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다치지 마.”만약 네가 다시 다친다면 나는 나를 증오할 거고, 그들을 찢어 죽여 버릴지도 몰라. 서이건.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도망쳐. 차라리 경찰에 신고해.”
“알았다니까. 나 발 빠르잖아. 도망치는 것도 내 주특기니까 걱정하지 마. 예전에 내가 잘못한 적이 있거든? 그때 진 사범님이-”
옛날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발이 빠르다는 것을 어필하는 이건을 보며 한태경은 그날 이후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이건이 꺼낸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정말 풍성하고 온통 재미있는 이야기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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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전 훈련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에 돌입해야 할 시간이었다. 점심은 역시 오피스텔에서 먹어야 했기에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체육관 앞에 차가 서 있었고 이건과 태경은 그 차를 타고 오피스텔로 왔다. 도착하니 아주머니가 점심 준비를 다 해 놓았다. 이제 슬슬 식단 조절을 해야 했는데 아주머니에게 태경이 미리 언질을 줘놓았는지 식단에 용이한 음식들로 준비해 주셔서 걱정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 후 약 두 시간 정도 뒤에 다시 학교에 가야 했기에 그때까진 함께 쉬기로 하고 소파에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매일 붙어 다녀서 할 이야기가 없는 줄 알았는데 아직 서이건의 유년 시절은 9살 때의 이야기로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나저나 조용하네.”
“음.”
그날 이후 오피스텔 생활을 한 지 어언 한 달이다 되어간다. 그쪽에서 몸을 사리는 건지 특별히 수상한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니 긴장이 풀리기는커녕 더더욱 불안함만 커져갔다. 이제 곧 여름 방학이 끝이 난다. 그러면 바로 선발 예선전부터 시작해서 길고 긴 테스트가 시작될 것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아 맞다. 내일 선배가 학교로 온대.”
“연락이 왔나 보지?”
“아니 단톡방에 써 놨던데 네가 안 본 거겠지.”
“흠.”
강유한 선배는 현재 여름 방학이라 기숙사를 나와 잠시 본가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에는 두 번만 상담하면 되었다. 여름 방학 시작 전에 한 번 상담했고, 그 이후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로 상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방학 마지막 주이기도 해서 내일 만나 상담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선배를 집에 초대할 순 없으니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까? 카페는 안 될 거 아니야.”
“흠.”
“체육관이 나으려나? 거기 의자도 있으니까. 잠시 시간 내서.”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선배에게 말하-.”
태경과 방금 나눈 이야기를 강유한에게 전달하기 위해 톡 메신저를 켰다. 그때 진 사범님에게 전화가 와서 이건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사범님.”
[여보세요.]
사범님의 전화번호가 분명한데. 전화 건 사람의 목소리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가 줄줄줄 뱉어내는 말들은 이건의 숨을 잠시 잠깐이나마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건은 옷을 갈아입었다.
“야,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디가.”
“사범님이 교통사고 당했데. 크게 당한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나도 같이 가.”
“아니야.”
“서이건, 지금 상황 생각해. 미안하지만 나도 같이 가야겠어. 그래야 안심이 되니까.”
“…알았어.”
이건은 얼른 감독님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태경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설마 그놈들이 진 사범님에게까지… 아니겠지?”
“아닐 거야. 네 사범님은 물론이고, 내 사범님까지 사람을 다 붙여 놨는데 수상한 움직임은 없다고 했어. 그리고 지금 네 사범님을 건드려봤자 그들이 얻을 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