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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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건 학생인가요?”

“아, 네….”

그제야 한태경도 이건을 바라보았다.

“35번, 그리고 한태경 학생이 36번이니 두 사람이 같이 격리실로 가면 됩니다.”

“두 사람이 같이요?!”

“네. 2인 1조가 되어 테스트를 봅니다.”

참고로 말하지만 그것도 미리 고지된 부분입니다, 라고 시험관이 말을 덧붙였다. 서이건은 물론 한태경이나 김 사범도 그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그야 매년 하던 시험 방식이 있으니 올해도 그러려니 하고 사전에 고지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게 이렇게 큰 당황스러움으로 돌아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태경아, 시험 포기하자. 아무리 그래도 2인 1조는 안 돼.”

시험포기…? 저 한태경이 시험을 포기한다고? 대체 왜? 고작 이 페로몬 테스트 때문에?

자신 있다고, 하고 싶다고, 잘하겠다고 아까까지 이야기하던 한태경이 이번에는 입을 다물었다. 뭐지? 대체 왜? 서이건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김 사범은 말리기는커녕 한태경이 시험을 포기하기를 부추기고 있었다. 어쩐지 가슴이 답답했다. 짜증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선발전… 할 거지?’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던 남자는 어디 간 건지.

“그럼 저 자동으로 합격인 건가요?”

이건은 웃으며 시험관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래도 테스트는 해야 합니다.”

“에이… 아쉽네요. 그럼 얼른 테스트하죠. 포기하려는데 굳이 붙잡지 말고요.”

자신이 들어도 건방지고 싸가지 없는 말투였다. 어떻게 보면 유치한 도발이 맞았다. 한태경이 거기에 걸릴지 안 걸릴지는 그의 의지였다. 아쉽다. 한태경과 대련해 보고 싶었다. 그의 발차기를 막아보고, 그가 밀어내기 하는 것을 받아보고 싶었다. 오늘 그가 포기한다면 아마 두 번 다시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테스트가 뭐라고, 이것 때문에 포기하니 마니 이야기를 하는 거지?

“이곳에 앉아 주세요.”

격리실에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격리실은 다른 곳과 다르게 녹음실처럼 밀폐되어 있었고, 문도 비행기 문을 사용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페로몬에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들어 놓은 격리실로 만에 하나 오메가나 알파가 발정기가 왔을 때를 대비해 마련된 방공호 같은 곳이었다.

문밖에 한태경의 뒷모습이 보였다. 일부러 인사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여기까지였나 보다.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태되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내밀 정도로 이건은 한가하지 않으니 정말 이걸로 끝이었다.

“잠시만.”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한태경이 문을 잡았다.

“시험 보겠습니다.”

그 말에 왜 그렇게 안도가 되던지. 갑갑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김 사범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문이 닫히고 한태경이 이건에게서 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의자에 앉았다.

“안녕.”

한태경이 이건에게 인사했다.

“안녕.”

그리고 서이건 역시 그에게 인사했다. 한태경이 미소 지었다. 그와 동시에 격리실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 나왔다.

- 아주 미량의 오메가 페로몬을 방출할 거예요. 러트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고 아주 미량입니다.

정말 가지가지 하네. 하.

- 5분 동안 오메가 페로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얼마나 잘 컨트롤 하는지 볼 겁니다. 10초부터 카운트다운 하겠습니다.

너무하네. 준비도 없이.

서이건은 숨을 한번 깊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힐끔 한태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정자세로 앉아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서이건 역시 정면을 바라보았고, 곧 어딘가로부터 느껴지는 은은한 오메가의 페로몬에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알파로 발현했을 때 처음 오메가 페로몬을 맡은 순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페로몬을 맡은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 페로몬 조절제를 계속 맞고 있었고, 페로몬에 지배당하는 짐승이 되지 않으려 정신적으로도 많은 수행을 했었다. 언제고 다시 오메가 페로몬을 맡게 된다면… 그건 필시 자신의 반려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런 자신이라도 분명 사랑해 주는 오메가가 있을 거라 희망을 품은 채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행복한 미래를 아주 조금 꿈꾸기도 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메가 페로몬을 맡으니 그 꿈이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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