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저건 황태자 전하의…….”
“저걸 왜 저자가……?”
켄 베르도는 명색이 기사단장인 만큼 황태자의 호위 업무 외에는 온종일 훈련장에 상주해 있는 편이었다.
훈련장에 가까워지자 내 손에 들린 풀문을 본 사람들이 놀란 토끼 눈을 한 채로 웅성대는 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 배신자 켄 베르도 있나요?”
훈련장에 다다른 나는 수많은 기사들을 바라보며 우렁찬 인사를 건넸다.
누가 조연 아니랄까 봐 평범한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이라 금방 찾아내기가 영 힘들단 말이지.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적당히 소란을 피우다 보면 나타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정말로 잔뜩 화가 난 켄이 빠른 속도로 눈앞에 나타났다.
건드리는 족족 반응이 곧잘 나타나니, 참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아무래도 아까 머리를 잘 굴린다고 했던 건 취소해야 할지도…….
그러기도 잠시, 내 손에 들린 풀문을 목격한 켄의 얼굴이 잠시간 화도 잊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건 마치 ‘전하께서 이런 수상한 놈에게 풀문을?!’이라고 외치는 듯한 표정이었다.
속내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터졌다.
“감히 네까짓 게 전하의 풀문을…….”
역시는 역시였다.
자, 그럼 어디 상냥하게 갱생을 권유해 볼까.
“여기서 말하기는 어렵고, 나 좀 따라올래?”
“뭐? 이 죄인 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내게 명령하는 거지?”
“좋게 말할 때 얌전히 오는 게 좋을 텐데.”
간단한 협박을 던진 내가 풀문을 가볍게 휘두르자 켄의 얼굴에 적나라한 당혹감이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 게 풀문은 조금만 스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세기의 마검이었다. 닿는 것조차 꺼리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 건 당연했다.
풀문 덕분에 켄은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이를 가는 소리가 등 뒤로 드문드문 들려오긴 했지만, 그의 성격상 얌전히 따라와 주는 게 어딘가 싶어 그저 모른 체했다.
이윽고 훈련장 옆의 인적 없는 어둑한 곳으로 들어선 나는 천천히 켄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뭐, 뭐야?”
호오, 피할 법도 한데 안 피하네? 이쯤 되면 내가 뭘 알고 있는지 본인도 대충 눈치챘을 텐데.
하지만…… 역시 제 입으로 먼저 실토하는 걸 기대하긴 힘들겠지?
내가 아는 특효약의 종류는 단 하나였다.
물론 이게 적용되는 대상은 오직 한 부류였는데, 그건 바로 ‘말이 안 통하는 류’였다.
“나는 지금부터 너를 갱생시킬 거야. 말이 안 통하는 배신자에게 딱 알맞은 징계지.”
“무슨, 커헉!”
말을 마친 나는 곧장 켄의 명치로 풀문을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켄의 입에서 다량의 핏물이 울컥 토해졌다.
“걱정 마, 마기는 안 담았으니 죽진 않을 거야. 대신 엄청 아프겠지.”
“큭, 너…… 이 미친…… 감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쯧쯧, 혀를 차며 빠른 속도로 놈의 정강이를 향해 풀문을 휘두르자 켄은 속절없이 아래로 무너졌다.
잠시간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너무 쥐 잡듯 팬 건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켄은 꾸역꾸역 일어나 칼을 빼내고는 비장한 얼굴로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암만 내가 힘을 조절했다지만 저렇게 움직이기 힘들 텐데… 근성 하나는 진짜 알아줘야 한다니까.
“학습이 부족하네. 그냥 죄를 실토하면 될 텐데.”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 때문인지 켄의 공격에는 기사단장급 실력자답지 않은 빈틈이 많았다.
“풀문은 네놈이 쓸 수 있는 검이 아니다……. 당장 이리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