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실전 훈련이 끝나고 김 사범님의 호출을 받고 만나 뵈러 가니 칭찬과 함께 부족했던 점과 고쳐야 할 점 등을 상세히 알려 주셨다. 그리고 원래는 세 번으로 끝낼 훈련을 다섯 번으로 늘려 단계별로 하자고 했고, 서이건은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
“항복!”
이건에게 목이 졸린 남자가 손에 든 칼과 총을 내려놓으며 항복을 외쳤고, 이건은 칼과 총을 발로 한태경이 있는 쪽으로 밀고 남자를 놓아주었다.
“아이고, 죽는 줄 알았네.”
마스크를 벗은 남자는 이건도 잘 아는 경호원 선배 중 한 명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진짜 잘하던데. 왜 김 사범님이 진심으로 상대하라고 했는지 알겠더라.”
이건은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조금 강해진 것 같았다. 아니, 싸우는 법을 알 것 같았다.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완전히 사라진 것을 느꼈고, 한태경을 지키는 것에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고 내심 생각했던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김 사범님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았다.
“너희도 인마, 얼른 일어나.”
선배가 쓰러져 있던 다른 경호원들을 발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건에게 한 방 맞고 쓰러진 이들이 팔, 다리, 어깨를 주무르며 끙… 하고, 앓는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어떻게 후배에게 한 방 맞고 쓰러져.”
“아니, 진짜 주먹 힘이 보통이 아니라니까요.”
“누가 태권도 국가대표 아니라고 할까 봐 발 쓰는 거 봤죠? 나 그대로 명치에 맞았으면 즉사였다고요.”
“죄송합니다.”
이건이 아파서 하소연하는 그들을 보며 얼른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자 그들이 손을 저었다.
“아니, 이건 씨에게 뭐라고 하는 건 아니야.”
“맞아요. 이건 저희가 모자라서 일어난 사태고, 사실 이런 일 없으면 이건 씨랑 언제 한번 붙어 보겠어요. 저희도 좋은 경험 했습니다.”
“다음에 훈련장에서 한번 진심으로 대련해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그들의 격려를 받고 이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곧이어 상황실에서 지켜보고 김 사범님이 나타나 이건에게 한 방 맞았던 경호원들을 한 번씩 쳐다보시고는 법카를 내밀고 맛있는 거 먹고 오라고 보냈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김 사범님은 이건의 앞에 섰다.
“이제 좀 할 만해?”
“네, 여러 가지 가르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잔소리할 건 많은데 오늘은 참으마. 다섯 번의 공격 잘 받아 냈다. 놀라운 건 네가 단 한 번도 구석으로 몰린 적이 없다는 거고, 태경이에게 그들의 칼날과 총구가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너는 네 할 일을 다 했어. 그러니, 한태경, 너도 오늘은 이건이 많이 칭찬해줘라.”
차에 기대어 서 있던 서이건이 어깨를 으쓱였다.
“비싼 돈 주고 고용했는데 당연히 그만큼은 해야죠.”
“으이그 저 말본새하고는, 네가 이해해.”
“네.”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한태경이 저런 말을 하든지 말든지 별 상관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저렇게 툭툭 내뱉지 않으면 이상하다니까. 그렇다고 악의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머리 다쳐서 저런 한태경이 되었나 보다. 생각하면… 그래도 좀 낫다. 이건의 마음에 갑자기 쓸쓸함이 자리 잡았다. 이상하게 한태경의 집, 2층에 있던 그 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없던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그때의 한태경이 보고 싶다는… 얼토당토않은 감정 말이다. 한태경은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 왜 자꾸 죽은 사람처럼 볼 수 없는 이가 되었다는 것에 슬픔이 느껴지는 건지.
“훈련 수고했다. 실전은 이걸로 끝이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전무. 할 이야기가 있으니 사무실로 올라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