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을 꽉 잡고 해야 할 노팅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하는 것은 알파의 입장에선 정말 비참하고 아플 것이다. 성기가 부들부들 떨리며 제 오메가를 찾지 못한 꼴에 안쓰러움과 불쾌감이 동시에 솟았다. 꼴에 알파라고 오메가를 찾는 행위를 하다니. 노팅이 되는 부분을 그대로 잘라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팅에 의한 최상의 오르가슴을 맞고 있는 서이건의 얼굴을 보자니 이 얼굴을 보는 걸 놓치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한태경은 저 괘씸한 성기는 놔두기로 했다.
“으… 으….”
허리를 바들바들 떨며 사정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태경은 그의 단단한 복근을 쓸며 어깨에 입을 맞췄다. 구멍이 점점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자 한태경도 더는 견디기가 힘들어 허리를 쳐올렸다.
“씨발….”
진짜 욕이 나올 정도로 완벽했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몸이 있을 수가 있지. 누구와도 몸을 섞은 적이 없으므로 그런 걸까. 그래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설사 다른 사람들을 안은 적이 없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자신에게 이런 만족감과 포만감을 주는 몸은 이 몸 밖에 없다는 것을. 그런데 이미 이 몸을 누군가가 안았고, 깊숙한 곳에 마킹까지 했다. 대체 누가. 한태경이 낮게 그르렁거리며 눈이 더 짙어지다 못해 이제는 검게 보일 정도였다. 아직 노팅의 여파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건을 더 꽉 끌어안으며 목덜미를 꽉 물었다. 그리고 더 빨리 허리를 움직이자 힘이 빠진 이건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침대에 눕혀 다리를 어깨에 올리고 몸을 빨리 움직였다. 조금 더… 조금 더 지금 자신의 아래에 깔린 남자를 가지고 싶다. 알파든 시발, 오메가든 무슨 상관이야. 더 깊은 곳에 마킹을 해야 한다. 그 누구도 이제 가질 수 없도록.
“헉!”
멍하니 사정과 노팅의 여운을 느끼고 있던 이건은 몸속에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눈을 번쩍 떴다. 상체를 들고 한태경을 밀어냈다. 그러나 이미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성기는 점점 크기를 키우더니 어느 한 곳을 쿡 하고 박았다.
“---!!”
몸속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성기의 끝이 그곳을 붙잡았다.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단단한 복근을 뚫고 나올 정도로 크기를 드러냈고 뱃속이 터질 것처럼 부푼 것도 부푼 거지만, 아픔에 이건은 숨을 들이쉬었다. 이건 너무 익숙한 아픔이었다. 겪어본 적 있는. 그리고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는.
“그만, 그만해-.”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시작한 노팅은 그곳이 허공이거나 알파의 몸속이라도 자리를 잡고 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이건이 벗어나려는 것을 알자 한태경이 몸을 뱀처럼 꽉 붙잡았다. 그리고 옆으로 누워 이건의 배를 만지며 페로몬으로 그를 달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이건은 알파였고, 그 페로몬이 위로되진 않았다. 아픔에 몸을 웅크리려고 하자 한태경은 더 꽉 붙들어 자신의 가슴과 서이건의 가슴을 더 붙이고 좀 더 엉덩이를 붙였다. 더는 빈틈이 없도록, 절대 정액이 새지 않도록.
“흑… 아프다고 이 개새끼야.”
'무슨 말이라도 하길 바랐다. 그러나 한태경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더 꽉 자신을 안고 있을 뿐. 이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차피 기억도 하지 못하겠지. 너는. 또 덩그러니 나 혼자 남겨 놓겠지. 미래도 확신도 아무것도 심어줄 수 없는 정액이 꿀렁꿀렁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져 이건은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도 지금 왜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노팅이 잦아들고 한태경은 자신의 품에 얌전히 안겨 있는 이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힐끔 본 그의 성기는 이미 노팅이 끝나고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 지 오래였다. 다행히 괴사하지 않은 그의 성기는 앞으로도 잘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다지 유쾌하진 않았다. 다시 한번 어깨에 입을 맞추고 슬쩍 서이건을 바라보려 상체를 드니 그의 몸이 추욱 하고 힘없이 떨어졌다. 놀라 상체를 들어 서이건의 상태를 보니 기절한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한태경은 조심스럽게 그의 몸에서 성기를 뺐다. 주르륵 흘러나오는 정액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새어 나오는 거야. 그 몸 안에 담겨 있지. 한태경은 다시 한번 성기를 집어넣었다. 움찔하고 이건의 몸이 움직였지만, 그가 깨어나진 않았다. 미치겠다. 아직 부족하다. 조금 더 그를 원한다. 더 그를… 이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먹고 싶었다. 이 갈증이 대체 뭔지 알지도 못한 채 한태경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자는 서이건의 몸속에 깊이 박고 그대로 사정하고 또 노팅했다. 그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알파로서의 거부반응이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네 몸속에 있는 그 알파의 흔적을 지울 때까지. 몇 번이고- 노팅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