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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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건은 활짝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한 가족을 보며 그들을 향해 깍듯이 인사하면서도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오늘 드디어 병원에서 퇴원했다. 다행히 러트는 병원에 있는 동안 지나갔고, 약 기운도 다 빠져나갔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 안심하며 한태경의 다음 행보를 기다렸다. 가능하면 자신의 집에 갔으면 좋겠지만, 아직 바퀴벌레들의 움직임이 어떨지 모르고, 한태경은 집에서 계속 재택근무하는 중이라 자신도 그의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니 한태경의 집으로 가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집에 오긴 했는데 한태경의 빌라가 아닌 그의 본가라는 것이 놀라웠다. 아니, 어째서 여기로 온 거지?

“안녕하세요.”

“많이 아팠다고 하던데 얼굴이 많이 안 좋네요. 집보단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생각하고 지내요.”

한태경의 작은 아버지, 즉 그를 낳은 사람은 이건을 안쓰러워하며 어디 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건은 괜찮다고 말하며 웃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했다. 쉬라니? 여기에 온건 경호로 온 거 아닌가? 한태경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잔뜩 있는데 이 인간은 자신을 이곳에 던져두고 잠시 볼일이 있다며 나가버렸다. 물론 경호도 다른 사람이 붙었다.

멀뚱히 서 있는 이건을 재경이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 그때 경호하면서 잠시 쉬었던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필요한 건 준비해두긴 했지만. 혹시 더 필요한 게 있을 거니 언제든지 말해요.”

“감사합니다.”

“저녁 먹을 때 부를 테니 그때까지 쉬어요.”

“네, 감사합니다.”

이건이 여러 번 감사하다고 인사하니 재경은 그럴 필요 없다며 웃으며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이건은 한숨을 푹 쉬며 침대에 앉았다. 아, 정말 어떻게 된 거지. 왜 자기가 여기에 있는 거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태경에게 전화했더니 전화기가 꺼져있다. 걱정되는 마음에 얼른 위치 추적을 확인하면서 김 사범님께 전화 드렸더니 ‘문제없음’이라고 한마디 하고 끊으셨다. 아무래도 뭔가 하는 것 같긴 해서 이건은 더는 연락을 하지 않고 벌러덩 누워 이동하는 위치 방향을 확인했다.

‘인천 앞바다로 가네.’

서울을 벗어나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왜 이렇게 멀리 이동하는 거지. 아무래도 오늘 한태경이 오면 물어볼 게 산더미일 것 같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라며 그의 작은 아버지가 이건을 깨웠다. 일순 너무 창피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이건이 죄송하다고 이야기하자 오히려 그는 이건에게 아픈 곳이 없느냐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리고 어쩐지 알 것 같았다. 과거 한태경의 다정함은 이 사람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구나.

“저녁 같이 먹어요.”

“아, 네.”

마침 배가 고팠던 터라 이건은 재경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식당은 진수성찬이었다. 전에 이 집에 왔을 때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던 것보다 더 많은 양과 종류여서 이건은 당연히 다른 한태경의 가족들과 같이 먹는 건가? 생각했는데 식탁에 앉은 사람은 박재경과 서이건 둘 뿐이었다.

“어서 먹어요.”

“어, 다른 분들은….”

“오늘 전부 야근이라 우리 둘뿐인데. 혹시 못 먹는 게 있을까요?”

“아, 아닙니다. 다 잘 먹습니다.”

“반찬 몇 개는 태경이 아버지가 했어요. 제법 맛있으니 먹어봐요.”

반찬 접시를 이건에게 밀어주는 재경을 보니 이건은 자신의 아버지들이 생각이 났다. 특히 길러 주신 아버지가. 덕분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져서 이건은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밥을 한 숟가락 떴다. 정말 맛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집밥이어서 좋았고, 따뜻한 밥이어서 좋았으며 자신을 위해 차려준 밥상이 너무 오랜만이라 기뻤다.

“다친 곳은 괜찮아요?”

“아, 네.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이야기 듣기로는 약의 기운도 다 사라졌다고….”

“네.”

이건에게 갈비찜을 먹으라고 권하며 다정하게 미소 지어주는 그의 얼굴에 걱정근심이 얼핏 보였다. 그렇겠지. 이건은 단 한 번 그들에게 크게 공격당하고 이상한 주사를 맞았지만, 한태경은 이미 여러 번이라고 들었다. 심지어 죽을뻔한 사고에 납치도 여러 번 당했으니.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