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0 0 0
                                    


마지막으로 이를 악물며 부탁했다. 하지만 그 부탁은 곧 끔찍한 지옥으로 바뀌었다.

“으윽-”

빡빡하게 마른 구멍 안으로 열기를 가득 품은 성기가 밀고 들어온다. 당연히 그건 한 번만에 꿰뚫고 들어오려 했지만, 본능적으로 몸이 거부하며 다시 밀어냈다. 자신의 성기가 다시 밀려 나오는 것을 보고 한태경은 ‘쯧’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이건의 허리를 다시 붙잡고 끌어당겼다. 이건은 방금 밀고 들어오던 충격에 몸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 이걸 자신이 견딜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이 새끼를 바로 차고 도망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무겁게 짓눌러 오는 페로몬이 이제는 공포로 바뀌고 있었다. 이대로 자신을 휘감아 꽉 죄어 부숴 버릴 것 같은 공포감. 고작 페로몬으로 어떻게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느냐고 누군가가 말하겠지만, 정말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때였다.

한태경이 이건의 허리를 붙잡고 한 번에 자신의 것을 밀어 넣었다. 정말 주먹으로 배를 때리는 것 같은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아주 강하게. 그 충격이 어마어마해서 이건은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으악!!”

뒤늦게 흘러나온 고통에 찬 비명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어릴 적 뛰어놀다가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이런 고통은 아니었다. 정말 온몸을 반으로 찢어 버리는 것 같았다. 아니 당연했다. 한태경의 성기는 우성 알파답게 너무 크고 우연히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거기에서 발기까지 했고… 거의 500mL 생수통보다 더 큰 게 몸 안을 단번을 꿰뚫었는데 정상일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뚝뚝 다리 사이로 붉은 것이 떨어졌다. 피였다. 뜨끈하게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는 비릿한 냄새를 느끼며 이건은 이를 악물었다. 배를 꽉 채우고 있는 이 감각, 게다가 너무 뜨겁고 아프게 자리 잡은 한태경의 성기는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아, 아파.”

약한 소리 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알파로서의 모럴이 박살 난 시점에서 여기서 앓는 소리까지 한다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너무 아프다. 아파서… 엉엉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파. 시발- 존나 아파. 한태경!!”

한번 뱉어낸 말이다 보니 이제는 막힘 없이 술술 나왔다. 빼달라고 하고 싶은데 빼달라고 하기에도 무섭다. 저게 다시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안쪽에서 느껴지는 성기의 맥박의 움직임까지 다 느껴져 이건은 소름이 돋았다.

“제발 정신 차- 으윽!!”

다시 한번 애원하듯 손을 뒤로 하며 한태경을 붙잡으려고 하자 한태경이 이건의 양팔을 잡고 성기를 천천히 뺐다. 그 느낌이 너무 역겨워 이건은 헛구역질까지 했다. 그 모습에 한태경은 피식 웃으며 다시 한번 허리를 깊게 쳐올렸고, 뱃속을 뚫는 것 같은 충격에 이건은 그대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두 번째 충격은 엄청났다. 몸을 바르르 떨며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한태경이 팔을 놓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 서이건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다시 한태경이 추삽질을 시작했다.

퍽퍽퍽- 끔찍한 소리였다. 누군가가 다치는 소리였으며 누군가가 아파할 소리였다.

“윽- 악!!”

참아 보려 이를 악물었지만 너무 아파서 소리라도 내지 않으면 이 고통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바닥에 얼굴이 꼴려 한태경이 움직일 때마다 얼굴이 긁히고 엉망이 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래가 너무 아파서 미칠 것 같았다.

“하아….”

긴 뜨거운 숨과 함께 한태경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리고 한태경은 이건의 머리채를 잡아당겼고, 귀를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목덜미와 등줄기의 살을 깨물었다. 잘근잘근 간지러운 자국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아픔과 고통의 자국을 남기기 위해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인장을 남기기 위한 작업 같았다. 동시에 몸 안에 있던 한태경의 성기가 조금 더 커지는 것을 느끼며 이건은 이를 악물었다. 눈물이 바닥을 적시지만 그 원흉은 쉽게 물러나거나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한태경이 몸을 천천히 뺐지만 아슬아슬하게 귀두가 걸린 채로 서이건의 몸을 돌렸다. 두 다리를 활짝 벌리며 이건의 몸에 다시 한번 말뚝을 박으며 이건을 내려다보았다.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손으로 그의 복근과 가슴을 만졌다. 그리고 다시 목덜미부터 아래로 깨물기 시작했고. 서이건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로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이라도 한태경의 페로몬이 옅어진다면 발차기라도 해서 도망가보겠는데 페로몬은 더 짚어지고 무거워졌다. 간신히 이건이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만 열어 놓은 페로몬은 지금 어떻게 이건을 더 힘들고 괴롭게 할지 잘 아는 것 같았다.

