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보니 타이밍 좋게 강유한이 단톡방이 아닌 개인톡으로 이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여러모로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진짜 상냥한 사람이다.
- 아닙니다. 선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저희가 모자라더라도 부디 이해해 주세요.
- 아니야. 너무 친절하고 좋았어. 그래서 음… 생각났는데 혹시 나랑 만난 적 있을까?
어? 잠시만. 이건의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얼른 핸드폰을 꽉 붙잡았다.
- 어디서 본 것 같아서. TV나 영상 말고.
말해도 되겠지? 되는 거겠지?
- 아, 그… 저 선발전 때 뵈었어요. 부딪친 적이 있어서.
- 아!! 맞다!! 기억났어! 태경이 테스트하는 체육관 앞에서 맞지?
기억나셨나 보다. 이건은 정말 너무 기뻤다.
- 네, 맞습니다.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 미안해. 바로 기억하지 못해서.
- 아닙니다. 심지어 그땐 제가 잘못한 거라.
- 아니야. 나도 제대로 앞을 못 봤는걸. 정말 미안해.
- 다시 선배님을 만나서 이렇게 사과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다음 주에 뵈면 다시 사과드릴게요.
- 아니야. 사과 듣자고 한 말이 아니야. 조금 편해졌다. 어색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러나저러나 너나 태경이랑 마주친 적이 있어서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 저도요. 선배님.
- 앞으로 잘 부탁할게.
-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잘 자’라는 인사까지 하고 서이건은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타자 치는 내내 어깨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어깨와 목에 뻐근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계속 대화했던 내용을 또 보고 또 보았다. 이게 설렘이라는 거구나. 정말 연애 고자로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스러워졌다. 조금이라도 연애를 해봤다면 이럴 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텐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한태경과 김경수 정도였는데 김경수는 다른 학교이고 한태경이 사랑에서도 라이벌이 되었다.
“하아. 인터넷으로 연애하는 법 배우는 사람 비웃었는데.”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이건은 허탈하게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열심히 해야지.
◆
“너희 담당 선배는 누구야?”
훈련을 끝내고 동기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으며 얼마 전에 각자 만난 심리상담학과생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린 강유한.”
“헉 강유한?? 강유한 선배?!”
동기들의 얼굴이 일순 한태경과 서이건에 향했다.
“진짜?”
“어, 맞는데. 왜?”
“야, 그 선배 체육심리학과생 중 탑이잖아. 성적도 외모도.”
“아, 어쩐지 예쁘더라,”
이건이 흘러가듯이 얘기하자 동기들의 눈이 더 반짝였다. 그리고 한두 명씩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이건의 목을 꽉 붙잡았다.
“요거, 요거, 요거! 너 강유한 선배에게 마음 있어?”
“아, 아니다. 이놈들아!!”
“아니기는!! 너무너무 관심 있어 보이는데?”
“윽- 목, 목! 숨 막혀!”
이 새끼들아 너희가 힘이 얼마나 센 줄 알아? 너희들이 어떤 존재들인 줄 아냐고! 무려 체육대생인데 그렇게 목을 조르면-
“그만해. 이건이 힘들어하잖아.”
한태경이 얼른 이건의 목을 조르고 있는 팔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한태경 어쩌냐~ 서이건 연애하면 외롭겠네.”
“내가 왜 외로워?”
“서이건이 이놈은 딱 봐도 오메가 생기면 친구고 뭐고 다 버리고 그 오메가에 올인 할 상이야. 연애 한 번도 안 해본 놈이 사람에 빠지면 답도 없다? 그럼 이제 친구들은 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는 거야. 그리고 대빵 낙동강 오리알은 한태경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