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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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자마자 김 사범님에게 호출되어 가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이건은 침을 꼴깍 삼켰다. 김 사범님은 정말 진지한 얼굴로 이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오늘부터 실전 훈련을 하려고 한다.”

“실전이요?”

“그래.”

아직 자신은 배울 게 많고,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운동선수다. 실전이 그 무엇보다 제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진행 방식을 알려 주세요.”

김 사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행 방식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했다. 정말 간단했다. ‘아무것도 알려 줄 수 없다.’ 였다. 마치 진짜 바퀴벌레들처럼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려 줄 수 없고, 모든 것은 이건의 감과 판단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이건 말이 실전 훈련이지 어디까지나 시험과 같았다. 이건은 ‘어렵다.’라고 생각하는 한편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이건은 김 사범 뒤에서 훈련받는 다른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

“누가 너를 공격할지도 모른다. 우리 얼굴을 외워봤자 소용없어.”

“하하, 들켰나요.”

“그래. 그리고 우리 공격 패턴은 그들의 공격과 비슷하다. 오랫동안 연구했거든.”

“예전에 대학생 때 한번 싸운 적이 있는데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움직임 어느 것 하나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요.”

“맞다. 그들은 무서운 것이 없지. 그래서 우리가 무서운 거야. 팔이 잘릴 것 같으면 사람의 본능이 피하기 마련인데 그들은 팔이 잘리지 말디 목적을 향해 덤벼들지. 그래서 자폭도 가능한 거고.”

“자폭이요?”

“그래, 한번 시도하려고 한 적도 있어. 다행히 미리 잡아 들였지만.”

“언제….”

“몇 년 전에 태경이가 한국으로 다시 입국할 때. 공항에서.”

“미쳤구나. 그런데 그들은 태경이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팔다리가 날아가더라도 데려갈 심산이었겠지. 아니면 공항이 어지러워진 틈을 타 태경이를 데려가려고 했다던가. 이유와 방향성은 만들어 내려고 하면 만들어 낼 수 있어. 그중 정답이 없는 게 문제지.”

“어째서요?”

“잡히자마자 자살했거든. 그래서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 폭탄도 사제 폭탄이었고 말이야.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는데 아마 그게 터졌다면 인천공항 1/3이 날아갔을 거야.”

맙소사.

“점점 스케일이 커지고 있어. 그리고 사람들의 눈도 신경 쓰지 않기 시작했지. 그건 무슨 뜻일까?”

“초조해지고 있다는 거군요.”

이건의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 사범은 만족한 얼굴을 했다.

“그래. 정답이야. 그들을 바퀴벌레라 부르고 있지, 한 놈이 보이면 그 그림자 이면에는 이미 수십 마리가 번식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서 보이는 족족 때려눕혔지. 번식도 할 수 없도록 그 알주머니부터 다 싹 쓸어 버렸어. 비록 끈질기게 살아남았다고는 하나 점점 개체 수가 줄고 있고, 이쯤 되면 그들에게 충성했던 자들도 의문이 생기기 마련이지. 자신들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지?”

하긴… 이건이 아는 것만 해도 이미 십여 년이 넘은 지긋지긋한 집착과 싸움이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똘똘 뭉쳐서 함께 싸우고 있었다는 게 신기하긴 했다. 이미 강산이 변해도 수십 번은 변했는데 아직 그들은 고여 있다는 소리겠지.

“그러다 보니 그쪽 머리가 많이 초조해지기 시작한 모양이야.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야.”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태경이 전담 경호원이 되고 난 후부터는 수상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당연하지. 그러려고 재우가 자네를 거기에 놔뒀잖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주목을 받게 하려고. 그러니 그쪽이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어졌어.”

“아, 그렇군요.”

이건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신은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금메달을 딴 유명세가 조금은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니 말이다.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