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나오는 거 보니 여기 체육관의 구조를 다 아는 듯했다. 이 체육관은 뒷문이 없고 무조건 정문으로 나와야 한다. 대기실에 가서도 옷을 갈아입고 정문으로 나와야 했다. 비상구조차 없기에 지금 저 남자는 한태경을 데리고 이쪽을 지나쳐야 하기에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는 것이다. 불안함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한태경과 저 경호원을 함께 구할 수 있을까. 5분을 어떻게 버티지?그 걱정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태경이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는 남자의 가슴을 팔꿈치로 가격하고 팔을 잡고 꺾었다.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을 떨어트리자 한태경이 얼른 그 칼을 주워 비틀거리며 서이건에게 다가왔다.
“이 남자는 건들지 마.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이니까.”
“한태경! 너 도망쳐야 해.”
“아니, 저 경호원을 구하기 전까지는 안 돼. 내가 이 자리를 떠난다면 저 경호원은 죽어.”
“그럼 넌?! 넌 안 죽어?”
“적어도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니 죽이지는 않겠지. 제길. 그러니까 지금… 주사만….”
“주사?”
“주사를….”
한태경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은 후드가 한태경을 향해 덤벼들었고 이건이 얼른 그 앞을 막으며 그들을 막고 공격했다. 다행히 그때 옥상에서 한 번 싸운 것도 경험이라고 그때보다 덜 두려움을 가지고 싸울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들이 들고 있는 칼이었다. 원래 칼을 든 상대에겐 덤비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건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 앞으로 3분 정도만 버티면 된다. 경호실장 역시 한태경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싸우고 있지만 역시나 밀렸다.
“하, 젠장. 어떻게든 곱게 모셔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요.”
지금 이 상황에서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가 입을 닦으며 일어나더니 한태경을 향해 달려갔다. 이건도 지금 두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고, 경호실장도 마찬가지라 중간에 있는 태경을 지킬 수가 없어서 소리 질렀다.
“젠장!!”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무시하고 등을 보였더니 남자의 칼에 이건의 등이 베였다. 아픔도 뭐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한태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검은 후드의 남자가 이건이 도착하기도 전에 태경의 목에 뭔가 찔러 넣었고, 이건은 그 남자의 팔을 치고 발차기로 날려 버렸다. 그리고 쓰러진 남자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냅다 무식할 정도로 바로 차서 기절시켰다.
“말해 두는데 이 새끼는 건들지 마.”
이건의 무식한 공격을 본 건지 검은 후드의 남자들이 움찔거리며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럴수록 이건은 더 공격 자세를 취했다. 한태경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칼까지 잡았다. 절대 칼 같은 도구로 사람을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건만 역시 맹세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이건 님!!”
경호실장이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경찰들과 다른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일제히 들어와 그들에게 공포탄을 쏘고 철봉으로 두들겨 패서 그들을 제압했다. 아무리 살수들이라고 해도 갑자기 들어온 인구수에는 이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이건은 태경을 부축해서 일어나 그 자리를 피했다.
“119는 아직 안 왔어요?”
“네,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만 곧 도착할 겁니다.”
빨리 이 녀석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무슨 주사를 맞았는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 혹여나 그게 이 녀석의 몸에 해를 끼친다면 어떻게 하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 이건….”
“야, 정신이 들어??”
한태경이 힘겹게 숨을 내쉬며 이건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손을 허우적거리더니 이건의 옷자락을 잡기 시작했다.
“날… 페로몬 격리실로 데려… 가.”
“뭐??”
페로몬 격리실? 거기가 어디지? 아, 혹시 거기인가. 대학 선발전 할 때 페로몬 테스트를 했던 바로 그 격리실.
“거기 왜? 지금 너 병원 가야 해. 구급차 오는 중이야. 아니면 많이 힘들어?”
“아니, 아니야 구급차는 안 돼. 병원에 가면 안 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