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긴… 뭐가 늦었어! 원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그랬어. 비켜. 나갈 거야. 페로몬 살벌해서 살겠나.”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당황하지 않은 척, 그 페로몬에 눌리지 않은 척 장난을 치며 이야기했지만 페로몬도 한태경의 손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페로몬이 너무 짙어졌다. 숨통을 죄일 정도로…. 이건 뭘까. 공포일까? 어떻게 사람이 이런 페로몬을 지닐 수가 있지? 이건 살인 무기나 다름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이대로 페로몬에 의해 눌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아니 그것보다 이 알파가 자신을 찢어 버릴 거라는 공포가- 누구야. 러트는 같은 알파에 영향 가지 않는다고 한 인간이. 죽여 버릴 거야.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나갔다고.
“한태경. 나갈게. 나갈 테니. 그만 좀.”
이대로 문을 열어젖히면 되는데 왜 몸이 움직이지 않을까. 점점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적신다.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고 이건은 한태경의 팔을 붙잡았다.
“미안.”
차마 눈은 못 마주치고 그대로 한태경의 팔을 꺾어 뒤로 밀어 버렸다. 아주 쉽게 밀릴 걸 예상했지만 한태경은 밀리지 않았다.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은 채로 조금씩 숨이 거칠어진다. 동시에 서이건의 숨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제길 한태경은 러트로 쌕쌕거리지만, 자신은 진짜 숨이 막혀서 쌕쌕거리는 거다. 좀 적당히.
“야, 너 왜 안 밀려! 좀 보내주라. 응? 잘못했다니까!”
아무리 밀어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녀석 왜 이렇게 힘이 세지? 러트가 오면 알파가 힘이 세지는 건 맞다. 보통의 1.5배 정도. 그런데 지금 한태경의 상태를 보면 한 3~4배는 강해진 것 같다. 그가 특수한 알파라서 그런 걸까? 그렇다는 건 지금 발차기를 해도 소용없다는 건데. 아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 이 녀석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젠… 장….”
한태경이 뭔가 힘든 듯 고개를 흔들더니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탁탁 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흔들더니 이번에는 귀 쪽으로 세게 때리는 것을 보고 이건은 얼른 막았다.
“왜 그래??”
“…귀가… 이명이 아파…. 괴물이….”
“괴물?”
“이건아… 서이건… 너 왜 여기에 있어. 얼른 가. 너마저 괴물이…. 삼켜 버리면 나는….”
아까까지만 해도 거친 숨소리와 공격적일 정도로 낮은 살벌한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여느 때 한태경의 목소리가 들려 이건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페로몬도 진정을 찾아갔다. 아까보다는 훨씬 숨이 편안하게 쉬어졌다.
“그래도 때리지는 마라. 네 탓이 아니잖아. 네 몸을 아프게 하지 마.”
계속해서 자신의 머리를 때리려는 한태경을 보고 이건이 말렸다. 그때 한태경이 이건을 세게 밀치고는 비척비척 걸어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괴로운 듯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건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약해지면 안 되는데 약해진 것이다. 한태경은 절대 그럴 녀석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만약 그때 그대로 나가버렸다면… 그랬다면 다른 미래가 펼쳐졌을 텐데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박살 내버린 것은 서이건 그 자신이었다.
“한태경. 너 괜찮아?”
페로몬이 나아졌다는 것에 안심하며 한 발 한 발 스스로 한태경에게 걸어갔다. 몇 번이나 그는 경고했다. 그리고 그 경고를 무시한 것은 자신이다.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이건의 팔이 한태경에게 붙잡혔다. 고개를 든 한태경의 눈빛이 빨갛게 물들었다. 분명 금안이었는데 피보다 붉은 빨간색이 된 눈은 러트의 경고와도 같았다. 그 눈빛이 너무 섬뜩해서-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서늘한 기운에 이건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그리고 동시에 잠시 소강상태였던 한태경의 페로몬이 밀도와 농도가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깊음과 어둠을 가지고 그대로 가라앉아 이건의 몸을 옥죄었다.
“한… 태경….”
