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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미치겠다. 본격적으로 아플 거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렇게 아플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운동하다 인대 파열된 적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았다. 이 정도 고통은 흡사… 그때… 노팅 당했을 때의 고통에 버금갔다.
“목말라.”
이건은 손을 뻗어 협탁 위에 있는 물병을 잡았다.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일어나지지 않았다. 지금은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니, 한 몸이 되고 싶을 정도로 힘이 들었다. 견뎌야 한다.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건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며 밤이 깊어지다 못해 빛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건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가 몸에 오르는 열감에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을 휘감는 발정열, 숨이 거칠어지다 못해 막히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랫배로 느껴지는 알싸한 간질거림이 조금씩 흥분을 더 했다. 서이건은 땀이 가득한 손을 아래로 내렸다.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고무 바지 안에 망설임 없이 손을 넣고 조금 서 있는 성기를 만지자 기다렸다는 듯 힘을 주어 성기가 일어섰다.
“아, 하….”
그저 자신의 손으로 한번 쓸어 본 것 가지고도 흥분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왔다. 그 느낌이 고통보다 훨씬 좋아서 성기를 힘주어 잡고 흔들기 시작하자 몸의 고통이 천천히 욕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 좀 더.”
이건은 자신의 손으로 열심히 아래위로 흔들었다. 어둠만이 깔린 방안에 서이건의 신음과 이불이 쓸리는 소리만이 날뿐이었다.
“왜….”
이미 몇십 분은 흔든 것 같은데 왜 싸질 못하는 거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이건은 이불을 던지듯 침대 아래에 떨어트리고 몸을 바로 해서 성기를 잡고 본격적으로 흔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성기는 이미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뻣뻣하게 서 있는데 정작 절정을 맞이하지 못했다. 답답했다. 울고 싶었다. 조금만 더 하면 쌀 것 같은데… 싸면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쾌락을 느낄 것 같은데… 어디에 넣을 때도 없고, 이건은 자신의 손으로 더 성기를 세게 쥐며 흔들었지만, 소용이 없어 짜증이 났다. 결국은 몸을 뒤집어 이불에 피스톤 호흡하듯 움직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줌 싸는 것을 막힌 기분을 넘어서 온몸이 소화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아니다. 아주 좁은 원통에 꼼짝도 못 하고 갇힌 것 같았다. 제발 꺼내 달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무슨 짓을 해도 그 원통 안에서 탈출하지 못해 답답해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이건은 손이 아프고 성기의 피부가 쓸리도록 허리를 침대에 문댔다. 그래도 부족해서 다시 손으로 꽉 쥐고 자극을 줘도 성기가 터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치… 겠네….”
진짜 성기에게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반항기인지 묻고 싶었다. 그래 봤자 답은 자신이 내겠지만. 이건은 끙끙거리며 다시 한번 손을 움직였지만, 뱃속에 모이는 열기가 더해졌으면 더해졌지 사라지질 않았다. 오히려 더 감칠맛을 내는 것 같아 이건은 손을 얼른 뗐다. 하지만 이미 열감이 오른 몸은 가만히 있질 못했다. 절정으로 닿지 못하다 보니 박고 싶은 욕구는 더 강해지고 갈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 갈증. 목이 말랐다. 이건은 물병을 다시 손에 쥐고 뚜껑을 열었다. 벌컥벌컥 남은 물을 다 털어 넣었음에도 몸은 점점 메마르겠다. 더 필요해. 물이… 미칠 것 같아. 더 어디에 있더라. 물. 물을 마셔야- 물병을 흔들다 손이 미끄러져 물병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집안을 다 깨울 정도로 큰 소리였다.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이건.”
문밖에 이 목소리는 누구지.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아니, 그보다 여긴 어디야.
“흐윽-”
싸고 싶어. 가고 싶어. 미칠 것 같아. 성기를 그대로 잡아 뽑아 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뭔가 손이 시원해질 것 같은데. 차라리 뽑아 버릴까? 이건은 비틀비틀 걷다가 침대에 털썩 앉았다.
“아-”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발이 아팠다. 발바닥에 유리 조각이 박혀 피가 났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멍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어딘가에 몸을 의탁하고 싶었다. 박고 싶었다. 노팅하고 싶었다. 오메가가 필요했다. 각인할 오메가가.
쾅- 하는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하지만 이건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눈앞에 시선이 흐릿해서 문이 열린 것인지도 모르겠고, ‘쾅!’ 하는 소리도 먹먹하게 들렸다. 한태경은 문이 열리자마자 서이건의 터질 것 같은 페로몬과 함께 느껴지는 피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고 얼른 불을 켰다. 서이건이 상, 하의 다 벗은 열이 잔뜩 오른 붉은 몸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고, 그 발밑에는 깨진 물병과 그 조각을 밟아 피가 흐르는 서이건의 발이 보였다.
“미쳤군.”
한태경은 얼른 그에게 다가가 발을 보았다. 다행히 깊숙이 찢어질 정도로 박힌 건 아니었다. 얼른 유리 조각을 치우고 자신의 윗도리를 벗어 찢은 다음 서이건의 발을 지혈해주었다. 그리고 구급상자를 가지러 일어나려던 찰나에 서이건이 한태경의 옷자락을 잡았다.
