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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지아나 호텔.
한태경을 낳아준 아버지. 박재경이 운영하는 호텔 중 하나다. 원래 망해가는 호텔을 인수하여 싹 새 단장을 하고 그 해 3성이던 호텔을 5성으로 끌어 올렸고 1년도 안 돼 서울의 대표적인 호텔이 되었다. 이 호텔의 강점은 각 방마다 히트 사이클의 페로몬을 막아주는 자재를 써서 방안에서 히트 사이클이나 러트가 터져도 그 누구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파와 오메가들이 지배하는 현재라고 해도 아직 시설은 많이 미비했고, 누군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그렇게까지 막아야 하냐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그러나 박재경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거라고 했고, 그걸 이루어낸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자신의 아들을 생각해서 했던 것이 아닐까하고 이건은 생각했다. 박재경 그 자신이 그런 아픔을 잘 알기에 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인 것이다.
그런 호텔에 자신의 아들 약혼자인 강유한을, 그것도 히트 사이클에 스위트룸이 있는 한 층을 통째로 줬다는 것은 인정한다는 거겠지.
“다 왔습니다.”
기사님의 한마디와 함께 차가 부드럽게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한태경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이 줄을 섰고, 그 뒤를 경호원들이 길을 만들었다. 이건이 먼저 내리고 한태경 역시 차에서 내려 그들을 보고 인사를 하고 천천히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한태경이 들어가자마자 호텔 로비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렸다. 그럴만했다. 그는 같은 알파가 봐도 멋진 사람이고,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미남이었다. 무엇보다.
“한태경 아니야?”
“헉, 진짜네.”
이 호텔의 소유주인 박재경의 장남, 게다가 NI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그를 사람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몇몇이 사진을 찍기에 경호원들이 달려가 제재하려다 한태경이 그러지 말라고 신호했다. 이미 이렇게 요란스럽게 등장한 마당에 사진 한두 장쯤은 문제없다고 생각한 것 같고, 이건도 동일하게 생각했다. 애초에 비밀스럽게 등장하려고 했으면 이 호텔의 비밀통로를 통했겠지. 분명히 무슨 생각이 있어 이렇게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온 것일 테지만 애석하게도 이건은 태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다.
[서이건, 너는 한 전무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마.]
승강기를 탄 후 바로 김 사범님의 무전이 왔다. 지금 42층에선 강유한이 요청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경호원들이 대기 중이었고, 각층마다 변장한 경호원들도 대기 중이었다. 물론 43층에서도 경호원 약 20명이 배치되었고 만약을 대비해 옥상에는 헬기도 대기 중이었다.
그나저나 한시도 떠나지 말라는 건 대체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 거지. 사실 매뉴얼로 봐선 방까지 들어가는 것이 맞는데… 히트 사이클이 온 오메가가 있는 방에 알파인 자신이 들어가는 건 괜찮은 건가? 물론 러트 억제제를 비롯해 페로몬 제어 제를 투약했기 때문에 24시간은 그 어떤 페로몬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거고, 강요한 선배는 이미 한태경과 각인을 했기 때문에 그 페로몬을 느낄 수 있는 건 한태경뿐일 것이다. 그렇다면… 괜찮은 건가.
고민하던 사이에 43층에 도착했다. 승강기 문이 열리면서 경호원들이 인사를 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태경과 서이건의 몸을 수색 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도청기 검사 및 폭발물 검사는 모두 완료했고 이상 없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호텔의 전력이 꺼지더라도 이 층은 비상 전력이 따로 배치되어있으므로 문제없고, 승강기 역시 별도로 작동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건 서이건 씨의 핸드폰으로 위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먼저 와 있던 경호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스위트 룸 문 앞에 섰다. 카드키와 지문인식, 더불어 동체 인식까지 해야 문이 열렸다.
‘아….’
페로몬은 느껴지지 않지만, ‘훅’하고 그 안에서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들어가십시오.”
대기하는 경호원들은 더는 들어가지 않아, 서이건도 거기까지라 생각하고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