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납치했던 놈들… 당연히 모두 잡아 죽였었어요. 아버지들의 분노가 엄청났거든요. 그들의 땅속 깊은 개미집까지 파서 모두 박멸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조용했었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그런데 최근에 정부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부… 까지 이야기 나오면 내가 들어도 되는 거야?”
“네, 솔직히 이야기해야 형이 제 의뢰를 승낙해줄 테니까요. 그리고 형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렇게 믿어줘서 고맙다. 네 말대로 난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않아.”
“감사합니다.”
“이건아, 나는 내려가 있으마.”
“아, 네 사범.”
어느새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커피를 내려온 진 사범은 심각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자신이 들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이건은 감사하다고 눈짓을 하고 다시 재우를 바라보았다.
“찾아가 보이니… 그들은 확보한 형의 DNA로 각종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 정부에서 발견한 건 파키스탄의 어떤 지역에서 오메가 실험을 하고 있었죠. 거의 약 50여 명을 임신시키고, 50여 명은 이미 출산한 채로… 출산한 아이들은 모두 형의 DNA를 가지고 있었어요. 끔찍했죠.”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일순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역겹다. 대체 그들은 무슨 짓을….
“아까 토벌했다고 하지 않았나?”
“네, 토벌했습니다. 전부 다요. 그런데… 애벌레가 한 마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숨죽여서 탈피하고 몸집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납치했던 날 확보한 형의 DNA를 소중히 품에 안고 말이죠. 심지어 이번에 파키스탄에서 잡은 일당은 그 일부분이었습니다. 토벌했을 때보다 더 몸집이 커져 있었죠.”
“그래서 그들이… 지금 한태경을 다시 노리고 있는 건가. 아니 DNA를 확보했다고 했잖아.”
“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 형의 DNA를 가지고 있었지만, 형이 될 순 없으니까요. 그들이 원하는 건 얻지 못했죠.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었어요. 그래서 형이 더 필요해진 모양입니다.”
“미친놈들 아니야? 그래서 NI에선 다시 안 나섰어?”
“나섰습니다. 거점을 몇 개 잡기도 잡았고 감시하는 곳도 지금 여러 곳이에요. 하지만 본체는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 덕분에 죽여도 죽여도 사라지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계속해서 나타나 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소속 경호원들이 지켜도 소용없을 정도라는 거야?”
“네, 소속 경호원들이…. 형을 지키다 죽은 사람만 벌써 다섯 명이고 크게 다친 사람, 가벼운 부상을 당한 사람도 셀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선뜻 형을 경호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형이 거부하고 있어요.”
“그 녀석이? 왜?”
“…자기 때문에 계속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 나가니까요.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더군요.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겠다고.”
“이미 근육도 다 사라졌을 놈이… 어떻게 자기가 자기를 지켜. 이럴 때일수록 더 지킴을 받으려고 해야지. 안 그러는 게 더 민폐인 거 모르나?”
“하하. 그러게요. 하지만 본인의 의사가 너무 확고해서….”
“그래서 날 찾아온 거야?”
“네, 그 이유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
“형을 찾아온 이유는… 조금 죄송하지만, 이기적으로 굴겠습니다. 형의 유명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내 유명세?”
“태경 형이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전부 쉬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형이 위험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야 누구 한 명이라도 지나가던 길에 형이 위험할 때 숨겨주거나 신고해줄 것 같아서요.”
“그러면 그냥 TV에 광고 내는 게 더 낫지 않아?”
“그것보다 이건 형이 옆에서 형의 경호원을 해주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물론 이건 형은 유명하기 때문에 그들이 쉽게 이건 형을 죽이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잘못했다간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나거나 혹은 세간의 표적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기업인인 저희는 사람들이 강자라고 생각해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은 다르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사람들의 호감이 높은 사람이니만큼 분명 형이 위험에 빠지면 도와주려고 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