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Part 17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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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방치했던 이유는 그게 아니란다, 경민아."

"...?"

"이곳에는 장애인을 위한 학교도, 교사도 없기 때문이었단다."

by 엄마와 나 사이의 대화 내용 중 발췌



일터에서 돌아와 집에 도착한 나는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썼던 글들을 보았다.

그 시절, 나는 상처를 입은 적이 없었다.

괴롭힘은 날이 가면 갈수록 잦아들었고,

내가 모두와 다르다는 걸 알아챈 그 학겨의 모든 소년들은 나를 괴롭힘의 타겟으로 정했다.

그 중 한 소년이 "박정훈"이었다.


나는 내가 썼던 글들 중 하나에서 「방치」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글을 읽어내려갔다.

'...놀다가 그랬다....'

"...."

'나날이 늘어만 가는 상처....'

과거를 직면하는 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택한 일이니 내가 내 스스로를 책임져야 했다. 모두 지난 과거이니 괜찮다고 나는 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

내가 '괴롭히다'라는 단어를 미리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그렇다고 한들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지?

그 시절의 대한민국은 정신질환에 대해 굉장히 취약한 복지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난 그걸 알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었는지 그 생각은 뒤틀려 버렸고, 내 눈에서는 눈물이 새어 나왔다. 슬픔과 함께 속상함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리고 훌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브라이트가 내 방으로 들어와 있었다.

"루티아."

"왜요? 왜 엄마는.... 날 방치한 거죠?"

"....엄마는 널 방치한 게 아니란다. 그저 여건이 좋지 않아서 널 방치할 수 밖에 없었어."

"여건이 좋지 않아서? 하지만 난 납득할 수 없어요.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거 아녜요?"

나는 소리쳤다.

"그 시절 한국은 개발도상국이었어. 정신질환에 대한 복지 시스템이 미흡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

"...."

나는 무어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텐데....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텐데....

"...."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눈물이 침대 시트 위로 떨어졌다.

장애인을 위한 교사도, 학교도, 사회복지사도 없던 그 시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나를 봐줄 사람은 엄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도 결국은 밖으로 나가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루티아, 이런 그 누구의 잘못도 안-"

"그럼 누구 잘못인데요?!!!"

나는 소리를 질렀다.

"내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집단따돌림을 당해야 했어요? 내가 그것 때문에, 오로지 그거 하나가 제 잘못이었어요?!! 아니잖아요!! 나도 그러고 싶어서 장애인이 된 줄 알아요?!!"

그리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브라이트는 내 목소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갑자기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죄- 죄송해요... 갑자기 화가 나서-"

"....."

"가- 가지 말아 주세요... 아저씨..."

나는 훌쩍거렸다. 브라이트는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

그는 두 팔로 나를 감쌌다. 그리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루티아,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 일은...."

"...."

"...미안하다, 루티아..."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두 팔로 그를 감싸는 일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우리는 서로를 감싸 안았다.

잠시 뒤, 브라이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좀 누워있을까? 루티아의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먼저 침대 위에 누웠다.

"자, 루티아도 눞거라."

그는 자신의 옆 자리를 손으로 탁탁 쳤다. 나는 조용히 그의 옆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그는 나를 마주보게 자신의 몸을 옆으로 돌렸다.

"아저씨에게로 오렴."

그의 말이 끝나자 나는 그의 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오른팔로 나를 안았다.

"..."

내가 눈을 감자, 그는 내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였다.

"이번 일로 네가 과거에서  조금 더 멀어졌으면 좋겠구나."

Book of My IDEAs : Eternal Imagins of Broken BrainWo Geschichten leben. Entdecke jetz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