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목소리에 아픔이 느껴지는 걸까. 왜 그렇게 가슴이 울리게 부르는 건데. 이 개새끼야.
“정신도… 제대로… 윽! 안 들어온! 악!! 놈이…!”
“서… 이건….”
허리를 쳐올리며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진짜 딱 한 대만, 발로 까든지 박치기를 하든지 죽여버리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불리는 이름 때문에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왜 맛이 간 상태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지 모르겠다. 대체 뭘 원하는 걸까. 도움을 바라는 걸까. 아니면 다른 원하는 것이 있는 걸까. 응? 한태경 넌 지금 뭘 보고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거야?
“웁!”
갑자기 페로몬의 농도가 몇 배나 짙어졌다. 역겨움에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동시에 한태경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떻게 저 몸에 이런 페로몬을 가둬두고 지금까지 살았을까 신기할 정도였다. 지금껏 폭주하지 않고 몸이 상하지 않았던 것이 신기하다. 한편으로는 왜 그 썩을 바퀴벌레 새끼들이 한태경을 그토록 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페로몬을 가진 알파들이 여러 명이 생긴다면 그 세계는 어떻게 될까.
“우욱”
아니 세계고 뭐고 지금 자신이 죽을 것 같아 이건은 한태경을 밀어내려고 했다. 토하고 싶었다. 그리고 숨을 쉬고 싶었다. 그런데도 한태경은 성기를 빼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게 집어넣으며 허리를 뭉근하게 움직이던 그가 쑥 성기를 뺐다. 동시에 안쪽의 연약한 살이 같이 쓸려 올라가더니 퍽! 하고 깊게 박히면서 이건은 허리를 떨었다. 뱃속이 미칠 것 같았다. 분명 한태경의 정액과 계속되는 폭력(?)으로 내장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젠장, 왜 이렇게 페로몬을 쏟아내는 거지. 만약 페로몬이 액체라면 자신은 이미 이 페로몬에 절여졌을 것이다.
“윽, 아파, 아프다고 이 새끼야. 그만 좀-”
게다가 아까부터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또 안에다 사정하려는 걸까. 젠장, 그것만큼은 더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서이건….”
“그러니까 그렇게 부르지!! 어?”
한태경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게 이제는 너무 무서울 지경이어서 그만하라고 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동시에 퍽하고 쳐올린 안에 성기가 바로 자리를 잡더니 조금씩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것 역시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이론으로 배웠고,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정말 신기하게 생각했다.
“설마…. 아니지. 야!! 아니지?!”
아닐 거다. 그럴 리가 없다. 알파가 알파에게 노팅을 한다는 이야기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노팅은 알파가 오메가에게만.
“야, 시발!! 아니지?!”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안의 성기는, 존재하지 않는 자궁을 찾아 모양을 바꾸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건의 배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궁도, 그 성기를 받아줄 기능을 가진 장기도 없다. 온몸에 피가 빠지는 서늘함이 느껴졌다. 이걸로 끝인가. 이게 노팅인가? 아니다. 글로 읽었을 때 오메가도 노팅을 아파한다고 하는데 이게 끝일 리가 없었다. 이건은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체를 어떻게든 세우고 주먹을 들어 한태경에게 날렸지만 가뿐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양 손목이 잡힌 채로 바닥에 박혀 한태경이 밀어붙이는 대로 몸이 딸려 올라가 벽에 부딪혔고, 하체가 둥글게 말려 한태경의 성기와 결합한 부분이 보였다. 부글부글 아까 싸지른 정액이 거품이 되어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끔찍한데.
“으, 아- 아악!!”
안에서 자리 잡은 성기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급격하게 모양을 부풀리며 해야 할 일을 찾았다. 이 안에 태를 남기는 것.
“시발 아파!!! 아파!!! 아악!! 개새끼야 빼!!! 빼!!!”
정말 아까 처음에 한태경에게 뚫렸을 때보다 백배, 천 배는 아픈 고통이었다. 이건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진짜 배가 난도질당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죽여 달라고 빌고 싶을 정도였다.
“빼!! 한태경!!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어떻게든 아래를 비틀어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완전히 부풀어진 안의 성기 덕분에 이건의 복근 아래에도 볼록하게 뭔가가 솟아올랐다. 이건은 그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탓인지 입 주위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으윽- 으…. 죽일 거야. 시발… 개새끼야. 한태경 개새끼야.”
