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하하하하!!!”재우가 소파에 포복절도하며 배가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건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해지면서 뭐라 말도 못하고 그대로 재우를 노려볼 뿐이었다. 재우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소파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아니, 정말 내가-! 딱! 그때 들어왔을 때 든 생각이 뭐였냐면!”
재우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재연을 시작했다. 피곤에 찌든 몸을 간신히 끌고 집에 들어왔더니 이건이 자신의 아버지들 손을 붙잡고 ‘아들을 주십시오! 아버님들!’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건은 그 말에 가슴을 쳤다. 대체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던지! 억울해 죽을 것 같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뭐가 아니에요. 형! 내가 들었는데!!”
너무 급한 마음에 두 분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그만 주어를 빼먹었다. 그러다 보니 이건이 생각해도 이상한 뜻이 되어버렸다. 정말 앞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기 좋았고, 그 오해는 당사자인 한태경마저 하고 있었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낸 후 무서울 만큼 가라앉은 침묵, 당황하는 아버지들의 눈동자들은 일순 자신의 아들을 향했다. 이건 역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얼른 변명하려 한태경을 바라보았고, 한태경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선 그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미치겠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이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할 새도 없이 아버지들은 진지하게 태경과 이건을 보고 말했다.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구나. 오늘… 자고 가지 않겠니?』
조심스럽게 묻는 두 분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오해를 어떻게든 풀고 가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크게 꼬이고 꼬일 것이 분명해서 이건은 냉큼 그러겠다고 했고, 그것이 더 오해를 만든 상황이 되었다.
『이건아. 먼저 올라가 있어. 나 아버지들이랑 이야기하고 갈 테니.』
『어…? 어.』
아무래도 태경이 이건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지 뒤늦게나마 눈치챈 것 같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2층에 올라왔는데 뒤따라온 재우가 무슨 일이냐고, 그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다급하게 묻기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줬더니 포복절도하며 웃기 시작한 것이었다.
“난 또, 둘이 결혼하는 건 줄 알았네.”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왜요. 이건 형. 우리 집이 싫어요?”
“뭐?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돼?”
“그럼 왜요. 우리 형이랑 결혼하면 진짜 좋은 거 더 많을 텐데.”
“어?”
“일단 우리 아버지들 진짜 형에게 잘해줄 거고, 나도 잘해줄 거고, 앞으로 먹고사는 거 걱정 없이 형이 하고 싶은 거 지원 다 해줄 거고! 무엇보다 태경 형도 형에게 정말 잘해줄 건데요? 결혼 생각 없었어도 지금 생각해봐요. 절대 손해 보는 장사 아니야.”
아니 정말 너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이건은 멍하니 재우를 바라보았다.
“생각해봐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난 이건 형이랑 가족 되면 정말 기쁠 것 같은데.”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웃는 재우의 모습은 천사 그 자체였지만 어쩐지 등 뒤로 악마의 날개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건- 말이-”
“혹시 뭐 진부하게 알파끼리라서 안 된다. 그런 이야기라면 진부해요. 요즘 세상에.”
톡톡 이건의 어깨를 두드리며 뿌듯하게 웃던 재우는 이제 씻으러 가야겠다며 개운한 얼굴을 하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아니, 대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편견이 없는 건지 정말 장난친 건지 이건은 혼란스러웠다. 정말 이런저런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빨리 해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한태경은 제대로 해명하겠지. 아버지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방해할 수도 없고 그냥 기다려야겠다. 이건은 소파에 앉아 한숨을 푹 쉬며 재우가 방금 했던 말들을 되새김질했다.
“잘해주시기야 하시겠지.”
늘 다정하게 웃어주시면서 포근하게 대해 주실 것이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것이 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