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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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상 없습니다. 검사 결과 다 좋고요.”

의사 선생님이 깨끗한 차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행이다. 아무 이상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항상 검진 결과를 들을 때마다 불안해하며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해외에 간다고 했는데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들어와서 검진받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 참. 페로몬 수치를 보아하니 곧 러트가 오겠군요.”

러트? 그 날 이후 러트가 온 적이 없었는데… 역시 페로몬도 많이 안정이 되었구나.

“언제쯤 예상하시나요?”

“이 수치라면 다음 주쯤…?”

다음 주라면 이미 호주겠지만… 그래도 도착하자마자 러트인 것은 그다니 좋은 건 아닐 것 같았다.

“억제제를 먹어도 괜찮을까요?”

“괜찮을 것 같은데 시중에 파는 거 말고 처방약 받아가세요. 지금 처방해 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이건은 의사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하며 병실을 나왔다.

“음?”

병원을 나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한태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태경은 오늘 마지막 한국에서의 정리를 위해 현재 잠깐 회사에 가 있었다.

[끝났어?]

“어. 이상 없어. 깨끗함.”

결과 어떠냐고 묻기도 전에 이건은 얼른 그가 원하는 답을 해주었다.

[그래.]

더는 묻지 않는다. 이건을 믿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마 다른 루트로 이건의 건강검진 결과서를 따로 보고 받을 것이다.

“네 검사 결과는 못 들었는데. 너는 알아?”

[나도 이상 없다고 했어.]

둘 다 호주로 가기 전에 한태경의 아버지들은 이건과 태경에게 건강검진을 권했다. 해외로 나가는 거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고, 이참에 몸 상태로 한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건과 태경도 두 분의 의견에 동의했고, 두 분 안심도 시킬 검 검사를 한 것이다.

“다행이네.”

[아버지들에겐 내가 보고 할 테니 안심하고,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아, 아까 재우가 연락 와서. 만날까 하는데.”

[그 녀석 회사 또 땡땡이쳤군.]

“음? 아까 전화 와선 쉬는 날이라고 하던데.”

[그건 아니야… 그런데 그럴만해. 일단 나도 곧 일 끝나니까.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둘이 만나는 장소 나중에 나에게 좀 알려줘.]

“알았어.”

이건은 전화를 끊고 병원 앞에서 택시를 타 재우와 약속한 곳으로 향했다. 약속 장소는 바로 얼마 전에 만났던 브런치를 하는 카페였다. 여전히 테라스 석에 앉아 있는 재우는 얼마 전에 만났을 때와 달리 얼굴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가끔 통화할 때마다 일이 쏟아진다더니 그것 때문인가. 하긴 전무가 된 것도 모자라 현재 후계 준비도 하고 있다고 하니 정신이 없을 만도 했다.

“한재우.”

이건이 와도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그를 깨우기 위해 이건이 테이블을 톡톡 쳤다.

“아, 형.”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하하. 어서 앉아요.”

평일 오후는 정말 한가했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한층 여유롭다. 이 카페는 아무래도 호주에서 가끔 생각날 것 같았다.

“병원 다녀왔어요?”

“그래. 너랑 만나는 건 항상 병원 가는 날이다?”

“나야 좋지만, 그래도 병원은 그만 가요. 이건 형.”

종업원이 다가와 이건이 마실 것을 주문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정말 정신없어요. 정신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진짜. 진짜 너무 정신없어요. 일이 정말 상상 초월이야. 태경 형이 존경스럽다니까요. 한편으론 쾌심해. 일하기 싫어서 나에게 떠넘기고 튄게 틀림 없어요.”

16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