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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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

어떻게 병원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몰라 병원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진 사범이 입구에 나와 있었고, 그는 이건을 보자마자 양어깨를 잡았다.

“일단 진정해라.”

“어떻게 진정해요?! 아버지는요?? 크게 다치셨어요? 어떻게 다쳤는데!!”

“이건아! 진정해!”

“그러니까 어떻게 진정하냐고요!!”

오늘 아버지가 일하러 간 곳은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다. 최근 몸에 무리가 간다며 택배 물류센터로 일을 전환했지만, 공사 현장보다는 일당이 적어 이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현장으로 바꾼 참이었다.

“지금 수술 중이야.”

“네? 수, 수술 중이요?”

다리에 힘이 쑥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진 사범이 놀라서 이건의 팔을 붙잡아 주었고, 이건은 간신히 몸에 힘을 주어 다시 일어났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단 진 사범이라도 있어 주어서 이건은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다. 진 사범과 함께 병원에 들어가니 이미 병원은 아수라장이었다. 공사가 진행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내린 탓에 다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중엔 사망자도 있었으며, 상태가 심각하여 바로 수술에 들어간 사람만 서이건의 아버지를 포함하여 다섯 명가량이었다. 경찰과 관계자들은 긴급히 상황을 파악 중이었고, 다행히 진 사범이 먼저 도착해서 이건의 아버지에 대한 신원 등록 및 필요한 절차는 끝내놓은 상황이라 이건은 바로 수술실 앞으로 갈 수 있었다.

“어디… 얼마나 다친 거래요?”

“내가 이미 왔을 땐 수술실에 들어갔었어.”

“왜 저한테 먼저 연락이 안 오고 사범님께 연락이 간 거예요?”

“네 아버지가 의식이 있을 때 내 전화번호를 이야기했다더라… 아마도 네가 걱정할까 봐 그랬겠지.”

“바보 아니야.”

그래도 이럴 땐 아들을 먼저 찾아야지. 나중에 한마디 해야겠다고 이건은 생각하며 수술실을 바라보았다. 제발 아버지가 무사히 저곳을 나오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하늘은 야속하게도 이건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이건의 아버지는 결국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이틀 뒤 자신의 반려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한평생 고생만 하고 살았다. 이건을 위해 살았고, 이건과 태권도 국가대표를 하고 싶어 했던 반려의 꿈을 위해서 살아온 분이었다.

그런데 결국, 이건이 그 꿈을 이루는 것을 보지 못하고 야속할 정도로 빨리 훌쩍 떠나버렸다.

“이건아.”

멍하니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건을 진 사범이 툭툭 쳤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여기까지 찾아와준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볼 힘이 없었다. 이대로 죽어 버리고 싶었다. 차라리 아버지와 함께 떠나고 싶었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불쌍한 아버지에게 이런 일이…. 이제 어떻게 살지.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갈 자신이 없다. 목표도 없다. 그런데 왜 자신은 여기에 있을까. 그냥 죽어 버릴까. 그러면 이 가슴의 답답함도 사라질까.

끝도 없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런 건 처음이다. 이런 절망적인 마음은 정말 처음이었다. 방금 온 사람들 역시 절을 하고 다시 이건에게 인사를 했다. 진 사범이 이건을 대신해 그네들을 식사하는 곳으로 안내하려 했으나 그중 한 사람이 이건의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남자의 가지런한 두 발이 서이건의 앞에 있었다. 신경에 거슬렸다. 그래서 고개를 들었다. 아주 간신히….

“…….”

검은색 양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굳게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 한태경이었다.

어째서 이 남자가 여기에 있는 거지.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이건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자 한태경도 옆에 앉았다.

“뭐야…?”

한태경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이건의 곁에 있을 뿐이었다. 손님이 오면 이건을 대신해 사람들을 맞이했다. 그렇게 장례 절차 마지막까지 한태경은 이건의 옆에 있어 주었다. 아버지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며 울고 있는 이건의 모습도 묵묵히 지켜보았고, 터덜터덜 혼자 옥탑방으로 들어가는 이건의 모습도 지켜보았다. 문이 닫히고 한태경이 천천히 뒤를 돌았을 때, 다시 이건의 옥탑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위를 바라보니 아슬아슬하게 옥상의 난간에 걸려 있는 이건이 보였고, 깜짝 놀란 한태경은 전력을 다해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이건을 붙잡았다.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