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왜 와.”
숨을 몰아쉬며 한 놈의 목을 붙잡고 있는 한태경을 보고 지금 여기에 일곱이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친 새끼야! 네가 안 오니까 와봤지!! 이놈들이 그 바퀴벌레야? 일곱 마리??”
“처음에는 세 마리였는데 못 이기니 일곱 마리가 더 왔어. 세 마리는 지금 기절했고.”
한태경이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어둠 속이지만 그게 단순히 침이 아니라 피가 뭉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자기 안 불렀느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을 부르고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진작 올라와 볼걸!! 5분을 왜 기다려서! 이건은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두 사람을 피하면서 발차기와 주먹을 날렸다. 다행히 사람의 약점은 어딘지 알고 있고, 그 약점을 때리는 것에 특화되어있던지라 그들이 자신의 발과 주먹에 맞으면 KO 할 확률은 높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지금 각목이나 삽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절대 봐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서이건, 무조건 반 죽여 놔. 절대 봐주지 마.”
한태경은 처음 이들을 마주하고 서이건이 혹시 물러질까 봐 걱정했다. 물러지면 서이건이 더 다친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정말 그들을 죽일 각오로 패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이들을 조종하는 바퀴벌레의 왕이 보고 싶었다. 대체 어떻게 이들을 교육했기에 이렇게 충성도가 높은 건지.
“진짜 너무 하잖아.”
다행히 그들은 이건을 죽이는 데 진심인 것 같았다. 덕분에 서이건은 정신 차리며 그들을 하나씩 때려눕혔지만 역시 실전은 달랐다. 검은 후드들은 전문적으로 싸움을 훈련받은 이들이었다. 움직임이 선수들과 너무 달라고 예측할 수가 없었다. 공격이 생각보다 되지 않고 피하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결국, 한태경이 왜 각목을 들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 이건 역시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각목을 하나 들고 그들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리고 한 놈의 배를 각목으로 세게 내리치고 다리를 내리쳐서 비틀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지기에 무릎으로 얼굴을 찧고 발차기로 날려 버렸다. 이제 하나 기절시킨 게 다였다. 식은땀이 흐른다. 지금까지 버틴 한태경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한태경도 두 명을 해치웠다. 이제 남은 건 넷.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지금까지 태권도 배운 게 다 헛것이라 느껴졌다. 역시 인생은 실전이었구나.
“서이건! 뒤!”
한태경의 외침에 뒤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뒤를 보는 것 대신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기절시킨 놈이 각목 하나를 들고 그대로 이건의 머리를 내리찧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고통에 그대로 기절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진짜 죽는다고 생각해서 바로 정신을 차렸다. 남자가 다가오기에 얼른 피하고 바닥에 있는 삽을 들고 그의 다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남자가 비틀거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자신이 죽을 위험에 처하니까 앞뒤 안 보이고 남의 사정 봐주고 싶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 사이에 한태경은 다시 두 명을 해치웠다. 대체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위험이 있었던 거야.
“아.”
이마에서부터 볼을 타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피인가. 젠장. 대충 소매로 닦고 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자신이 해치워야 할 것 같아서 이건은 삽을 휘둘렀다. 파워가 약하니 도구를 이용하는 수밖에. 날을 세워 허리를 내리치고 그대로 머리를 찧으니 후드 남자 한 명이 툭 하고 앞으로 기울어 쓰러졌다. 그리고 또 한 명은 한태경이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끝, 끝인가. 더 오는 건 아니겠지. 한태경은 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삽을 꽉 붙잡았다. 이번에는 스무 명 보내는 건 아니겠지.
7층입니다. 라는 기계 목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태경 님!”
다행히 검은 후드가 아닌 검은 양복과 함께 남자들이 우르르 뛰어 들어오며 한태경의 이름을 불렀다.
“늦었습니다. 제가 30분에 한 번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오라고 했잖습니까.”
“죄송합니다.”
“정리하세요.”
한태경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밟으며 이건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