“괴로워….”
서이건은 정말 진심으로 괴로운 얼굴을 하며 한태경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제야 눈에 보이는 서이건의 터질 것 같은 성기를 보며 한태경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아무래도 사정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저 약의 최대 부작용 중 하나였다. 한태경은 현재 발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큰 흥분을 끌어낼 순 없지만, 사정 못 해서 느껴지는 괴로움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야 약발이 크게 돌지 못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서이건에게 오는 약의 부작용은 자신에게 온 것보다 더 센 것 같았다. 눈을 보니 완전히 풀려 있었다. 지금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빨리 올 줄 몰랐는데.
“괴로워… 제발… 싸고 싶어.”
한태경은 다시 혀를 차고 방을 나와 약과 작은 상자를 하나 가져왔다. 그 사이에 서이건은 참지 못한 것인지 침대에 누워 다시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끙끙거리고 있었다. 아마 성기의 구멍이 막혀 버린 것 같을 것이다. 지금 어떻게든 발산하지 못하면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빨리 해결해줘야 했다. 어쩔 수 없지.
한태경은 구급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손에 가져온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알파 성기를 담을 수 있는 자위 기구가 있었다. 어떤 증상이 오는지 알고 있으므로 미리 준비해둔 것인데 정말 쓰게 될 줄이야.
“서이건 씨.”
한태경은 목소리에 서이건은 반응했다. 그를 힐끔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도움을 청하진 않았다. 오메가가 아닌 것을 아는 거지. 그렇다는 건 아직은 사람으로서의 본능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완전히 약에 지배되어 버린 것이라면 지금 한태경이 알파든 뭐든 덤볐을 테니까.
“손 치워요. 이걸로 임시방편 될 겁니다.”
말은 또 잘 들어서, 서이건이 손을 치우자 한태경이 가져온 자위 기구를 서이건의 성기에 덮어씌웠다.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되어있는 그 기구의 버튼을 누르자 살짝 기구가 부풀어 오르면서 서이건의 성기를 조이고 풀고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이건의 엉덩이의 살짝 힘이 들어갔다. 그가 허리를 움찔거리며 ‘아-’ 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을 내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
“아, 아-”
남성 오메가의 안쪽 수축과 가장 비슷하게 만들어진 자위 기구는 이건이 손장난 치던 것과 다른 쾌감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역시 사정이 되지 않는 듯 그 쾌감은 곧 괴로움으로 바뀌었다. 엎드린 채로 허리를 비비던 서이건이 이불을 쥐어짜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곧 발작하듯 몸을 뒤틀자 발을 감고 있던 옷자락이 떨어져 다시 피가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보였다. 한태경은 어쩔 수 없이 구급함에서 붕대를 꺼내 서이건의 발을 붙잡아 당겼다. 서이건이 괴로워하든지 말든지 그의 발에 붕대를 칭칭 감고 테이프까지 붙인 다음 발의 주인을 내려다보았다. 수축하는 기구를 붙잡고 어떻게든 사정하려 애쓰는 모습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서이건이 사정하게 하는 건 간단했다. 오메가를 안겨 주면 된다. 그가 오메가의 구멍에 성기를 넣고 박고 싼 후 노팅까지 하면 완벽하게 약발은 떨어질 것이다. 물론 그것도 자신의 기준이라 약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은 똑같을 것이다. 이 약은 오메가에게 노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오메가라….’
지금 당장 오메가를 부르려면 부를 수 있다. 서이건은 금메달리스트이니 누가 원해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그건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걸 이렇게 둘 수도 없고, 그럼 방법을 알고 있는 자신이 해결해줘야 하나.
한태경은 서이건의 다리를 붙잡고 끌었다. 몸이 침대에서 쓸려 끌려 내려온 남자의 성기는 무척 음란하고 욕망에 충실한 장난감 같았다. 서이건의 엉덩이까지 아슬아슬하게 침대 끝에 걸렸고, 한태경은 서이건의 골반 위치에 무릎을 올려 올라갔다. 그리고 서이건의 성기를 잡고 있던 자위 기구를 빼서 던졌다.
“하.”
완전히 터질 것 같았다. 아니, 터지다 못해 지금 정액과 소변이 고여 흉측한 모습이 되어가는 이건의 성기의 끝부분에 한태경이 손을 올려 살살 귀두 부분을 자극했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페로몬을 개방했다.
“어…?”
개방하면 개방할수록 서이건의 눈동자가 커지면서 한태경을 바라본다.
“그래, 착하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아니, 처음 맡아보는 페로몬이었다. 달고, 단…. 서이건의 성기가 다시 껄떡거렸다.
“네 취향의 향이 이런 건가?”
아주 살짝 페로몬의 향을 바꿨을 뿐이다. 그저 서이건의 취향을 생각하며 아주 달게 살짝. 그러자 서이건이 상체를 벌떡 일으켜 한태경을 끌어안았다. 알파가 오메가를 갈구하듯 제 오메가를 찾은 듯 끌어안으며 곧 한태경의 몸을 침대에 던지듯 눕혔다. 한태경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잔뜩 흥분해 있는 서이건을 바라보며 ‘순한 충견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개는 개네.’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