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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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백이강 옆에 드러누웠다.

어차피 백이강의 말에 맞서봤자 이길 방도가 없다는 건 그간 시달려 온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별일이다. 이렇게 한 이불을 덮고 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심장이 자꾸만 쿵쿵 뛰어서 통 잠이 오질 않았다.

백이강도 아직 안 자는 것 같은데, 말이나 좀 붙여볼까. 내심 궁금했던 것도 있고….

“나 죽을까 봐 걱정했어?”

나름 용기 내서 물은 건데, 애석하게도 답이 없었다. 의아함에 옆을 돌아보니 백이강의 눈이 어느새 곧게 감겨 있었다.

…자냐? 그새?

“아니.”

다행히 잠들지 않은 듯, 백이강의 입이 짧게 움직였다.

거, 입까지 맞춰놓고 그렇게 차갑게 대답하고 그러냐. 사람 서운하게? 하여간 빈말도 못 하는 놈.

못마땅한 마음에 괜히 입을 비쭉이고 있는데, 백이강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무서웠어.”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한 목소리가 그렇지 못한 내용을 담고 담담히 흘러나왔다.

“널 잃을까 봐.”

어쩐지 낯설지 않은 말이었다. 언젠가, 꼭 저 말을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아. 생각났다.

건국제 전, 동상 사건 때 백이강이 내게 했던 말.

‘그런 놈들에게 널 잃을 순 없어.’

‘잃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못 알아들어? 나는 이깟 동상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고.’

처음으로 백이강의 묘한 속내를 듣게 된 날이었다.

당시에는 무슨 뜻으로 저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나를 잃는 것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음은 알게 되었다.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운이 좋아 살아난 주제에 할 말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왠지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것 같은 말이 떠올랐다.

“난 안 죽어.”

백이강이 믿을진 모르겠지만, 진짜다. 빙의자인 내게 ‘죽음’이란 개념은 없다. 뭐, 사실 나로서는 맨 처음으로 초기화되는 게 죽는 거랑 다름없긴 하다마는.

어쨌든 통상적으로 말하는 죽음과 거리가 먼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백이강은 답이 없었다.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이번에야말로 잠든 모양이었다.

하긴…. 밤새 나를 간호하다가 잠깐 깨어난 것뿐이니 피곤하겠지.

불현듯, 운 좋게 되살아난 오늘 밤이 꽤 따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누군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절로 눈이 떠졌다. 오래 자서 그런가, 간밤에 찌뿌둥했던 몸이 꽤나 개운했다.

그런데….

“웬일이래?”

신기하게도 백이강이 아직 단잠에 빠져 있었다.

첫새벽에 해가 얼굴만 내밀었다 하면 칼같이 일어나서는 쓸데없이 오래 잤네, 차라리 불면증을 치료하지 말 걸 그랬네, 하며 되지도 않는 성질을 부리던 놈이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를 흔들어 깨우려던 나는 순간 멈칫했다.

“흠.”

그러고 보니 내가 백이강의 얼굴을 이렇게 빤히 본 지 좀 되지 않았나? 이 예쁘장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관찰한 게 언제더라.

사실 백이강이 매번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휭하니 집무실로 사라져 버리는 게 일상이다 보니, 그의 얼굴을 뜯어볼 일이 좀처럼 많지 않았다.

이래 봬도 나는 외모에 퍽 민감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얼빠라고 욕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이니까!

잘생긴 놈은 얼굴값을 하지만, 못생긴 놈은 그 값조차도 못 한단 말이지. 그러니 사람은 일단 준수하게 생기고 봐야 한다.

…어디까지나 내 철칙에 불과한 말이지만, 아무튼.

그런고로, 나는 백이강의 얼굴을 꽤 좋아하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제일 좋아하는 건.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