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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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꼭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었다.

“몸 괜찮아?”

이건의 질문에 한태경은 한숨을 푹 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까 괜찮다고 한 것 같은데.”

“아, 그랬지 참.”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둔한 이건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지금 한태경의 분위기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너는? 지금 아픈 데 없어?”

“당연히, 아프지.”

“진통제 더 놔달라고 할게.”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이건이 말렸지만, 한태경은 듣지 않았다. 버튼을 눌러 의료진을 불렀고, 곧 김 사범님이 불러 준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와서 한차례 이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상처는 잘 아물고 있었지만, 당분간은 무리하면 안 되니 사흘 정도 입원하고 퇴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르르 들어왔던 사람들이 다시 우르르 빠지고 또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당분간 널 못 지켜주겠는데.”

“지금 조사 때문에 어차피 회사에 나가고 있지 않아.”

“그럼 어디에 있는데?”

“집에서 업무 처리 중이야.”

“그렇구나.”

하긴 그쪽이 지금은 더 안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난 신경 쓰지 말고 네 몸 회복에 최선을 다해.”

“어… 응.”

“사람 붙여 놓을 테니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걱정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차갑다. 그렇다고 인사치레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아 이건은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진통제를 맞아서 그런가? 통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에 몸도 나른해져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조용히 잠이 드는 서이건을 태경은 가만히 내려 보았다. 이 장면 꿈에서 봤던 것 같은데…? 이건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천천히 어둠 속에 자신의 몸을 내맡겼다. 이건이 완전히 잠드는 것을 확인하고 한태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왔다. 밖에는 김 사범님과 의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태경아. 이건이는?”

“잠들었습니다.”

“그래, 다행이다. 상태는 좋아 보였어. 아, 그리고 선생님 말씀으로는 이건이 억제제 투여는 퇴원하면 멈춰야 한다고 하더구나.”

서이건은 바퀴벌레들과 싸울 때 한태경이 맞아야 할 약물을 대신 맞았다. 그 약물은 알파를 러트 상태로 끌어 올리는 약물이었다. 심지어 한태경 전용으로 만들어진 약물이라 그 약의 효과는 보통 발정제보다 몇십 배나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서이건이 칼에 맞고 쓰러져서도 러트 상태에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억제제를 투약해야만 했다.

“지금 억제제로 억제해 놓은 상태긴 하지만 태경 님도 알다시피 그 약물을 억제할 수 있는 약은 없습니다. 억제제를 투약할수록 부작용만 생길 뿐입니다. 언젠간 터지는 건 똑같고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퇴원 전까지만이라도 투약해주십시오. 그리고 현재의 그 상태에 대해서는 당사자에겐 이야기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의사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한태경은 김 사범님과 함께 서이건의 병실에서 조금 떨어졌다. 경호원들을 몇 미터 물린 상태에서 김 사범은 한태경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보고 했다.

“…그놈들 본거지 찾았다. 경기도 안산에 있었던 모양이야. 표면은 무역회사로 위장하고 활동한 모양이야.”

“밀입국을 시켰나 보군요.”

“그런 것 같다. 원래 정당하게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던 놈들이 밀입국했다는 건 확실히 그놈들 슬슬 돈이 떨어져 가는 모양이야. 작년에 말레이시아를 통한 자선단체를 막은 보람이 있네.”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잡아서 죽이세요.”

“네가 그 말 하지 않아도 네 아버지가 이미 손 써놨어. 절대 네 손은 더럽히지 않겠다고 하셨으니. 아마 네가 사람을 죽이게 두진 않을 거다.”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