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와 함께 가라앉는 페로몬에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 서이건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자신의 다리를 잡은 남자의 붉은 눈이 확 들어오면서 몸의 흥분과는 달리 정신은 멀쩡히 돌아왔다. 어떻게, 어떻게 한태경이 여기에 있지. 지금 무슨 상황이지. 지금 한태경이 뭐라고 했더라. 알파와 잤냐고? 어떻게 안 거지. 어떻게.“대답해.”
이건이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벗어나려고 하자 한태경이 발목을 더 꽉 붙잡았다. 마치 부러트릴 기세였다. 어째서 알파랑 잤다고 생각하는 걸까. 뭘 보여 줬길래.
“아, 아니-. 윽!”
간신히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한태경은 그 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하는 답이지만 꺼림칙한 것이 있었다.
“아니라고? 그런데 어떻게 노팅이 아픈 것을 알고 있습니까?”
“그….”
그건 경험해봤으니까. 알고 있지만, 그 행위를 한 당사자 앞에선 할 수가 없다. 절대로 그래선 안 된다. 한태경은 그걸 몰라야 한다. 그래야 이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테니까.
“그건… 전무님과 상관없잖습니까.”
“뭐?”
“제가 누구랑 뒹굴었든 전무님과 무슨 상관입니-!!!!”
숨이 턱하고 막혔다. 갑작스럽게 안을 박고 들어오는 거대한 흉기에 이건은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마르다 못해 그 어떤 액도 흘러나오지 않는 그곳에 자리 잡은 커다란 것은 강제로 서이건의 다리를 벌리고 파고들었다. 갑작스럽게 받은 충격에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몸이 두 동강 난 것 같았다. 아니 지금 살아는 있나? 싶을 정도로…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눈앞에 인물을 보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붉은 눈의 악마는 그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쿵쿵하고 울리는 아래로 조심스럽게 시선을 내렸다. 활짝 벌어진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한태경… 그리고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간 기둥은 아직 다 들어가지 못하고 반쯤 걸쳐 있는 상태로 조금씩 이건의 몸을 벌리고 갈라내고 있었다. 지금 이 행위가 어떤 것인지 알기에, 서이건은 본능적으로 페로몬으로 한태경을 밀어냈지만, 그 행위가 우습다는 듯 가볍게 서이건의 페로몬을 눌러버린 한태경의 페로몬은 무척 무겁고 강했다. 공포가 일어날 만큼 말이다. 그래도 서이건은 이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처음은 실수라고 할 수 있어도 두 번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벗어나고자 업는 힘을 쥐어짜 한태경을 밀어내고 다리를 들어 그를 어떻게든 던져 버리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다리를 더 벌려 몸을 조금씩 밀어 넣었다.
“서이건, 가만히 있어. 네 성기가 지금 괴사하기 직전이니까.”
그가 손가락으로 툭 하고 서이건의 성기를 친다. 색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성기는 정말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성기의 아픔 따위 잊을 수 있을 만큼 아래의 아픔이 너무 거대했다. 차라리 성기를 잘라 달라고 빌고 싶을 만큼.
이건이 다시 한번 한태경을 밀어내자 그가 두 팔을 잡고 머리 위로 처박듯 꽉 잡았다.
“왜 이래? 쉬운 방법 알려 줘서 하고 있는데. 나랑 상관없는 일인데 이렇게 도와주고 있잖아.”
“으윽-”
그리고 꾸욱 다시 누르는 한태경의 성기가 들어오는 느낌에 이건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비릿하게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한태경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말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니 지금 자신은 너무나 고요했다. 어째서일까. 서이건이 알파와 잤다는 것을 알자마자 머리가 돌았다. 지금 자기가 오메가도 아닌 알파 때문에 발기해서 삽입했다는 것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만큼. 귓속이 먹먹했다. 이명 소리가 점점 강해진다. 아직 2/3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은 성기가 기쁘게 꿈틀거린다. 마치 제자리를 찾은 듯 괴로워하는 서이건의 몸 안에서 성기는 점점 부피를 키워갔다. 아플 만큼 조이고 감탄이 나올 만큼 뜨거운 안이 이렇게 기분 좋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걸 다른 알파가 알고 있다고? 서이건이 원래 그랬나? 원래 알파를 좋아하던 알파였던가? 기억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알고 있는 서이건은… 기억하고 있는 일부분은 그저 쾌활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성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부분을 잊어버린 것일까. 잊어버린 그 부분에는 그가 알파랑 뒹굴고 있는 것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부분에서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상관이 없어야 하잖아. 기껏해야 친구였고, 룸메이트였을 텐데 이런 분노는 이상하지 않나? 심지어 서이건은 알파인데?
“윽-.”
한태경이 살짝 머리를 흔들었다. 괴로운 듯 그가 머리를 부여잡더니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페로몬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제어가 되지 않았다. 그간 막았던 둑이 터진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서이건에게 왔다. 이 감각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한태경이 그 날- 자신을 안은 날 그 주사를 맞고 터진 페로몬의 밀도와 같았다.
