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해.”그 공포는 이제 재우를 괴롭힐 것이다. 그게 얼마나 자신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지.
국민체육대에 입학하고 1년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선을 좀 더 자신에게 돌릴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반년 가까이 너무 조용했다.
“학교에서 널 위협하는 이들은 없었어?”
재경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태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제가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건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학교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기숙사에 몰래 들어온 사람도 없었고?”
“체육 특기생들이 바글바글한 곳을 쉽게 들어올 순 없었겠죠.”
“다행이다. 너는 거기에 있는 게 나은 것 같아.”
“그래도 사람은 몇 명 붙이마. 우리가 안심하기 위해서니 당분간 불편해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아버지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전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요.”
그저 두 분과 동생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할 뿐. 태경의 마음을 잘 알기에 한태석도 박재경도 아들의 어깨를 도닥이며 꼭 안아주었다.
“재우를 납치한 이들은 알아냈나요?”
“물론이다. 이미 그쪽은 경찰이 처리했어.”
“지시한 사람은 자살했어. 더는 문제없을 거야.”
“정계 쪽과 연관이 되어있나요?”
“그건 아닌 것 같았어.”
“중국이나 해외는요?”
“그 건도 아닌 것 같아. 더 알아봐야겠지만 다행히 한국 내에서 일어난 일이야.”
그러면 불안도 덜하고 처리가 쉬워진다.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을 한국 내에서 처벌하긴 힘들 테니까. 태경의 유전자를 노리는 인간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있다는 사실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국가보안은 어떻게 된 시스템일까? 생각도 했었다.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지만.
“저 오늘 여기서 자도 될까요?”
“그렇게 하도록 해. 재우도 네가 있으면 좋아할 거야.”
“네.”
“그러고 보니 네 친구는 어떻게 할까.”
“아.”
갑자기 서이건이 잡아 주었던 손이 저릿하게 느껴졌다. 한태경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서이건 선수지?”
재경이 태경에게 물었다.
“네.”
“그렇게 좋아하더니 함께 하니까 좋니?”
“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요.”
“다행이구나.”
아까보다는 태경의 표정이 많이 안정되었다. 아마 서이건의 이야기를 해서겠지. 하고 재경은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서이건에 관해서라면 뭐든 좋아했던 아이니까. 아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아프기까지 하니 점점 소극적으로 아이가 변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서이건을 만나고 싶다’는 목표로 아이는 살아왔다. 그래서 한태석도 박재경도 서이건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세 사람이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 병실로 들어가니 서이건과 쌍둥이들이 웃으면서 대화 중이었다.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오히려 들어온 세 사람이 놀랄 정도였다.
“아, 형! 아버지들! 이야기 끝났어요?”
“아.”
재우가 문 쪽을 향해 손을 흔들자 의자에 앉아 있던 이건이 얼른 일어났다.
“이건이 형이랑 이야기 중이었어요.”
아까 ‘선수’라고 하지 말고 ‘형’이라고 하고 말도 놓으라고 하니 재우가 냉큼 호칭을 바꾸곤 신나서 ‘형’이라고 불러주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했어?”
재경이 정말 순수한 궁금증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