비명과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그러자 태경이 얼른 손을 뻗어 이건의 도복을 꼭꼭 여며주었다.

“왜? 땀 닦으려고 하는 건데.”

“여기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지금은 상기하는 게 좋겠어.”

아, 맞다. 이건은 한숨을 푹 쉬며 한태경의 어깨를 툭 쳤다. 고맙다고 나름대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샤워실로 가자.”

다른 동기들도 대련이 다 끝났고, 감독은 오늘 수업은 끝났다고 이야기했다. 태권도과라고 해서 태권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강의를 들어야 하기에 서둘러 움직였다.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다음 강의까지 시간이 있기에 재경은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한태경에게 이야기했고, 기숙사 지하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 오늘 메뉴는 돈가스 정식이래.”

작은 우동까지 있는 그럴싸한 돈가스 정식이었다. 사실 무료라서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양도 많고 푸짐해서 맛이 없어도 용서해 줄 수 있었는데 맛까지 있어서 이건은 정말 만족이었다.

“속은 괜찮아?”

이건이 정말 체하겠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돈가스를 먹자 한태경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아, 그러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괜찮네. 역시 숙취 약이 짱이었어.”

예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잠깐 할 때 왜 그렇게 숙취 약이 잘 팔리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숙취 약 개발한 사람에게 상 줘야 한다.

“저기….”

한참 열심히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가 오메가 같았다. 무슨 일이지?

“혹시 옆자리에 앉아서 먹어도 될까?”

식당은 꽤 넓었고 앉을 자리는 많았다. 그럼에도 굳이 옆에 앉는다니… 그들이 불편하지만 않으면 이건도 별로 상관없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힐끔 한태경을 보았다. 한태경은 그들을 무시하며 돈가스를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이건의 허락이 떨어지자 남자가 이건에게, 여자가 한태경 옆에 앉았다.

“고마워.”

“아니 뭐.”

이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일인가. 모르겠네. 이건은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그런데 어째 묘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여자는 한태경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남자는 뭔가 우물쭈물하며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아.”

남자랑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저, 서이건 선수 맞죠?”

“아, 네. 맞습니다.”

아는 사람인가.

“저! 팬입니다. 이건 선수 주니어 국가대표 때부터 경기 쭉 봐왔어요.”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