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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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럼 저도 저번 주 목요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저번 주 목요일이라면 날… 만난 날?”

“네.”

야, 이건 반칙 아니야? 이건이 태경을 노려보았지만 한태경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선배는 뭐가 그렇게 기쁜지 숨길 수 없는 입꼬리를 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정말 속이 쓰라렸다. 그래도 이제 1패 한 것뿐이다. 노력하면 선배가 자신에게도 저런 모습 보여주겠지 생각하며 이건은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 또 선배랑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오늘도 여러모로 도와줘서 고맙다고 먼저 인사를 해왔고, 이건은 자려고 누웠다가 벌떡 일어났다.

- 저야 말로요. 선배랑 이야기하니까 너무 편안했습니다.

- 나도. 이건이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어.

- 제가요?

- 응, 인기 많아. 우리 과에도 너 소개해 달라는 사람 많아.

아, 뭐라고 해야 하지. 소개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제가 관심 있는 사람은 선배입니다. 하고 본새 없이 나갈 수도 없고, 그러다 선배가 먼저 누군가 소개해 주겠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그건 싫은데….

“뭐 해?”

샤워하고 나온 한태경이 절망하고 있는 이건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건이 멍하니 액정만 바라보고 있자 핸드폰을 뺏어서 메시지를 읽고는 혀를 ‘쯧’ 찼다.

“뭐라고 대답할 건데?”

“모르니까 이러고 있지. 너 같으면 뭐라고 대답- 아니다. 경쟁 관계의 놈에게 묻는 것이 아니지. 내가 바보 같았다.”

이건은 한태경의 손에 있는 자신의 폰을 뺏었다. 그러자 한태경이 이건의 옆자리에 앉아 이건의 어깨에 턱을 툭 하고 올려 두었다.

“아, 뭔데. 더워.”

“얼른 답장이나 써. 안 그러면 내가 메시지 보낸다?”

“…반칙하지 마.”

“그러니까 써.”

“으으….”

정말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정말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이건은 하고 싶은 말을 썼다.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렇게 쓰면 어느 정도 선방한 거겠지?

- 뭘^^

헉, 선배님이 이모티콘을 붙이셨어. 처음이다. 이건은 자신의 대답이 베스트였다는 것을 깨닫고 너무 기뻐서 한태경에게 ‘봐라! 잘했지?’라는 얼굴을 하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한태경의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게다가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정말 한 끗 차이로 입이 부딪힐 뻔한 거리였다.

“아, 뭐야! 떨어져.”

이건은 얼른 한태경을 밀었다. 살짝 떨어진 한태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털었다. 진짜 더럽게 잘생긴 놈, 쟤네 부모님은 재 낳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가끔 궁금하다. 게다가 저렇게 몸 좋은 거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몸이 약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너 정말 몸이 약했어?”

불쑥, 궁금한 것을 못 참고 한태경에게 물었다. 한태경이 멈칫하더니 이건에게 수건을 던졌다.

“얼른 자.”

“너 성질부리는 거 보니 내가 선배랑 잘 되는 것 같아서 그러지?”

“헛소리하지 말고.”

한태경이 얼른 방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야, 머리 제대로 말리고 자. 안 그러면 감기 걸려. 야 한태경.”

아무리 불러도 한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등을 돌리고 누웠을 뿐이었다.



감기는 애먼 사람이 걸렸다.

[미안해.]

선배를 만나는 목요일 오전에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목이 완전히 쉬어서 얼마나 그가 지금 상태가 안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콜록, 감기가 너무 심해서 오늘 못 갈 것 같아. 콜록, 다음 주에 만날래?]

“선배 많이 아프세요? 병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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