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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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백이강은 제 시야에 내가 없는 꼴을 두고 보지 못했다.

아무리 내가 곁에 두어달라고 하긴 했다지만…… 백이강은 조금 지나칠 만큼 나를 모든 곳에 데리고 다녔다.

당장 며칠 전만 해도 백이강이 온종일 집무실에 머문 탓에 덩달아 나까지 하루 내내 집무실 소파에만 있지 않았던가.

중간에 켄의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우긴 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으니까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보긴 어렵고…….

뜻 모를 그의 집착 덕분에 나는 온종일 백이강의 시야에 무조건 머물러야 했고, 그런 내게 자유 시간이라곤 일절 존재치 않았다.

곁에 있게 해달라고 한 말의 철회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지도…….

다시 생각해 보니 딱히 그런 말이 없어도 계약서로 충분할 것 같은데…….

“어쨌든, 드디어 혼자가 됐네.”

정신 차리자며 뺨을 거칠게 두드린 나는 이내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복도와 연결된 커다란 문 가까이에 바짝 다가섰다.

문짝에 가만히 귀를 대고 있자니, 문밖에서 전해지는 미적지근한 정적이 선연히 느껴졌다.

사실 내겐 섣불리 문을 열고 나갈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언젠가부터 누군가 멀지 않은 곳에서 나를 온종일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그의 정체는 아직 직접 마주친 적이 없어 몰랐다.

이걸 백이강에게 덜컥 말하자니, 그 시선이 늘 나를 좇는 건 아니라서 선뜻 말문을 열기가 어려웠다.

어디서 어떻게 느껴지는 건지 제대로 설명도 못 하는데 무작정 말했다가는 백이강 성격에 무슨 사달이 날지, 조금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혹시 2황자가 보낸 첩자인가?

아니면 내가 황태자의 권력 남용으로 욱여넣어진 짝퉁 황실 마법사라는 소문이 벌써 퍼진 건가?

그래서 날 시샘하는 이들이 암살자를 보내려고…….

“……아무도 없는 것 같지?”

어차피 누가 공격해 온들 쉽게 죽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존나 센 빙의자니까.

어쨌거나 백이강이 없는 지금은 그토록 고대하던 기회였고, 난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다는 게 중요했다.

무슨 기회냐면…….

“뭐긴 뭐야, 당연히 내가 이 뭐 같은 빙의를 탈출할 기회지.”

슬그머니 문고리를 부여잡은 내 입술 틈으로 이 악문 소리가 바득바득 새어 나왔다.

아, 나는 켄처럼 백이강을 배신 때리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걔랑 나는 근본이 다르다고, 근본이.

어차피 새 주인공을 찾는다고 바로 감사 인사를 받아 꿈에서 깰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아주 잠깐, 그런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래서 한때 ‘다른 놈에게 접근하는 건 신중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인간적으로 백이강의 소원은 진짜 선 넘었잖아!

게다가 인성도 같이 말아먹었어! 망할 백이강!

아무튼,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주인공은 없나, 그저 동태를 살필 생각이었다.

혹시나 다른 주인공을 마주친다면 안타깝지만 백이강이란 패는 더 이상 무의미할 터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황제가 되어 원작을 바꾸려는 파렴치한 흑막보다는 얌전한 다른 인물이 더 나은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백이강의 불치병 정도는 치료해 주고 가지 뭐. 그 정도는 의리로 해줄 수 있다.

설마 내가 미쳤다고 흑막이 요구한 소원들을 전부 들어주고 있는 멍청한 일은 없을 거다.

아니, 없어야 한다. 누차 말하지만 난 소원 들어주는 요정이 아니니 말이다.

빙의한 이래로 매일매일 백이강과 붙어 다니는 바람에 다른 주인공을 찾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잘된 일이었다.

잠시나마 백이강에게 홀려서 그의 흑화를 막아볼까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 무리다. 절대 무리다.

애당초 흑막을 황제로 만드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고.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