“안돼.”
안된다. 서이건은 눈앞의 붉은 괴물이 각성하기 전에 도망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도망을 가지? 말뚝처럼 박힌 성기를 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이불을 붙잡고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렸다. 침대를 기어가듯 조금씩 움직이자 성기가 꾸물거리며 빠지다 다시 한번 확인사살 하듯 세 개 처박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웅크렸다. 동시에 서이건의 머리채가 잡혀 목이 뒤로 꺾였다. 한태경이 뭔가 귓가로 속삭였지만 들리지 않았다. 너무 큰 충격에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서이건은 벅찼다. 잡힌 머리채가 놓이고 그대로 상체가 침대에 고꾸라졌다. 동시에 엉덩이가 들리고 한태경이 추삽질을 시작했다. 찢어진 구멍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며 윤활제 역할을 했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그곳은 십여 년 전과 다름이 없었다. 침대 머리맡에 흐릿하게 도자기 같은 것이 보였다. 저것을 잡아 한태경에게 집어 던진다면 그러면 도망갈 수 있지 않을까. 이 끔찍한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서이건은 포기했다. 한태경에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이 알파와 잤다고 오해하는 것 같으니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자. 반항하지 않으면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 그렇겠지. 아무도 상처받지 않을 수도 있어.
이건의 몸에 힘이 빠지고 반항하는 페로몬이 사라지자 한태경의 움직임이 멈추며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더 화가 난 듯한 느낌이었지만 이건은 담담하게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더 강하게 한태경의 성기가 박히기 시작했다.
“--!”
그러다 어느 지점에 그 성기가 박히자 몸 안에 작게 경련이 일어났다. 정말 생각도 하지 못한 위치가 찔리자 아픔보다 저릿한 쾌감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건의 몸의 반응을 귀신같이 알아챈 한태경은 계속 그 자리만을 찔렀다. 오메가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하는 것은 알파의 본능이었다. 자신의 오메가의 몸에 기분 좋은 곳이 있다면 그곳을 정성스럽게 애무해주며 쾌감을 끌어내려고 한다. 그래야 임신이 더 잘 되고 깊게 각인이 되기 때문이고, 각인이 된 사이라면 더 돈독하게 두 사람의 세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으윽-”
뒷구멍의 고통으로 잠시 잊고 있던 성기가 다시 아팠다. 한태경은 이건이 느끼던 곳을 강하게 찔러 올리며 동시에 이건의 성기를 붙잡고 흔들었다.
“안돼, 안돼- 아!! 아!!”
조금씩 올라오는 사정의 느낌과 함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느낌에 이건은 몸을 뒤틀며 반항했지만 이미 열려 버린 몸은 모든 것을 다 토해냈다.
“아, 아--!”
몇 시간 만에 한 사정은 하얀색 액체를 쉴새 없이 흘러내리더니 곧 불투명한 액체도 이어서 줄줄 흘러나왔다. 소변을 누는 것 같은 시원함과 사정의 여운이 느껴져 몸이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이었다. 이제 몸은 다시 한번 러트의 열이 끓기 시작했다. 금세 성기는 단단해지고 한태경은 그런 서이건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벌려 자신의 것을 더 깊게 박아 넣었다. 불투명한 액체로 피가 씻겨 내려가 조금 더 구멍이 잘 보였다. 여전히 그 안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서이건의 몸에서 나오는 페로몬은 너무 달았다. 지금까지 느껴보았던 그 어떤 오메가의 페로몬보다 더 달콤했다. 숨을 한번 들이쉬고 그 페로몬을 느끼자 한태경의 성기가 조금 더 부피를 더했다.
“으… 그, 그만.”
서이건이 힘들어하든지 말든지 한태경은 다시금 그가 느끼는 곳을 마구잡이로 두드렸다. 신음을 내지 않고 참고 있던 이건이 러트에 완전히 들어갔는지 조금씩 흥분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금세 정액을 채운 성기가 뻣뻣하게 서서 다시금 사정시켜 달라고 껄떡거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한태경이 만져주지 않았다. 서이건이 만지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여전히 힘이 빠져 제대로 몸을 세우지 못하는 서이건의 단단한 허리를 붙잡고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두 다리가 활짝 벌려져 엉덩이에 알파의 것을 받아들여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픔과 동시에 느껴지는 쾌감에 이건은 자신의 성기를 스스로 만지며 다시 한번 절정을 맞이함과 동시에 투명한 액을 줄줄 흘렸다. 바닥이 젖어 가는 것을 보며 한태경은 서이건의 뒷덜미에 입을 맞추고 페로몬 향을 맡았다. 동시에 서이건의 허리가 미친 듯이 떨리더니 그가 어찌할 줄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 느껴졌다. 슬쩍 손을 뻗어 서이건의 성기를 만지니 끝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가 흥분에 못 이겨 아무도 없는 허공에 노팅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