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7일 화요일
동장군이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하는 어느 초겨울.
고된 일을 끝내고 동료들과 헤어지고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 있던 영국의 배웅을 맞았다.
"수고했다, 경민아. 오늘도 바빴느냐?"
"으음... 바빴어요. With COVID19 정책이 실시되니까 검사 대상자가 몇 배로 불어났어요. 특히 무증상자가 엄청 많았는데.... 탈진할 뻔 했어요. 그래도 에너지 드링크를 몇 개 마시니까 겨우 버텨냈어요."
"카페인 과다 섭취는 몸에 안좋은 거 알지? 너무 자주 마시면 안된단다."
"아, 알아요."
나는 웃었다.
"그래서 최대 2병 이하만 마셔요. 그 이상은 안마신다구요."
영국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아, 맞다. 오늘 발달장애 아동을 만났어요. 밀양 여자 중학교 여학생인데 예전에 선별진료소에 검사 받으러 온 적이 있더라고요. 저항이 심해셔 겨우 검사할 수 있었어요. 오늘도 그랬고요."
"저런, 시간 많이 잡아먹혔겠구나."
"그래도 동질감이 느껴져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죠. 잘 받아서 고맙다고 음료캔 하나랑 마스크 5개를 줬지만... 아깝지 않았어요. 그 아이는.... 아파서 온 거니까... 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이 검사를 하면 아프다는 것을... 그래서 어떻게든 잘 타일러서 검사 받고 가게 할 셈이었죠. 저도 그 아이를 이해해요. 저도 저 시절이었으면 받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같은 발달 질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도... 어른이니까.... 이해하고 잘 타이르고 싶었죠."
"...그래서... 어떻게 됬느냐? 검사는 잘 받았고?"
"...구강 검사는 가까스로 했는데... 비내 검사가 전혀 안됬어요. 결국은.... 억지로 붙잡아서 했지만...."
"...."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결국 그 아이는... 울면서 보호자와 함께 가버리더라고요. 그게 계속 눈에 밟혀요."
"흐음.... 그랬구나..."
영국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래도 받고 갔으면 됬어요. 억지로 시킨 게 좀 맘에 걸리지만.... 감기 증상이 있으면 받아야 하는 게 이곳의 원칙이니까... 어쩌겠어요. 이해는 하겠지만... 그래도 해야 하니까요."
".....그러고 보니 경민이도....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느냐? 그러면 처음에 혈액검사는.... 꽤 힘들었겠구나."
영국의 말에 나는 쑥스러워러 머리를 숙였다.
"에에... 뭐, 그랬죠.... 처음엔 저항이 심해서 수면제 먹고 겨우 했는데..... 아이, 참! 그건 왜 물어봐요! 처음엔 다 힘들죠! 주사도 마찬가지라고요!"
나는 소리쳤다. 영국은 하하 웃었다.
"하기야 발달 장애인이면.... 힘들지.... 저항도 다른 사람들보다 심할테고."
".....지금은.... 어떻게 이겨냈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냥 참으면 되겠다고 생각해서였나?"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경민은 미국보다는 덜하지 않느냐. 미국은 어렸을 적엔 너보다 더 심했다. 온갖 말썽을 다 피우고 다녔지."
"....아, 진짜! 그 오빠랑 저랑 비교하지 마세요! 나 괜히 비교 되잖아요! 으아아아- 열등감 느껴진다아!!"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영국은 '훗' 웃었다.
어느덧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고, 내가 열등감에 찌들어 있을 때, 영국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선별진료소에서 일한 지가 얼나마 됬지?"
"네? 근무 시간이요? 어어... 3, 4, 5, 6, 7, 8, 9, 10, 11, 12... 한 열 달?"
"열 달? 그렇게나 오래 했다고?"
"어어, 네. 날짜 계산하니까 그렇게 나오던데요?"
"언제부터 일했니?"
"2021년 3월 8일부터요."
"그럼 내일이 마지막 근무일이겠구나."
영국의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뇨. 더 일해야 해요."
"뭐?"
"연장됬어요. 31일까지 일하라고."
"...."
영국은 놀랐는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아, 그런데.... 이번 주 금요일에 저랑 같이 일하던 동료 한 명이 일을 그만둔다고 했어요."
"이유는?"
"그냥 일이 힘들어서요."
"그렇군. 아, 잠깐."
"..."
"너- 너 여름에 어떻게 일했니? 이번 여름은 엄청 더웠는데."
아, 이번 연도 여름이요? 수천 명의 사람들.... 쪄죽을 듯한 날씨... 부족한 인원....
"...그냥 얼음 조끼 입고 '깡'으로 버텼어요. 무슨 생각으로 버텼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내가 잠깐 옆에서 봤는데.... 보건소 선별진료소 입구에 사람들이 정말 많더구나. 혹시 지원은 안왔니?"
"왔어요. 덕분에 좀....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끝냈죠."
"그때가 한... 섭씨 38도 넘지 않았니? 어휴, 그때만 생각해도 끔찍하구나."
"아, 그리고.... 그 동료가 그만두면... 저희 어머니가 취직되실 것 같아요."
"...뭐라고? 너희 어머니, 그냥 주부가 아니셨니?"
"저희 어머니도 엄연한 Working Mom이세요.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소유하신 분이라고요. 요양 병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셨는데. 아, 제가 말 안했나요?"
그러자 영국은 제대로 놀랐는지 입을 벌리고 벙쪄 있었다.
"너희 어머니도 상당한 실력자이셨구나. 나는 몰랐는데. 그 어머니에 그 딸이군."
"저희 어머니는 제가 초등학교 다니실 적에 대학에서 야간 수업을 받으셨거든요. 그 때에 얻은 거예요."
"그런데.... 왜 갑자기 일을 옮기시겠다고 하셨니?"
"엄마가 받는 월급이 제가 받는 월급보다 적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하는 곳에 오겠다고 하신 거예요. 물론 동료가 그만둘 때 오시겠지만요."
"그렇군. 네 어머니는 너보다는 실력자이실테니, 월급도 높게 받겠구나."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어느덧 아파트 입구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대화를 계속했다.
"그러고 보니 네 오라비는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는구나."
"독립했어요."
"독립? 이제서야?"
"저희 오빠, 캥거루족이었어요. 우리 집에 살면서 계속 근무했다고요. 그런데 이번에 얻은 직장이 맘에 들어서 밀양에서 양산까지 왔다갔다 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결국 집을 하나 장만 했어요. 전세 100만원짜리 주택으로요."
"그것 참 다행이구나! 네 오라비도 원래는 실직했다가 겨우 얻었잖니! 이번 일로 자립심을 제대로 키우겠군!"
"그렇겠죠."
"그리고 너도 더 이상 그에게 상처 받지 않겠지."
"..."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래... 이제 아무 이유 없이 타박 받을 일 없어. 상처 받을 일도....
나는 눈을 감았다. 영국이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그리고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집에 가자꾸나. 모두가 기다리고 있단다."
그러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웃었다.
"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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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of My IDEAs : Eternal Imagins of Broken Brain
Fanfiction망가진 뇌의 영원한 상상 Tada! Introducing my OCs and Stories that contain my delusion. Caution! : I use Naver Papago Translator or Google Translator! There may be a mistrans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