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도착한 곳은 NI 병원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이들이 한태경을 정말 깍듯이 모시고 들어갔고, 한태경은 당연한 듯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 층인 18층에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그가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한태경의 아버지?? 이건은 갑작스러운 그의 가족 등장으로 뒤따라가다 멈췄다. 자신이 과연 여기 있어도 되는 자리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한 남자가 한태경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건은 정말 깜짝 놀랐다. 뉴스에서 많이 봤던 한태석… NI의 대표였다. 어쩌면 당연했다. 한태경이 NI의 아들이니 당연히 그 아버지는 한태석이겠지. 그런데 그것만으로 놀란 것이 아니다. 진짜 엄청나게 젊고 멋진 외모였기 때문이다. 한태경이 누굴 닮았는지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어쩐지 무거운 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압도적인 분위기. 저 사람 앞에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말을 못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겨왔다. 저 정도 되어야 대기업 총수구나. 저절로 수긍되었다.
“태경아.”
목소리는 태경과 비슷하지만 묘하게 달랐다. 조금 더 깊은 느낌.
“아버지. 어떻게 된 거예요?”
한태경도 정말 크고, 분위기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한태석 앞에 있으니 아직 아이처럼 느껴졌다. 한태석은 태경이 자신에게 오자마자 어깨를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일단 진정해.”
“진정할 수가 있어야죠. 재우는요?”
“안에 네 아버지가 있어.”
“많이 다쳤어요?”
“아니, 그냥 조금 생채기가 난 것뿐이야.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다행이지.”
“제가 보기 전에는 안심 못 할 것 같아요.”
“그래 들어가 봐.”
한태경이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건이 뻘쭘하게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태경이 병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될까. 아니면 저 녀석 아버지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여러모로 생각하다 한태경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이건은 얼른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서이건 선수군요. 혹시나 했습니다.”
한태경의 아버지가 정말 그림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커다란 손을 내밀어 이건은 얼른 그 손을 붙잡았다. 따뜻하고 크다. 정말 뉴스에서 사진만 봤을 땐 몰랐는데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절대 적으로 만들면 안 되는 사람.
“언제나 경기 잘 보고 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태경이랑 잘 지내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고마워요. 저 녀석이 서이건 선수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정말 즐거워 보이거든요.”
“저야말로… 태경이에게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고마워하고 있어요.”
이건이 쑥스러워하며 말하자 한태석이 웃었다.
“두 사람은 정말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를 주는군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 무슨 일이 있나요? 태경이 녀석이 여기 오는 내내 많이 떨었습니다.”
이건의 말에 한태석이 한숨을 쉬었다. 이 모습마저 똑같네.
“태경이 동생이 좀 다쳤습니다. 많이 아끼는 동생이라 걱정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저랑 같이 보러 가겠습니까?”
“네?”
“태경이가 서이건 선수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 이 상황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한태석이 말하는 건 확실히 거절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제멋대로 들어가 보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한태석이 권한 거니… 이건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태석이 이건을 안내했다.
병실로 가면서 이건은 병실 주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경찰과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얼굴로 한태석에게 인사를 하며 지키듯 서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