간신히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그 이상의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모든 산소와 피와 기가 빨려가는 기분이었기에. 한태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다정하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그대로 잡고 있던 이건의 팔을 옆으로 잡아당겼고, 비틀거리며 의자 옆으로 넘어진 이건은 의자 모서리에 가슴이 찍혀 고통스러워하며 뒹굴뒹굴했다. 한태경이 의자에서 일어나 발로 밀어내고 굴러다니는 이건의 발을 붙잡아 벌렸다. 그리고 그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정신을 차린 이건은 한태경의 부풀어 있는 성기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아닐 거야. 이대로 죽임당할 것으로 생각했다. 보통 러트에 같은 알파가 있다면 자신의 오메가를 뺏길까 봐 두려워 미쳐 날뛰면서 다른 알파에 폭력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더 최악이었다.
“아니… 아니지?”
한태경 설마 아니지? 라고 물어봤지만, 한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붉은 눈으로 이건의 몸을 한 번 훑으며 자신의 아랫도리와 이건의 아랫도리가 맞붙을 정도로 다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얇은 옷 사이로 성기가 맞붙자 서이건은 그대로 다리를 흔들었지만, 한태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젠장!!! 이거 놔!! 놓으라고!!”
어쩔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야 했다. 그래야 한태경도 자신도 나중에 이 사태가 마무리되었을 때 웃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이건은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비틀어서 있는 힘껏 발로 한태경을 후려쳤다. 살짝 몸을 비틀거리자 반대편 다리로 한태경의 얼굴을 내리치고 잠깐의 틈으로 벗어나 몸을 뒤로 돌렸다. 그 순간 우악스러운 손이 서이건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벽에 찧어 버렸다.
“으윽-!!”
엄청난 충격에 그대로 미끄러져 바닥에 얼굴을 박으니 한태경은 이건의 다리를 붙잡고 다시 당겼다. 이번에는 엎드린 채로 바지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이건은 이대로 정신을 잃고 싶었지만 그래도 정신을 붙잡고 바닥을 긁으며 벗어나고자 했다.
“한태경!! 정신 차려!! 이건 아니라고!! 이 새끼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페로몬을 개방해서 자신이 알파라는 것도 어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이곳은 한태경의 페로몬이 가득하고 그 페로몬이 어찌나 독한지 알파인 이건의 페로몬을 중화시키고 소멸시켰다. 이곳은 오직 한태경과 그의 손아귀에 잡힌 하찮은 벌레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안 된다고. 젠장. 젠장!!”
이대론 안 된다. 정말 몸이 뚫리는 건 그래… 죽을 일이 아니니까 참으면 된다. 그러나 한태경과 틀어지는 건 싫었다. 그건 정말 죽기보다 더 싫었다. 분명 이제 둘은 함께 대련할 수 없게 된다. 올림픽에 가서 매달 따는 꿈까지 사라질 것이 뻔했다. 어떻게 여기까지 함께 왔는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될 수 없었다. 이건은 절망하다 눈에 쓰러진 의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체를 최대한 앞으로 쭉 빼서 그 의자를 잡고, 한태경의 머리를 후려쳤다. 가능한 한 다치지 않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만, 살짝에서 아주 조금 힘을 더 준 정도만.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한태경이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졌고 이건은 헉헉거리며 얼른 일어났다.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흔드니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 역시나 코피가 흐른다. 옷 소매를 당겨 얼른 문 쪽으로 다가갔다. 휴대전화를 꺼내서 보니 신호도 터지질 않는다. 젠장.
“으윽!!”
정말 문 앞에서 이제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다시 발목이 붙잡혔다. 그대로 다시 앞으로 엎어졌고, 정신 차리기도 전에 질질 끌려가 구석으로 내던져졌다. 그리고 한태경이 이건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붙잡은 상태가 너무 불안했다. 마치 그대로 꺾어 버릴 것 같았다.
“하지…. 마. 태경아… 너 그러면 힘들어할 거잖아. 후회할 거잖아. 괴로워할 거잖아.”
더는 도망칠 수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서로에게 괴로움과 상처는 덜 줘야 하지 않을까. 이건은 몸에서 힘을 뺐다. 더는 반항과 도망 그 어느 것도 할 의사가 없음을 보이자 발목을 꺾으려는 한태경의 손이 방향을 바꾸고 그대로 이건의 옷자락을 잡고 벗겼다. 이건의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허리를 들어 엉덩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이건의 구멍에 비볐다.
오메가가 아니라 마른 그곳이 누군가에게 뚫릴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특히 한태경에게는 절대… 이렇게 큰 상처와 아픔이 생길 거라곤. 이건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올 고통이 너무 어마어마할 거라는 직감 때문이었다.
“태경아… 한태경… 제발….”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