이 잔인하고도 끔찍한 행위가 언제 끝이 날까? 노팅이 끝일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노팅은 어디까지나 자궁에 들어간 정액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행위다. 곧 그 성기에서 꿀렁거리며 정액이 흘러나왔고, 당연히 태가 없는 이건의 몸속에선 그 정액을 받을 수 없으니 온 배속을 적시기 시작했다. 노팅 중에 나오는 정액은 보통 사정할 때의 정액의 몇 배다. 그 기분 나쁜 느낌에 이건은 바르르 떨면서도 노팅에 의한 아픔에 꿈쩍도 하지 못했다.
“후우….”
사정까지 끝낸 알파는 길게 숨을 몰아쉬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리고 바들바들 고통에 몸을 웅크린 자신의 아래에 있는 이를 보며 만족한 듯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숙였고, 이건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태경을 보다 못해 뺨을 세게 쳤다.
“빨리- 빼.”
하지만 한태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시 이건이 한태경의 반대편 뺨을 때렸다. 팔이 후들거렸지만 정말 있는 힘껏 때렸다. 덕분에 이번엔 한태경의 뺨이 한쪽으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태경은 천천히 얼굴을 다시 돌리면서 이건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마를 맞대며 서이건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것 역시 알고 있는 행위였다. 책에서만 봤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노팅과 비등하게 신신당부하며 조심하라고 했던 행위. 각인이다.
오메가와 알파가 같이 히트 사이클과 러트를 보내고 노팅을 하는 순간 각인을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때도 가능하긴 하지만 각인이 더 확실하게 되려면 그때의 그 순간을 함께 하면 된다. 그리고 지금 한태경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서이건은 어이가 없었다. 하다 하다 이젠 각인까지.
“난 알파라 안 돼. 이 새끼야.”
이건 어린애라도 알아. 베타라도 안다고. 알파와 알파는 각인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젠장, 너랑 나랑 얼마나 친하다고 각인이야. 내가 오메가라도 너랑 각인하지 않아.”
설사 너랑 나랑 불알친구였다고 해도 오늘로써 끝이라고, 끝!! 이건이 이를 까득 갈며 이야기했다. 울고 싶지 않은데 배 속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눈을 깜박이며 어떻게든 털어 내려고 하는데 한태경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얼굴을 잡고 더 세게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그러나 각인이 될 리가 있나. 서로 밀어내기만 할 뿐… 한태경의 형질조차 이놈이 왜 이러나 하고 있을 것이다.
“왜… 안돼?”
서이건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보다 더 바스라 질 것 같은 목소리였다. 어째서 안 되는지, 왜 안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각인해.”
이마를 짓뭉개듯 마주 보며 눈을 크게 뜬다. 붉은 눈이 바로 앞에서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니 살벌한데 게다가 몸이 움직이니 노팅당한 아래가 크게 충격을 받아 이건은 ‘악!’ 하고 소리 질렀다.
“각인해!!”
“으윽-”
젠장… 이러다 내장에 구멍이 날 것 같다.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아니 그 전에 이게 끝나긴 하는 건가. 노팅은 왜 이렇게 긴 거야.
몇 번의 각인의 시도 끝에 한태경은 각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입술을 깨물곤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리고 이건의 목덜미를 세게 깨물었다. 그의 몸이 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우는 걸까? 왜 우는 거지.
“한… 태경.”
이건이 그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의 몸이 살짝 움찔하더니 이내 상체를 들었다. 그리고 정말 놀랐다. 눈동자가 약간 붉은색에서 금안으로 그러데이션 된 것이 보이더니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 울고 있었던 거야? 왜? 지금 울고 싶은 건 난데?
한태경의 손이 조심스럽게 이건의 뺨을 훑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입을 맞췄다. 아까와 달리 부드럽게 양해를 구하듯 입술을 두드렸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어달라 요청했지만, 이건은 그럴 수가 없었다. 또다시 폭력적으로 굴면 혀를 깨물어 버릴 기세로 한태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가 눈을 다시 한번 깜박이더니 눈물이 이건의 뺨에 툭 하고 떨어졌다.
“괜찮아. 네가 각인이 싫다면… 깊숙한 곳에 내가 내 흔적을 박아 넣으면 되니까.”
“뭐…?”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킨 그가 허탈하게 웃으며 페로몬으로 이건을 감쌌다. 동시에 몸 안에 있던 그의 성기가 조금씩 부피를 줄여가는 것이 느껴지자 이건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안도하며 벗어나려고 하던 찰나에 한태경이 다시 이건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 손길에 소름이 돋았다. 아래가 다시 한태경의 뜻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우악스럽게 벌려진 다리와 구멍이 한태경의 성기로 다시 한번 엉망이 되고 있었다. 아무리 울고 애원해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세 번째 노팅 때 서이건과 한태경은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