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고마워. 작은 아버지가 직접 고심해서 인테리어를 정하셨거든.”
“작은 아버지?”
“응, 날 낳아준 아버지를 그렇게 불러.”
“아, 난 아빠라고 불렀는데.”
“나도 어릴 적엔 아빠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크면 클수록 아빠라는 말이 더 어려워져서.”
“하긴 나도 지금까지 아빠가 있었다면… 그렇게 부를 수도 있었겠다.”
평범한 고민,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렇게 하나씩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한태경과 이야기하는 것은 즐거웠다. 아니 오히려 신기했다.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이긴 했지만, 한태경은 그것에 대한 잘난 척이나 거만함 같은 게 없었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거부감을 없애주었다.
‘아, 원래 한태경은 저렇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그가 부잣집 아들이고, 우성 알파고, 얼굴이 잘난 게 모두 당연해졌다. 그런 이상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어느새 서이건도 거기에 스며들고 있었다.
24층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자리로 한태경을 안내했다. 작은 룸에 들어가서 앉자 한태경이 메뉴를 골랐고, 곧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망의 갈비…. 마블링이 아주 훌륭한 소고기가 불판에 올려졌고, 직원이 구워 주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한 점씩 앞 접시에 올라오자 이건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기를 입에 넣었다.
“우와. 고기가 녹아!”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예전에 진 사범이 진짜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했는데, 그게 정말이었구나. 너무 신기해서 이건이 저도 모르게 크게 이야기하자 고기를 굽고 있던 직원이 풋 하고 웃었다. 그 웃음에, 순간 이건은 창피해서 숨고 싶었다. 너무 크게 이야기했나.
“제가 구울게요. 나가 주실래요?”
“아, 하지만.”
“괜찮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직원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나가고 한태경이 집게를 들었다. 그리고 구워진 고기를 이건의 앞 접시에 올려주었다.
“고기가 입 안에서 녹지?”
“어? 어. 미안하다. 나 이런 고기 처음 먹어봐서….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였냐? 뭔가 널 창피 준 건 아니지?”
“전혀.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그래서 여기 처음 왔을 때 너랑 똑같은 말 했어.”
“진짜?”
“응. 당연하잖아. 고기가 입 안에서 녹는다니 정말 신기하니까.”
“와,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한태경이 웃으면서 다시 고기 한 점을 서이건의 앞 접시에 올려주었다.
“너도 먹어.”
“먹고 있어.”
아까부터 한 점밖에 안 먹은 것 같은데…. 고기 굽기에 열중하는 한태경을 보며 서이건은 상추 한 장에 깻잎 한 장을 올려 고기쌈을 싸서 한태경 앞에 내밀었다.
“자, 먹어.”
“너 먹어. 난 먹고 있어.”
“쌈 안 좋아해?”
“…아니.”
“자, 그럼 먹어.”
이건이 쌈을 내밀자 한태경이 입을 벌렸다. 그러자 적당한 크기의 고기쌈이 쏙 하고 입 안에 들어갔고 한태경이 우물우물 씹었다.
“알파 둘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맛있긴 하다.”
이번에는 자신의 고기쌈을 싸서 입 안에 넣은 이건이 행복한 듯 웃었다. 정말 이게 고기 맛이구나. 그리고 왜 한태경이 여기가 맛있다고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이 정도 맛이라면 평생 알파하고만 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는 사람이었어?”
갑자기 고기를 굽던 한태경이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했다.
“음? 누구?”
“아까 부딪친 사람.”
“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