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김 사범님이 한태경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이건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퇴근하기 전에 김 사범님에게 보고하기 때문에 오늘도 보고하다 김 사범님의 점점 표정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이건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김 사범님은 이건을 데리고 전무실로 들어가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김 사범님이 사과하는 것을 보고, 이건 은 자신이 큰 잘못을 한 것을 알았다. 김 사범님에게 보고한 것 중에서 뭐가 문제였던 거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교육하겠습니다.”
김 사범님이 허리를 들고 이건 역시 허리를 들어 김 사범님을 바라보았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서이건, 너는 이곳에 왜 있는 거지?”
“한 전무님 경호원으로 있습니다.”
“그래. 그것도 밀착 경호지. 그런데 5분이더라도 경호해야 할 상대를 혼자 두고 가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게다가 점심 먹으러 갔을 때도 자리를 비울 경우 대타를 불렀어야지.”
그제야 이건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멍청했다. 그 간단한 걸 왜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제가 점심 먹으러 가라고 했습니다.”
한태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김 사범님에게 이야기했다. 김 사범님은 한숨을 푹 쉬고는 한태경를 바라보았다.
“네, 말이 나왔으니 이건이가 제대로 못 한 것은 전무님 탓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가 경호를 했었던 사람이긴 하나 NI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전무님을 경호하면서 저희들이 터득한 것이고 계속 새로운 발전을 하고 있죠. 몇 년 동안 축적하여 쌓아온 지식을 이건이는 빨리 배워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배울 시간조차 주지 않고 데려가 옆에 놔두셨죠. 아무것도 모르는데 대체 뭘 경호하란 겁니까? 그러니 내일부터 다시 이건이를 교육하겠습니다. 점심 먹고 2시부터 4시까지 대타를 세우고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사범님의 단호한 말에 한태경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진 거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일주일 정도면 될 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김 사범님은 다시 한번 한태경에게 허리를 숙이며 전무실을 나갔다. 이건은 얼른 태경에게 허락을 구했다.
“1분만 김 사범님께 사과드리고 오겠습니다. 바로 문 앞에까지만 다녀오겠습니다.”
“진작 그랬어야지.”
그 말은 ‘아까도 그렇게 허락을 받았어야지.’ 라는 뜻이었다. 이건은 자신의 실수를 알기에 한태경에게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얼른 김 사범님에게 달려갔다.
“김 사범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고 해서 끝날 일인 것을 다행으로 알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 책임 어떻게 지려고 했어? 알다시피 오늘 기사 다 나갔어. 태권도 금메달리스트가 NI 전무 한태경, 그것도 대학 시절 함께 선수 생활했던 한태경을 경호한다는 기사가 나가고 우리 회사에서도 종일 그 이야기였어. 세간의 눈이 모두 이쪽으로 쏠린 이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죄송합니다.”
이건이 연신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자 김 사범님은 아니라며 이건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나야말로 미안하다. 갑자기 너에게 큰 짐을 지워줘 놓고선 하나도 가르쳐 주지 않고 그 이상의 것만 요구하고 있네.”
“아니요. 기본적으로 알았어야 했던 겁니다. 그냥 아직 너무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정신 차리겠습니다. 내일부터 가르쳐 주시는 거 잘 받아서 한 전무님 잘 지키겠습니다.”
“그래. 네 성격 잘 알지. 한다면 하는 놈인 거 잘 알아.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 들어가 봐라.”
“네. 내일 뵙겠습니다.”
김 사범님이 엘리베이터 타는 것까지 보고 이건은 얼른 전무실로 들어갔다. 한태경이 퇴근 준비를 다 마치고 마침 걸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오늘 정말 죄송했습니다.”
“됐어. 충분히 사과받았으니까. 똑같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돼. 다만 앞으로 점심은 나랑 같이 먹는 게 좋겠어. 전무실 안쪽에 휴게실에서 늘 점심을 준비해주는데 네 것까지 부탁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