찌꺽찌꺽이는 기분 나쁜 소리와 거친 숨소리와 간간이 아픔에 새어나는 숨소리만이 가득한 이곳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든가. 그래도 몇 번 뚫렸다고 뱃속이 구멍이라도 난 건지 어느 정도 아픔에 익숙해졌을 때 이건은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한태경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은 어떤지 궁금했다. 그 역시 자신처럼 이렇게 아픈 건지. 고통스러운 건지.

그런데 예상은 가볍게 빗나갔다. 한태경의 눈동자는 여전히 붉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만족감이 가득했다. 정복하고 싶었던 것을 정복했다는 만족함만이 가득한 그 얼굴은 지금까지 봤던 한태경의 얼굴과는 완전히 다르고 낯설었다. 아니 되려 오싹하기까지 했다.

“한태- 윽!”

너는 정말 내가 아는 그 한태경이 맞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타이밍 좋게도 그가 갑자기 강하게 추삽질을 시작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그가 아랫배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져 이건은 본능적으로 그가 안에서 무엇을 하려는 건지 깨닫고 상체를 일으켰다.

“안 돼-! 악!! 안 돼!!”

이건이 발을 들어 그를 차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아까보다 더 움직이기 힘들어진 다리는 근육 경련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한태경은 이건이 반항하면 반항할수록 더 꽉 그를 붙잡고 더 자신의 몸과 붙였다. 퍽퍽퍽퍽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쳐댔다.

“한태경!! 젠장!! 안 돼!! 안 된다고 싸지 마. 너 안에 싸지 마!!”

그것만큼은- 그것만큼은 싫었다. 진짜 너무너무 싫었다. 그러나 서이건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태경의 성기가 울컥울컥 이건의 몸속에 그간 품었던 정액들을 다 토해냈다.

“아… 아….”

배속을 가득 채우는 정액의 느낌에 이건은 몸이 차갑게 식는 것이 느껴졌다. 한태경은 몸을 살짝 숙인 채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고, 이건은 아래로 시선을 옮기니 자신과 한태경이 이어진 적나라한 장면을 보곤 기겁했다. 아래는 이미 피가 낭자해서 누가 보면 한바탕 살인이라도 일어난 건 줄 알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한태경이 살짝 성기를 빼자 부글거리며 그 틈 사이에 아주 조금 정액이 흘러내렸지만 더는 흘러내리지 못했다. 한태경이 다시 성기를 밀어 넣어 막았기 때문이었다. 사정했음에도 그의 성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숨을 다 고른 한태경이 슬쩍 고개를 들어 이건과 눈이 마주쳤다. 이건은 지금 모든 것이 다 싫었다. 갑자기 허탈감이 몰려왔다. 이건 알파로서의 허탈감인 걸까. 그때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민 한태경이 입을 벌리고 키스를 하려고 하자 이건은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쳐 버렸다

“젠장, 정신 좀 차리라고!!”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길로 돌입했다고 해도 그래도 한태경을 포기할 순 없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그동안 그와 쌓아둔 것이 이대로 허무하게 사라지는 건… 이건도 너무 괴로울 것 같아서. 하지만 한태경은 상관없는 듯했다. 이건의 머리채를 잡고 입을 거칠게 맞췄다. 혀를 우악스럽게 집어넣어 빨고 입술을 물어뜯듯 깨물고 치아 구석구석을 핥고 키스라고도 할 수 없는 거친 폭력으로 이건을 괴롭혔다. 그렇게 키스하며 다시 허리 아래를 움직였다. 정액이 들어간 덕분에 아까보다 더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만큼 이건의 고통은 더 했다.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역시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미 엉망이 된 바닥 아래에서 이건은 다시 다리를 벌리고 한태경을 받아야 했다.

“서… 이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처음으로 한태경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걸까.

“서… 이건….”

“한태경….”

한태경의 눈을 다시 보았다. 아직 눈동자가 붉다. 그렇다는 건 어떻게 된 걸까.

“너 제정신으로… 악! 윽!!”

희망을 품으며 제정신으로 돌아왔느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희망을 박살 내듯 한태경이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서이건….”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