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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한태경. 그만!』
고통에 일그러진 네 얼굴, 필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를 가질 수 있다는 그 유혹에 이기지 못해 두 다리를 벌리고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너는 누군가를 받아들일 몸이 아니다. 그렇기에 누구도 너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안심하고, 네가 알파라는 것에 감사했지만. 반면에 너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에 큰 고통을 느낀다.
『개새끼.』
허리를 움직이려다가 증오와 멸시, 분노를 가진 눈동자가 나를 노려본다. 이런 눈으로 보게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 짓이다. 그런데 막상 그 눈을 보니 견딜 수가 없었다. 가슴이 찢어지고 몸이 갈라지는 고통을 느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서이건, 이건아.
더는 그를 파고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깊숙이 넣었던 성기를 빼고, 구멍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정액을 보면서 두려움과 동시에 희열을 느끼는 자신에게 분노를 느낄 때쯤 몸을 추스른 그가 부들부들 떨며 경고했다.
『널 증오해. 평생, 너를 증오하면서 살 거야. 널 절대 보지 않을 거다. 그러니 두 번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안 돼. 그러지 마.
『한태경.』
기분 좋은 울림으로 부르던 내 이름에선 살기가 가득했다. 날 두고 갈 바에야 차라리 날 죽여. 더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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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눈을 깜박이며 천장을 보았다. 이젠 너무 익숙해진, 그리고 그리웠던 서이건의 집, 그의 방. 한태경은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닦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얼마나 끔찍한 악몽이었던 건지 땀이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리고 조심히 상체를 일으켜 옆에서 자고 있는 서이건을 보았다.
처음에 이 집에 왔을 때 첫날을 그렇다 치지만 둘째 날까지 좁은 방에서 두 알파 사내놈들이 자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서이건은 한태경을 안방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결국 한태경이 이겼다. 이유는 자신이 있어야 혹여 새벽에 화장실이라도 가고 싶을 때 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간단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논리(?)였기에 서이건은 순순히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었고, 이미 그렇게 한방에서 잠을 잔 지 여러 밤이 흘러 서이건도 익숙해진 것 같았다.
한태경은 고른 숨소리로 잠들어 있는 서이건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다. 악몽이었다. 너무 끔찍한 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인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네가 어떻게 하면 날 두려워하지 않고 떠나지 않을까. 그 날 네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내가 준비해두었던 네 방에서 나를 두려워하며 꿈을 꿨다. 그때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처음에 그 장면을 봤을 때 바보 같은 나는 너를 기억하지 못해 네가 왜 페로몬으로 나를 감아내고 한편으로는 거부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네가 그 방에서 그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내가 했던 일을 확인사살을 받았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너를 붙잡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지만 네 악몽은 끝날 줄은 몰랐다.
『태경아.』
간신히 서이건의 악몽이 끝났을 때 방에서 나와 벽에 몸을 기대고 주저앉아 괴로워하고 있을 때 2층으로 올라온 재경이 한태경을 발견하고 놀란 듯 불렀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버지. 저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재경은 놀라 한태경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붙잡고 눈동자를 보았다.
『네가 금안으로 돌아와서 설마 했었어. 그런데… 정말 다행이야. 정말….』
『그런데 아버지. 서이건에게 저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죄를 고하듯 걱정하는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죄를 다 말했다. 상냥하던 아버지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렇게 무섭게 한태경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이건 선수가 악몽을 꿀 정도라면… 큰 상흔이 남은 거야. 그건… 아무리 네가 앞으로 잘해주고, 용서를 빈다고 해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거야. 기억이 돌아온 너를 그가 용서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널 밀어내고 너를 죽이려 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도록 해. 약의 기운은 아무런 핑곗거리가 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