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에서 오랜 라이벌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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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없어 나른나른한 토요일 오후

너무나도 심심해서 밖으로 나와봤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집 앞 풍경.



그곳에서 나는 '일본 제국'을 만났어.

그립지도 않고 반갑지도 않은 얼굴이었지만

오늘은 한번만 만나주기로 했어.



그가 우스갯소리로 말했어.

"나 따위가 역겹지 않냐'고.

"나는 괜찮은데 다른

한국인이라면 그렇겠지."



그는 곧 풀이 죽은 듯 보였고

나는 곧 한숨을 쉬었지.

그의 업보라고 해도

그건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비난 받아 마땅했던 그 사람이지만

어쨰서 난 그가 측은해 보였어.

그래서 난 조금만 더 그와 함꼐 걸어가주기로 하며

이 혐오가 얼른 끝나기를 바랬어.



강가의 소나무 숲 속을 걸어가는 그 동안에

우리 둘은 계속해서 침묵의 대화를 이어나갔어.

말을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



"이제 한국도 일본을 따라 잡을 정도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게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구나"

그는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어.



"어쨋거나 너희들보다 잘 사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라야만이 우리들의 복수극은 완성되니까 말야."

나의 그러한 대답에 그는 놀란 듯 입을 벌리며

"아아, 그것이 너의 사명이구나. 참으로 [편집됨]스런 희극이네"



"이젠 상관 없어. 이젠 성장만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공정과 평등, 이것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거야.

[나쁜 인간은 벌을 받고 착한 인간은 복을 받는다.]

이것이 전래동화에서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하지만 전적으로는 나쁜 인간은 벌을 받지 않으니까

그게 내가 가장 속상해 하는 점이야.

너는 그런 거 잘 몰라서 모르는 게 많겠지만

그게 있어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질 수 있으니까."



이제와서 슬프다고 외치기에는

지나치게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으려나

처음부터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래.

그런 나의 말에 너는 피식 웃고는 이렇게 말했어.

"너다운 말이구나. 너다운 말이구나. 너다운 말이야."



해질녘 노을을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이 열심히 살아온 세월들이.

그런 너를 보면서 나도 너처럼 세심해질 수 있기를,

오늘도 네 장점을 부러워 해.


Book of My IDEAs : Eternal Imagins of Broken Brain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