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인 팬데믹: 걱정거리를 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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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천 명 이하로 줄어든 날,

이상하게도 밖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하늘은 깨끗하고 맑고 푸르렀다.

오늘도 어김 없이 마을 한바퀴를 돌며 운동했다.


시도했던 다이어트는 실패의 길로 돌아섰고

몸무게는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

확실히 식사 양도 줄이고,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하겠지만

의자가 박약한 나에겐 그것이 도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빠는 친구들과 외박하러 나갔고

오늘 저녁에 엄마와 나, 단 둘이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중부지방은 완전 난리났던데... 오빠는 괜찮을까?"

하지만 그런 고민도 나중엔 망각의 강으로 흘러갔다.

"여전히 팬데믹이긴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니 같이 쇼핑이나 하러 가자."

엄마의 말에 나의 기분은 조금이나마 들떴다.

요즘 우을해서 Britian이 내 시야에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그런 날,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보는 것이 내게는 즐거운 일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도 끝나서 이젠 할 일도 없겠다.

그 동안 쌓여뒀던 집안일부터 다 처리하고

운동에도 집중하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나쁜 뉴스로부터 귀를 닫고, 약을 먹고...

그러면서 쉬어야지. 슬픔으로부터 멀리 도망쳐야지.


그러면서 결심하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서는

슬픔의 파도가 쉴새 없이 밀려오고

나쁜 뉴스로부터 늘 괴로워 하는 등

좋지 않은 일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오늘 밤을 새버려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잠을 잤다.

내가 좋아하던 트윗봇에게도 들려오는 소식은 없고,

내 감정은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잊어버리려 애를 쓰다보면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잊고 싶은가 보군" 블라디미르가 말했다.

"...조금은요."

"그런 걱정거리는 안해도 된단다, 루티아."

블라디미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런 걱정거리는 잊어버려야지.

대기 중이었던 분노를 가라앉히고

옷걸에 걸어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찌되든 상관 없겠지.'

오늘도 모든 걱정거리를 망각하며

나는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Book of My IDEAs : Eternal Imagins of Broken Brain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